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는 '가자미'라는 은어가 있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은어는 전설적인 소년 만화 ‘슬램덩크’에서 유래된 말로, 작중 능남고의 메인 센터인 변덕규의 비유를 통해 언급된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슬램덩크 작중 마지막 경기인 산왕공고 전에 등장한 변덕규는 라이벌 채치수에게 뼈 있는 조언을 남긴다. "화려한 기술을 가진 신현철은 도미. 네게 화려하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채치수!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되라!"

이는 일본어 원문으로는 카레이(화려함)를 카레이(가자미)로 표현한 것으로,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변덕규의 언어유희라 볼 수 있다. 언어유희인 만큼 번역본으로 이를 제대로 옮길 수는 없었겠지만, 사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변덕규의 조언은 채치수를 넘어 슬램덩크를 바라보는 소년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비록 화려한 역할을 맡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진흙투성이가 되어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 또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를 에이수스의 노트북으로 치면 어떨까? 화려한 도미 역할은 프리미엄 노트북 젠북이라 볼 수 있다. 가벼운 초경량 제품군들이 포진해 있고, 성능도 아주 뛰어난 노트북. 딱 주인공 역할이다. 두말할 것 없이 젠북의 몫이다.

이어 가자미는 가성비 데일리 노트북 비보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중저가형 제품군인 만큼 상위 모델 젠북 시리즈보다는 한 수 아래다. 그렇지만 비보북은 가격 대비 성능이 너무나 뛰어나다. 사실상 주어진 비용에 맞춰 최고의 성능을 끌어낸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렇기에 비보북이 맡은 역할도 젠북 못지않게 아름다운 역할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빼먹을 뻔했다. 가자미와는 달리 비보북은 겉모습이 아름답다.

▲ ASUS VivoBook 15 X513EA-BQ031

 

세상에는 잘 생기고 성능 좋은 중저가형 노트북도 있다

국내 MMORPG의 선두 주자 리니지는 초창기에 캐릭터 생성 과정부터가 험난했다. 처음 생성하는 캐릭터의 스탯을 랜덤 주사위 방식으로 결정했기에, 당시 게이머들은 원하는 스탯을 지닌 캐릭터가 나타날 때까지 주사위를 끝없이 굴려야 했다.

좋은 중저가형 노트북을 고른다는 건 이런 랜덤 주사위 방식을 닮았다. 원하는 조건을 가진 노트북이 나타날 때까지 찾아보게 되는 셈이다. 성능이 좋으면 뚱뚱하고 못생기고 무겁다. 반면 얇고 가벼우면 성능이 영 좋지 않다. 그러면 가볍고 성능이 뛰어나다면? 이때는 높은 확률로 디스플레이 품질이 좋지 않다. 이런 식이기에 좋은 중저가형 노트북을 고를 때에는 자신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ASUS VivoBook 15 X513EA-BQ031(에이수스 비보북 15 X513EA-BQ031, 이하 비보북 15 X513EA)은 15.6형 노트북으로 스탯 배분이 잘 됐다. 중저가형 노트북이지만 매력적인 외관에 인텔 11세대 고성능 프로세서, 제법 괜찮은 디스플레이를 함께 갖췄다.

 

CPU : 11세대 인텔 코어 i5-1135G7 프로세서
GPU : 인텔 아이리스(Iris) Xe 그래픽스
메모리 : 4GB DDR4 on board + 4GB DDR4 SO-DIMM
SSD : 256GB M.2 NVMe PCIe 3.0 SSD
디스플레이 : 15.6인치 FHD(1920 x 1080) 16:9

무선 네트워크 : WiFi 6 (802.11ax) + 블루투스 5.0
오디오 : 하만카돈
키보드 : 백라이트 치클릿 키보드
배터리 : 42WHrs, 3S1P, 3셀 리튬이온(Li-ion)

무게 : 1.80 kg (배터리 포함)
운영체제 : Free DOS

우선 외관부터 보자. 국내 출시된 비보북 15 X513EA의 색상은 스타 블랙, 드리미 화이트 두 가지 색상으로 나뉘며, 테스트가 진행된 제품은 드리미 화이트다. 외부 상판은 화이트 색상에 펄이 들어가 차분해 보인다. 또한 지문이 잘 묻지 않아 깔끔하다. 촉감도 부드러워 만질 때 중독성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만지고 싶다.

사이즈는 35.9x23.5x1.99cm다. 두께가 대략 2cm에 정도다. 이는 타사 노트북과 비슷한 정도며, 초경량 노트북보다는 조금 두꺼운 편이다. 그런데 좋은 점도 있다. 연결 포트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HDMI 1.4, USB 3.2 Gen1, USB 3.2 Gen1 Type-C, USB 2.0 x2, micro SD카드 리더 x1, 헤드폰 출력 포트를 갖췄다.

무게는 1.8kg이다. 15.6형 노트북이 이 정도면 크게 부담 없이 백팩에 수납하고 도보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다. 내친김에 비보북 15 X513EA와 출근길을 함께 했다. 지옥철 9호선에 들어섰는데, 무게 때문에 딱히 더 고통스러운 건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이 정도면 휴대성은 충분히 뛰어나다. 중저가형 노트북 중에서는 기본에 충실한 편이라 볼 수 있다. 

 

야인시대를 집중해서 볼 수 있다

기존 중저가형 15.6형 노트북은 베젤이 넓은 경우가 많다. 뭐 가격이 가격이니까 어쩔 수 없네. 그렇게 받아들일 순 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기왕이면 다홍치마다. 노트북 화면만큼은 얇았으면 좋겠다. 특이한 취향이 아니고서는 베젤이 넓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비보북 15 X513EA는 15.6형 FHD '나노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분명히 중저가형 노트북인데 놀랍게도 베젤이 얇다. 덕분에 작은 프레임이지만 큰 화면을 구현해냈다. 스크린 대 바디 비율이 85%일 정도다. 베젤이 얇을수록 실제 화면보다 크게 느껴지고 몰입도 또한 높아지는 장점을 제공한다.

내친 김에 영상을 감상해 봤다. 남자라면 당연히 야인시대다. 협객들의 화려한 활약을 생동감 넘치게 볼 수 있었다. 이어 야구 경기를 감상했다. 한국시리즈가 펼쳐지는 야구장의 초록빛 마운드가 깔끔하게 표현된다. 마치 야구선수가 된 것처럼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오래 집중하면 시력에 악영향이 갈까 고민할 수 있다. 그래서 에이수스는 시력보호 기술을 탑재했다. 세계적인 인증기관 TUV 라인란드 연구소의 인증을 받았다고 터치패드 옆에 크게 스티커가 붙어 있을 정도다. 눈 건강은 안심해도 좋겠다.

 

그냥 다 시원하다

시원스러운 건 화면만이 아니다. 비보북 15 X513EA는 간단하게 표현하면 그냥 다 시원하다. 안 시원한 부분을 찾는 게 더 빠르다. 그저 플라스틱 하우징의 노트북 하판과 팜레스트 정도다. 아, 게임을 돌릴 때는 어쩔 수 없다. 그 정도만 제외하면 시원한 노트북이다. 특히 키보드, 스피커, 무선랜, 부팅 속도가 시원스럽다.

키보드는 치클릿 방식이며 키 간 사이가 넓어서 오타가 안 난다. 풀배열 방식이라 생산성 작업(엑셀, 워드)에 강력하다. 엔터 부분이 컬러블록으로 노란 색상으로 처리된 것이 눈에 띄며, 추가로 어두운 곳에서는 키보드 백라이트를 활성화시키고 사용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방향키 크기가 작은 정도며, 전원 버튼이 우측 최상단에 있다는 점이다. 흔히 과제 암살자라 불리는 곳에 있다. 실사용 시에는 그 정도만 조심하면 된다.

또한 굳이 키보드를 시원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타건감 때문이다. 노트북 키보드 중에서는 먹먹한 타건감을 갖춘 제품이 상당히 많다. 먹먹하면 소음이 적긴 한데, 사용할 때는 키스킨을 올려놓고 쓰는 키보드처럼 별 재미가 없다.

그런데 비보북 15 X513EA는 키보드가 부드러우면서도 치는 맛이 좋다. 특히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 찰칵거리는 느낌이 아주 좋다. 그러면서 시끄럽지도 않고, 오래 쓸 때 피곤하지도 않았다. 견고한 일체형 구조와 1.4mm의 키 트래블 덕일듯 하다. 좋은 키보드다. 또, 테두리에 옐로우 색상을 두른 엔터키로 개성과 영(Young)한 감각을 뽐낼 수 있는 포인트도 뒀다.

터치패드에는 지문 센서도 갖추고 있어 로그인할 때 마다 암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터치 한 번이면 쉽고 안전하게 액세스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상단 배젤에는 720p 해상도의 HD 카메라도 적용되어 요즘 같은 언텍트 시대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키보드 하단부를 잘 보면 하만카돈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하만카돈 인증을 받은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다는 이야기다. 빌리 조엘의 ‘Piano Man’의 소리를 최대로 하고 들어봤다. 음이 찢어지지 않고 선명하게 들렸다. 음 구분도 잘 되는 편이다.

무선랜은 Wi-Fi 6(와이파이 6)가 지원된다. Wi-Fi 6는 기존 Wi-Fi 5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 무선으로 제법 괜찮게 게임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4K UHD 영상 스트리밍에도 적합하다. 추가로 부팅 속도도 NVMe SSD 덕분에 속이 시원할 정도로 빨랐다.

 

오버워치가 구동된다

진료는 의사가 보고 약은 약사가 만든다는 말처럼, 고사양 게임은 게이밍 노트북이 담당해야 하고 가성비 데일리 노트북은 가벼운 역할만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가성비 데일리 노트북에 게임은 높은 확률로 최우선으로 포기해야 할 대상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보북 15 X513EA는 게임 성능이 제법 뛰어나다. 11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와 인텔 Iris Xe 그래픽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타이거레이크로 불리는 코어 i5-1135G7(4코어 8스레드)이 탑재됐는데, 벤치마크 결과만 놓고 보면 코어 i7-7700K에 근접할 정도다. 특히 내장 그래픽인 아이리스 Xe가 이전 세대 제품군보다 크게 발전했다. 듀얼 채널 구성이라면 지포스 MX 350보다 조금 못한 정도다.

참고로 비보북 15 X513EA의 본질이 게이밍은 아니기에 쿨링 솔루션이 게이밍 노트북처럼 시원스럽게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도 저소음으로 동작하며 발열 해소도 그럭저럭 잘 된다. 참고로 내부를 확인해 본 결과 온보드 4GB 외에 4GB 메모리가 장착된 추가 메모리 슬롯 한 개, 그리고 42Wh 배터리가 탑재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친김에 오버워치 게임을 실행했다. 1600 x 900 렌더링 스케일 100% 낮음 설정으로 훈련장에서 60 프레임 이상을 기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환경에 따라 그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지만, 옵션 타협을 해 주면 그만이다.

참고로 오버워치 구동 시에는 올코어 2.8GHz, CPU 온도 76도로 확인됐다. 소음은 41dB로 조용한 도서관 수준이다.

즉 이 정도면 내장그래픽으로 그럭저럭 게임도 구동할 수 있다. 참고로 오버워치가 이 정도면 리그오브레전드 정도는 굳이 실행해볼 것도 없다.

 

주급 대비 활약이 뛰어난 영입이 될 수 있다

축구에서는 몸값이 높지만 활약이 저조한 선수들을 주급 도둑이라 하며, 반면 주급 대비 활약이 뛰어나다면 혜자라 부른다. 비보북 15 X513EA는 둘 중에서는 후자에 가깝다. 애초에 몸값도 그리 높지 않아 기대치가 크게 높지도 않은데, 때에 따라서는 본인 몸값 이상의 일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설계했다는 점에 점수를 후하게 쳐줄 만하다. 화면도 크고, 키보드도 시원하며 무선랜 및 부팅 속도도 빠르다. 가격 대비 성능에 중점을 두고 노트북을 선택할 경우, 비보북 15 X513EA에 집중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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