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민혜(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부부가 서로를 보고 웃으면 아이도 웃습니다. 행복한 부부를 보며 아이도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돕는 [부부생활백서]입니다. 소개된 사례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실제 상담했던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만든 가상의 사례입니다.

 

하루 평균 2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한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로 이혼하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사소한 균열들이 오랜 기간 모여 ‘이혼’이라는 결과에 닿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우리가 왜 싸우는지는 알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사연소개

소라 님(가칭) : 40대 주부입니다. 반기별로 한 번 만나는 부부동반 모임이 있습니다. 그 중에 만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남편 친구 와이프가 1명 있습니다. 편의상 A씨라고 칭하겠습니다. A씨는 모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는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하며 자랑을 합니다. 

안물안궁이라고 하죠. 본인의 남편이 친정부모님께 얼마나 잘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자녀의 영어학원 성적이 몇 점인지, 이번에 몇 억짜리 아파트로 이사 갔는지까지. 모임 중에 누구 하나 물어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지극히 사적인 정보들을 이야기하며 으스대곤 합니다. 

게다가 모임의 다른 사람들을 은근히 깔아 내리는 듯한 언급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준이 엄마는 그 옷이랑 그 가방은 좀 안 어울리지 않아?”, “그 동네는 치안이 좀 별로이지 않나?”와 같은 식으로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불편해하는데 본인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모임에 나갈 때마다 그런 자랑거리들을 듣고 오면 내심 의식이 됐던 것 같아요.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 집 남편과 저희 남편을 무심결에 비교하게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제가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니 남편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될 걸 왜 불필요하게 그런 이야기에 에너지를 쓰냐고 합니다. 그 모임에만 다녀오면 불편해지는 제 마음을 공감해주지 않는 남편의 행동에 서운하기도 하고, 끝없이 우월의식을 느끼며 심한 자랑을 해대는 그 와이프의 행동에도 화가 납니다. 

앞으로 그 모임에 참석하고 싶지 않지만 부부동반 모임이라 남편만 보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나면 늘 자랑만 해대는 남편 친구 와이프의 심리를 알고 싶고, 그 자리에서 어떻게 얼굴 붉히지 않고 대처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멘토 조언

남편 친구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부부동반모임이라면 소라님 입장에서는 편하지만은 않은 자리였겠어요. 게다가 만날 때마다 늘 자기자랑을 심하게 하는 A씨 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불편했겠고요. 

소라님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A씨라는 분은 자기애성 성격적 특성이 두드러진 것 같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본인의 존재에 대해 지나치게 부풀려서 생각하며 남들에 비해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이죠. 

이런 성격적 특성을 가진 분들은 A씨처럼 어느 자리에서든 자랑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전에는 본인의 외모나 직업, 능력 등에 대해 드러내다가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된 경우에는 자랑의 대상이 배우자나 자녀로 옮겨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특성의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에는 자존감도 굉장히 높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남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까지 늘어놓으며 불필요할 정도로 자기과시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실상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반되는 두 가지는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라는 말이 있죠. 이처럼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기애는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기 위한 경우가 많답니다.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타인 앞에서 본인의 우월감을 드러내며 타인을 깎아 내리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 질투와 경쟁심이 강하며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편하게 입고 모이는 자리에서도 과할 정도로 치장을 하고 나오는 등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직장에서는 승진이나 상사의 인정을 위해 과도할 정도로 일에 매진하기도 합니다. 

그럼, A씨의 자기자랑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만약 A씨의 자랑하는 행동이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이에 맞서 함께 ‘자랑배틀’을 한다면 A씨는 이 모임에서 본인이 가장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해 더 과도한 자랑과 자기과시를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만 더 피곤하게 되겠죠. 때문에 이런 성격의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맞서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A씨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어느 정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A씨의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언급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조언이나 의견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만 갇혀 사는 사람이라면 A씨의 행동을 지적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A씨의 이런 행동의 ‘숨겨진 동기’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 수 있답니다. “저희 아이가 이번에 학원 영어테스트에서 또 1등 했잖아요. 처음 다니는 영어학원인데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니까요 정말.”과 같은 궁금하지도 않은 자랑을 했을 때 “아휴, 저 아줌마 또 자랑 시작이네. 전혀 안 궁금한데 말야. 우리 애도 당신 애보다 잘났거든?” 이라고 속으로 생각해봐야 내 속만 부글부글 끓습니다. 그것보다는 “저렇게 남들에게 늘 사소한 자랑거리라도 드러내야만 본인의 자존감이 유지된다면 저 사람은 대체 얼마나 자존감이 낮은 걸까. 안타깝다”라고 생각해 보세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에요.

두 가지 반응의 차이점은 이 사람의 성격적 특성을 고쳐주기 위해 내가 맞서 싸우느냐, 아니면 측은한 마음으로 이 사람을 바라보며 자랑하는 행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더 편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30~4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전문 심리상담사마저도 하나의 습관처럼 형성된 성격적 특성을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자기애성 성격적 특성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은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내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그 사람의 ‘자랑하는 행동’을 고쳐주고 변화시키는 데 애쓰기보다는 저 사람이 왜 자꾸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보면 내 아까운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겠죠. 

또한 이런 이유로 남편과 다퉈봐야 나만 손해입니다. 1년에 한 두 번 보는 사람 때문에 부부싸움 하느라 황금 같은 주말을 허비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이전의 칼럼에도 몇 번 언급했듯이 기질적으로 사회적 민감성이 낮아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앞에서 누가 어떤 자랑을 해대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때문에 소라님 남편분에게는 큰 스트레스거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모임이 끝난 후 이런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며 에너지를 소모를 하기보다는 ‘자기자랑을 하지 않고서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는 A씨’의 자랑들을 견디느라 고생한 스스로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대접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