남자라면 길거리를 걷다가도 자연스레 미녀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저 쳐다보면서 가슴만 설렐 뿐 현실에서는 말만 걸어도 치한으로 오해 받을 수 있으니 철컹철컹 사태를 피하기 위하여 새가슴이 되고 만다.

그렇게 쌓은 한을 풀기 위해서인지 본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남자들 중 대다수는 집에서 은밀하게 야한 동영상(이하 야인시대)을 본다. 비록 보듬지는 못하지만 마치 남자의 속마음을 파헤치듯이 원초적인 모습을 과시하는 야인시대 속 미녀들은 큰 위안이 되어준다.

아니라고?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면 돌··· 아니, 티슈를 던지시라.

하여튼 마음에 위안을 주기 위해 야인시대를 구했다면 감상을 해야 하는데 기왕 보는 거 최신 기술을 통해 한층 더 몰입감 있게 보면 흐뭇함이 커질 것이다.

동영상에서 선명함을 살리는 4K UHD 초고해상도, 빠르게 움직이는 등장인물도 자연스럽게 포착하는 144Hz 이상 화면주사율,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현실처럼 표현해 주는 'HDR'(High Dynamic Range), 디지털 영화용으로 풍부한 색감을 지원하는 'DCI-P3' 색 영역,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등. 화질을 높이거나 동영상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기술은 참 다양하다. 

문제는 그 어떤 미디어 콘텐츠보다 익숙하고, 비교 불가한 재생 시간을 자랑(?)하는 야인시대 장르에서 그러한 노력과 기술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는 촬영 장비의 업그레이드로 4K 영상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지만 더욱 사실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존 작품이라도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AMD ‘플루이드 모션’(Fluid Motion)이다. 동영상에 GPU 연산으로 프레임을 추가해 화면을 본래 상태보다 매끄럽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기술 자체는 몇 년 전에 나왔지만 모르고 넘어간 사람들도 꽤 많을 텐데 이번 기사에서 차근차근 알아보기로 하겠다.

 

동영상 몰입감 높여주는 AMD 플루이드 모션

▲ (출처: ARIMA 유튜브 채널)

위 동영상을 보면 플루이드 모션이 어떤 기술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플루이드 모션은 AMD 라데온 GPU를 사용해서 동영상을 구성하는 각 프레임에 앞뒤로 중간 프레임을 추가해 원본보다 매끄럽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동영상 프레임을 추가하는 기술을 프레임 ‘보간’(Interpolation)이라고 하는데 플루이드 모션은 24fps(초당 프레임) 또는 30fps로 촬영된 동영상을 60fps로 늘려준다. 동영상 종류와 무관하게 효과를 내지만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스포츠 동영상을 감상할 때 효과가 좋다.

야인시대는 마치 레슬링처럼 좁은 공간에서 미녀와 신사의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과거에는 촬영용 기기가 대부분 30fps 이하만 지원했으니 플루이드 모션 적용 시 효과가 쏠쏠하다.

따라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야인시대 속 그녀들을 떠올리고 다시 만나려고 할 때 플루이드 모션을 이용한다면 감동은 진해진다.

다만 근래에는 스마트폰도 60fps로 동영상 촬영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해서 야인시대 역시 최근 작품들은 60fps 이상이 부쩍 늘어났다. 플루이드 모션은 30fps 이하인 동영상에 적용해야만 빛을 발하는 기술이므로 효과를 보고 싶다면 과거 명작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AMD 플루이드 모션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물

▲ 라데온 RX Vega 56 그래픽카드(사진: AMD)
▲ 라데온 RX Vega 56 그래픽카드(사진: AMD)

AMD 플루이드 모션을 이용하려면 우선 라데온 GPU가 적용된 그래픽카드나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굳이 최신 제품일 필요는 없다. 무려 8년 전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7000 시리즈부터 지원하고, 최근 제품이라도 10만 원 내외인 그래픽카드와 프로세서(내장 그래픽)도 지원 대상이어서 선택폭이 넓다.

다만 최신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X 5000 시리즈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니 플루이드 모션으로 야인시대를 새롭게 체험하려는 남자라면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 ASUS 라데온 RX 550
▲ ASUS 라데온 RX 550

현재 가장 알뜰하게 플루이드 모션을 즐기는 방법은 라데온 RX 550을 PC에 추가하는 것이다. 가격은 8만 원대여서 백만 원이 넘어가는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 비하면 껌값이고 HDMI와 DP(디스플레이포트) 인터페이스로 4K (3840x2160) 해상도 출력도 가능하다.

사실 가격만 따지면 내장 그래픽으로 라데온 베가(Vega) 시리즈가 적용된 AMD 보급형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낫지만 성능이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혈기왕성한 남자라도 PC로 야인시대만 보는 것은 아니고 틈틈이 게임도 즐겨야 하니까 프로세서는 신경써야 한다.

물론 그래픽카드도 중요하지만 그래픽카드는 메인보드에 따라 2개나 3개도 장착할 수 있으니 문제없다. 예를 들면 게임은 지포스 RTX 2080 Ti로 즐기고, 플루이드 모션 재생은 라데온 RX 550 같은 그래픽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AMD 플루이드 모션 사용법

PC에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설치했다면 그 다음에는 소프트웨어 차례이다.

우선 AMD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그래픽카드에 맞는 '라데온 소프트웨어'(Radeon Software)를 설치한다.

라데온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면 화면 상단 좌측에 보이는 나사 모양 아이콘을 클릭해서 ‘설정’ 항목으로 이동한다. ‘비디오-사용자 정의’ 순서로 이동하면 화면 하단에 ‘AMD Fluid Motion Video’ 항목이 보이는데 그것을 켜면 라데온 소프트웨어에서 플루이드 모션 준비는 완료이다.

그 다음에는 플루이드 모션을 미디어 플레이어 소프트웨어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블루스카이 프레임 레이트 컨버터’(Bluesky Frame Rate Converter, 이하 블루스카이 FRC)가 필요하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블루스카이 FRC를 실행하면 설정 항목들이 표시된다.

첫 번째 항목인 ‘GPU’에서는 ‘Enable AMD Fluid Motion Video’(AMD 플루이드 모션 활성화)를 클릭해야 한다. ‘Rate Conversion’ 항목에서는 플루이드 모션을 적용할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고 ‘Quality’ 항목 ‘AFM Mode’에서는 플루이드 모션에서 부드러움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Performance’ 항목은 DXVA 코덱과 플루이드 모션 중복 적용 관련 기능인데 기본 설정으로 두면 된다.

마지막 단계로 동영상을 재생할 미디어 플레이어 설정을 해야 한다. 다음 팟플레이어를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F5 키를 눌러서 환경 설정 창을 띄우면 ‘코덱/필터’ 항목으로 이동한다. ‘전역 필터 우선 순위-시스템 코덱 추가’ 순서로 클릭하면 추가할 수 있는 코덱들이 표시되는데, 그 중에서 블루스카이 FRC를 선택하고 확인을 클릭하면 된다.

이전 창으로 돌아오면 블루스카이 FRC가 보이는데 선택한 상태에서 우선순위를 ‘최우선 사용’으로 지정하면 이후 팟플레이어로 재생하는 동영상은 플루이드 모션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모든 설정을 마치고 24fps 동영상(애니메이션 ‘모브사이코 100’ 오프닝 구간)을 재생해보았다. 재생 도중 Tab 키를 눌러서 실시간 fps를 살펴보면 60fps 내외로 표시되어서 플루이드 모션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전체 화면으로 보면 차이를 더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 확인해보기 위해 일반 재생 시와 플루이드 모션 재생 시 화면을 비교해보았다. 플루이드 모션을 켠 상태에서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화면이 전환될 때 더 매끄러운 느낌이 드는데, 수직이나 수평으로 움직이는 경우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야인시대는 미녀와 신사가 한정된 공간에서만 거사를 치러서 애니메이션과는 차이가 있지만 격한 움직임과 시점 변경이 많은 콘텐츠이므로 플루이드 모션을 적용해보면 금세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플루이드 모션을 적용한 야인시대를 한 편 보여주고 싶으나 차마 그러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기억 속에 남은 그녀들, 플루이드 모션으로 다시 만나자

▲ 플루이드 모션이 적용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두부집 효녀' 모모타니 에리카(Erika Momotani)의 소환 욕구가 강렬해진다 (사진 출처: 프레스티지)
▲ 플루이드 모션이 적용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두부집 효녀' 모모타니 에리카(Erika Momotani)의 소환 욕구가 강렬해진다 (사진 출처: 프레스티지)

지금까지 AMD 플루이드 모션을 통해 야인시대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작품에 따라서 체감 효과는 다르지만 육안으로 본다면 익숙한 장면에서도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야인시대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와 달리 HDR을 비롯한 최신 그래픽 기술 적용도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므로, 플루이드 모션처럼 큰 돈 들이지 않아도 되는 범용적인 기술은 야인시대 애호가들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혹자들은 야인시대와 플루이드모션의 만남을 두고 '신세경'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아무튼 활용 가치가 높은 좋은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제한된 이미지와 글로 표현하려니 그저 아쉽기만 하다. 이 기술을 지원하는 라데온 GPU를 가지고 있다면 직접 플루이드 모션을 체험해 보자. 게임을 위한 메인 그래픽카드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면? 저렴한 가격대의 라데온 RX 550을 -영상을 위한- 세컨드 그래픽카드 개념으로 활용한다면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분명 플루이드 모션이 곁들여진 야인시대 속 그녀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이미 지워지거나, 은퇴한 그녀들을 소환해야 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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