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V 등 덩치 큰 차량 늘어나면서 본격 문콕 전쟁 시대
- 문콕 예방 주차습관…문콕 방지 아이템 등이 최선의 예방법
- 법률과 제도적 필요성 대두…내년부터 주차 공간 넓어지지만

보기만 해도 짜증 유발하는 문콕

“누구냐 넌!”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나는 오늘도 화가 난다. 어느새 못 보던 애마의 옆구리에 스크래치가 발생했다. 한동안 괜찮더니 매너 없는 누군가로 인해 문콕의 상처가 생겼다. 누구지? 언제지? 잡아야 하나? 내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기에는 조금은 사소하다. 누군가는 정말 목숨 걸고 찾아내 책임을 묻는다는데 나는 그럴 시간도 비용도 아깝다. 그런대 문제는 화가 난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가 운전을 하고 있는 오너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지긋지긋한 문콕이다. 필자의 경우 이미 십여개의 문콕 자국을 달고 운행 중이다. 또 가까운 지인 역시도 하루하루 문콕 자국이 늘어나고 있다. 집요하지 않은 성격 탓을 해야 하나? 잡으면 이 화가 가라앉을까? 그야말로 문콕 대전쟁 시대다.

오너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콕이란 차 문을 여닫을 때 다른 자동차의 문을 긁거나 찍어 도색이 벗겨질 정도의 스크래치가 나거나 심하면 움푹 파이는 등의 피해를 유발한 것을 말한다. 우리 오너들에게 사실 어떤 행위나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이 자국은 문콕이라고 생각되는 상처가 있다. 원인이 단번에 파악되는 특징적인 피해 자국, 그 자체가 문콕이다.

 

요즘 온라인에서 유명한 불편한 짤
요즘 온라인에서 유명한 불편한 짤

문콕이 짜증유발 대마왕으로 등극한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보는 것 자체가 좀 불편하다. 잘 정돈된 화장실 바닥 타일 중 딱 하나가 비뚤어져 있거나 빠져 있는 것을 보는 것처럼 뭔가 사소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유발한다. 또 다른 하나는 가해자가 괘씸하다는 것이다. 문콕 자국을 냈더라도 연락처를 남기는 일은 결코 흔하지 않다. 가해자가 별 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짜증이다. 왜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가? 여기에 더해 돈도 나간다. 상처가 깊으면 녹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은 괜찮지만 언젠가는 돈이 나간다.

 

문콕 예방 최상의 자리
문콕 예방 최상의 자리

문콕 예방 주차습관 ‘단독, 일렬, 기둥, 벽’
문콕 스트레스가 유별나다면 단언컨대 예방이 최선이다. 문콕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물론 최고의 예방법은 뚜벅이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방법 보다는 그나마 조금 신경 쓰며 주차를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4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주차 시 원칙을 하나씩 지우며 최선의 주차공간을 찾는 식이다. 4대 원칙이란 단독, 일렬, 기둥, 벽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의외로 단독 주차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유심히 살펴보면 의외로 단독 주차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4대 원칙을 하나씩 설명하면 단독은 말 그대로 단독 주차 공간을 말한다. 이러한 단독 주차 공간은 문콕 예방에 완벽하다. 앞뒤좌우에 차가 없는 완벽한 주차 공간이다. 문제는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독 주차 공간이 존재하는 대형마트에 갔더라도 1개층에 1~2개 자리 정도가 단독 주차 공간이다. 일단 발견한다면 무조건 선점하는 것이 좋다.

 

단독 주차 자리가 없다면 그 다음은 일렬 주차 공간을 찾아보자.
단독 주차 자리가 없다면 그 다음은 일렬 주차 공간을 찾아보자.

일렬은 일렬 주차를 말한다. 문콕에 취약한 옆으로 늘어선 형태의 주차 공간이 아니라 골목길 주차와 같이 앞뒤에만 차가 있는 일렬 주차 공간을 찾는 것이다. 일렬 주차 역시 사실상 문콕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이다. 다만, 초보라면 앞뒤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전설의 뒤에 공간 있어요 짤
전설의 뒤에 공간 있어요 짤

기둥은 온라인 세상에서 “뒤에 공간 있어요”라는 유행어를 만든 바로 그 기둥을 말한다. 사실 기둥과 벽은 동일 선상에 놓아야 한다. 보통 주차선의 가장 마지막에 존재하는 것이 기둥이나 벽이기 때문이다. 운전석 보다는 조수석을 기둥이나 벽에 바짝 붙여 주차하는 것이 좋다. 완벽한 예방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쪽은 보호할 수 있다. 기둥이나 벽이 없더라도 주차선의 마지막에 주차해 한쪽이라도 피해를 예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역시나 가장 피해야 할 주차공간은 양 옆에 모두 차량이 존재하는 가운데 자리다. 4대 원칙을 기준으로 피해야 할 주차공간을 평소 기억해 두는 주차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4대 원칙에 준하는 자리가 없다면? 최소한 마트의 카트 보관함 옆, 옛날 녹색 차량 넘버, 노후 차,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식의 스티커가 부착된 차량 옆 주차를 피하고, 비교적 주차 공간이 넓은 곳, 누가 봐도 신차, 관리 상태가 매우 깨끗한 차량 옆에 주차하자. 본인 차 망가질까봐 문을 조심스럽게 여닫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차량들이 없다면 최소한 문콕 방지 아이템을 장착한 차량 옆에 주차하는 것이 그나마 안심이다.

 

흔하디 흔한 문콕 방지 아이템. 단, 내 차를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다.
흔하디 흔한 문콕 방지 아이템. 단, 내 차를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다.

주차까지 어떻게 신경쓰니? ‘문콕 방지 아이템’
이도저도 싫다면 아이템을 장착 할 수밖에 없다. 문콕 방지 자동차 제품은 크게 두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내 차가 남의 차를 긁지 않도록 하는 아이템, 다른 하나는 남의 차가 내 차를 건들지 못하도록 하는 아이템이다. 전자 보다는 후자가 돈이 많이 들어간다.

남의 차를 긁지 않도록 하는 아이템은 마트나 온라인에 넘쳐난다. 신차일 경우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끝에 달린 새파란 스티로폼 형태로 이미 장착되어 있을 수 있다. 굳이 무엇을 하나 콕 집어낼 필요도 없다. 미관상 괜찮고 어디에 부딪혀도 흠집이 나지 않는 정도면 충분한다.

얇은 것도 있고 두꺼운 것도 있지만, 남의 차를 보호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 1만원 안팎이면 수백여종 중 고를 수 있으니 적당히 알아보고 구매하면 된다. 어차피 남이 나에게 가하는 문콕은 방지가 어렵다. 다만, 내가 가하는 문콕으로 인한 내 차의 상처를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부착 부위, 도어의 끝만 보호 가능하다는 점이다.

남의 차를 보호하는 문콕 방지 아이템이 모든 차량에 장착됐다면 문콕이 상당히 줄어들겠지만 이 조차 없는 차량이 많다. 세차를 하다 뜯겨 나간 이후 잊어먹고 사는 오너들도 많다. 그렇다면 내차를 보호해야 한다. 바로 두 번째 아이템인 남의 차로 인한 내 차의 피해를 줄이는 문콕 방지 아이템이다. 다만, 미관을 다소 해치고 크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저가는 3~4만원에서 고가는 10만원까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거의 완벽하게 보호 가능하다. 차량에 옷을 입히는 수준이다. 스티로폼을 두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자는 여태 2번 정도 목격했다. 두터운 스티로품을 주차 시 부착하는 형태로 나오는 제품들은 자석, 뽁뽁이, 걸이 형태로 부착한다. 차량 내부의 안전벨트와 고리로 연결해 도난을 방지하기도 한다. 다만, 주차 시 유별나다는 이야기를 감수해야 하며, 주차할 때마다 번거롭게 부착하고 운행을 시작할 때마다 번거롭게 탈착해야 한다. 또 그것을 보관해야 한다.

 

탈부착형이 아닌 차량에 붙여버리는 아이템도 있다. 보통 도어 손잡이 아래 공간에 얇고 긴 탄성재질의 문콕 방지 가드를 부착하는 형식이다. 미관상 우수하지만 사용 후기들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피팅숍에 방문해 부착하고 있다. 이 또한 비용이기 때문에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내 차를 보호하는 아이템으로는 미적으로 가장 낫다. 차량 색상과도 맞출 수 있어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에 등장해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잡았다 이놈 짤
잡았다 이놈 짤

문콕은 처벌 되는가? 피해 수습 방법
아무리 예방을 하고 신경을 써도 문콕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섰다면 당연히 블랙박스나 인근 CCTV 등을 통해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만은 아니지만 옆면까지 찍히는 4채널 블랙박스를 장착한 경우 범인 색출에 유리하고, 주차 공간이 CCTV에 바로 찍히는 자리라면 최소한 법적으로 따졌을 때 경찰이라도 대동해 CCTV를 확인할 수 있다. 죽자고 달려들면 분명 방법은 있다.

이에 문콕 가해자가 색출됐다면 증거물을 우선 안전하게 보관 한 이후 연락이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해자와 연락이 되어야 한다. 각종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경찰에 신고해 중재를 받았다는 내용도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경찰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문콕을 경찰에 신고해도 접수가 불가하다. 현행법에서는 주행 중 사고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 가해차와 피해차가 모두 정지 상태에서 발생한 물적피해는 뺑소니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민사로 처리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4채널 블랙박스는 사이드를 확인할 수 있어 범인 색출에 유리하다.
4채널 블랙박스는 사이드를 확인할 수 있어 범인 색출에 유리하다.

다만, “혹시 모르니까”라는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찰에도 신고해 보고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수소문해 연락이 닿아야 한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면 증거물을 제시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싸울 필요까지는 없다. 문콕 수리는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0만원을 기준점으로 잡아 5만원 수준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생각하면 된다. 보험 처리 정도를 요구하면 된다. 끝까지 잡아떼면 사실 방법은 없다. 민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아쉽지만 약간의 사과와 보상만 이뤄지면 만족해야 한다. 물론 내차가 국산차라는 것이 전제다. 만약 내차가 람보르기니라 문짝을 통째로 가는데 수천만원이 든다면, 일단 인터넷 그만 보고 당장 변호사를 선임해라.

한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니 욕이나 한 바가지 퍼붓고 말겠다는 각오도 괜찮다. 애초부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린 것이 아닌가. 문콕을 법률에서 인정하지 않는 제도적 문제와 문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주차 시설의 문제를 한탄할 수밖에.

 

문콕은 제도적 문제…주차장 더 넓어진다
만약 문콕의 가해자가 될 경우 연락처를 남기지 않으면 뺑소니로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도적으로 도입된다면, 아마 너도나도 조심하기 위해 문콕 방지 아이템을 장착하지 않을까? 또 좁은 땅덩어리를 탓해야겠지만 주차 시설의 크기가 넓어진다면, 아마도 지금보다는 문콕이 줄어들지 않을까? 결국 문콕 방지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법과 제도인 것이다.

지난해 이슈가 됐던 뺑소니 행위에 문콕을 포함하는 여부의 결론은 뺑소니는 주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해석이기 때문에 정지와 정지가 만나 발생하는 문콕은 뺑소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교통 관련 법률상에서 문콕은 뺑소니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이에 대한 피해를 호소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실수로 우리 집 유리창을 깼을 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과 같이 그저 민사적인 차원에서만 해결 가능하다.

 

다만, 정부가 주차 시설의 단위구획 최소 크기를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에 위안이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초 발표 내용에 따르면 문콕 사고 방지를 위해 일반형 주차장 폭 최소 기준을 2.3m에서 2.5m로, 확장형 주차장의 경우 기존 2.5m(너비)×5.1m(길이)에서 2.6m(너비)×5.2m(길이)로 확대하는 주차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법 시행 이후 신규 주차장 시설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작 20cm, 가로세로 10cm씩 더 늘어나는 것이지만 그나마 좀 확대된다니 위안을 얻자.

 

이처럼 서로 양보하고 조심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이처럼 서로 양보하고 조심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하지만 문콕이 교통 법규 상 벌금이 부과되는 등 운전자 스스로 문콕 피해를 예방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이 마련되거나 모든 운전자가 스스로 문콕을 매우 조심하고 아이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하는 등의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문콕과의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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