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MD의 4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전 세대 라이젠과 비교해서 엄청난 성능 향상을 실현하여 CPU 업그레이드만으로 시스템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받는 점은 게임 성능이다. 라이젠은 분명히 높은 성능을 제공하지만 유독 게임 환경에서는 경쟁사인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4세대 라이젠은 비로소 그 게임 성능마저도 인텔을 추월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게임은 인텔’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고 만 셈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긴가민가하거나 4세대 라이젠에 불신을 표시하는 이들이 보인다.

물론 PC 업계의 오래된 상식이 깨지는 셈이니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지나가 버린 상식에 얽매여서 쓸모 있는 제품을 놓친다면 안타까운 일. 이제는 새로운 상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 게임 성능이 획기적으로 진보한 4세대 라이젠(사진: AMD)
▲ 게임 성능이 획기적으로 진보한 4세대 라이젠(사진: AMD)

그래서 맨즈랩은 AMD의 4세대 라이젠(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가 진짜로 게임에 강한 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과연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마지막 자존심인 게임 성능도 AMD 라이젠이 압도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직접 양쪽의 성능을 비교해보겠다.

 

4세대 라이젠 vs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번 기사에서 게임 성능을 비교할 CPU는 AMD 4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2종과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2종이다.

▲ 라이젠 5 5600X(좌), 라이젠 7 5800X(우)
▲ 라이젠 5 5600X(좌), 라이젠 7 5800X(우)

현재 출시된 4세대 라이젠 가운데 게이밍 PC용으로 인기 있는 제품인 6코어 CPU ‘라이젠 5 5600X’와 8코어 CPU인 ‘라이젠 7 5800X’를 골랐다. 비교적 적당한 가격이고 대다수 PC 게임이 6코어까지 활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였다.

▲ 코어 i7-10700KF(좌), 코어 i9-10900KF(우) 엔지니어링 샘플
▲ 코어 i7-10700KF(좌), 코어 i9-10900KF(우) 엔지니어링 샘플

인텔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중에서는 8코어 CPU인 ‘코어 i7-10700KF’와 10코어 CPU인 ‘코어 i9-10900KF’ 엔지니어링 샘플(홍보 및 테스트용 샘플)을 준비했다. 둘 다 올해 상반기까지 게이밍 PC용 CPU로 인기가 높았고 가격도 라이젠 5 5600X · 라이젠 7 5800X와 비슷하다.

참고로 인텔 CPU 중에서 KF 모델은 K 모델에서 내장 그래픽이 제외된 모델이다. 따라서 코어 i7-10700KF는 코어 i7-10700K, 코어 i9-10900KF는 코어 i9-10900K와 CPU 성능이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한편 4세대 라이젠과 10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각각 게임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번 기사에서는 테스트 시스템을 제법 신경 썼다.

우선 그래픽카드는 ‘ASUS ROG STRIX 지포스 RTX 3090 O24G GAMING OC D6X 24GB’이다. 현재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을 내는 지포스 RTX 3090 제품이어서 하이엔드(고급형) 게이밍 PC 사용자들이 주로 찾는다.

▲ ASUS ROG CROSSHAIR VIII HERO (Wi-Fi)
▲ ASUS ROG CROSSHAIR VIII HERO (Wi-Fi)
▲ ASUS ROG MAXIMUS XII APEX
▲ ASUS ROG MAXIMUS XII APEX

메인보드는 4세대 라이젠용으로 X570 칩셋 기반 ‘ASUS ROG CROSSHAIR VIII HERO (Wi-Fi)’와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용으로 Z490 칩셋 기반 ‘ASUS ROG MAXIMUS XII APEX’를 준비하였다.

AMD와 인텔 CPU는 장착 가능한 소켓과 기타 규격이 달라서 서로 다른 메인보드를 선택했지만 둘 다 하이엔드 게이밍 PC용으로 적합한 제품이다.

다만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PCI-Express(이하 PCIe) 3.0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ASUS ROG MAXIMUS XII APEX 역시 PCIe 3.0 슬롯만 제공한다. AMD는 작년에 출시한 3세대 라이젠부터 PCIe 4.0을 지원하고 있어서 ASUS ROG CROSSHAIR VIII HERO (Wi-Fi)에도 PCIe 4.0 슬롯이 있다.

메모리는 ‘PNY XLR8 DDR4-3600 Gaming 패키지(8GBx2)’이다. AMD와 인텔 메인보드 양쪽에서 최대 3600MHz(메가헤르츠)까지 작동 가능한 오버클럭 메모리이다. 위험 부담 없이 메인보드에서 3600MHz까지 쉽게 설정할 수 있어서 고성능 게이밍 PC를 구성할 때 적합하다.

SSD는 ‘Seagate FireCuda 510 M.2 NVMe 1TB’이다 PCIe 3.0 기반 NVMe SSD여서 일반적인 SATA SSD보다 5~6배 정도 빠른 읽기·쓰기 속도를 낼 수 있다.

PCIe 4.0 기반 NVMe SSD는 더 빠른 속도를 내지만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PCIe 3.0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이 제품을 선택하였다.

CPU 쿨러는 ‘Lian-Li GALAHAD AIO 360 ARGB’를 골랐다. 이번 기사에서 게임 성능을 비교할 CPU 4종 가운데 쿨러가 제공되는 것은 라이젠 5 3600X 뿐이어서 테스트 시스템에 추가하였다. 큼직한 3열 라디에이터와 쿨링팬 3개가 포함된 일체형 수랭 쿨러여서 발열이 심한 CPU도 수월하게 열을 식힐 수 있다.

 

위에 소개한 부품들로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체제로 윈도우 10 프로(버전 20H2)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각 메인보드 칩셋 드라이버와 지포스 게임 레디 드라이버(버전 457.30)를 설치하였다.

 

 

라운드 1: 라이젠 5 5600X vs 인텔 코어 i7-10700KF

 

이제 본격적으로 CPU 별로 게임 성능을 비교해 보겠다. 선정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등 다섯 가지이다.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프랩스(Fraps) 유틸리티를 사용해서 게임 화면에 실시간으로 FPS를 표시하여 동영상으로 촬영하였고, FPS를 측정하여 그래프도 작성하였다.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와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게임 내 벤치마크를 실행하였다. 모든 게임은 기본 제공되는 그래픽 옵션 중 최고 단계로 설정하였다.

 

우선 라이젠 5 5600X와 코어 i7-10700KF의 게임 성능을 확인해 보았다.

▲ 라이젠 5 5600X 배틀그라운드 테스트

▲ 코어 i7-10700KF 배틀그라운드 테스트

배틀그라운드는 솔로 매치를 한판 끝내고 나서 다시 보기 기능을 통해 동일한 구간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성능을 비교하였다.

테스트 결과 라이젠 5 5600X는 코어 i7-10700KF를 확연하게 앞섰다. CPU와 메인보드만 바뀌었을 뿐인데 마치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라도 한 듯이 서로 큰 차이가 났다. 그래프로 보면 차이를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 라이젠 5 5600X 오버워치 테스트

▲ 코어 i7-10700KF 오버워치 테스트

오버워치는 빠른 대전으로 6:6 대결을 진행하면서 FPS를 실시간으로 비교하였다.

테스트 결과 배틀그라운드 때와 마찬가지로 라이젠 5 5600X는 코어 i7-10700KF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오버워치는 게임 내 지원하는 FPS가 최대 400 FPS이므로 만약 그 한계치가 해제된다면 라이젠 5 5600X 시스템으로 더 높은 FPS를 기록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 라이젠 5 5600X 리그 오브 레전드 테스트

▲ 코어 i7-10700KF 리그 오브 레전드 테스트

세 번째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다. AI 상대 대전 5대5 소환사의 협곡 전투를 진행하면서 FPS를 실시간으로 비교하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라이젠 5 5600X가 코어 i7-10700KF를 앞서는 성능을 보였다. 특히 라이젠 5 5600X는 최소 수치가 240 FPS를 넘어섰기 때문에 240 Hz(헤르츠) 게이밍 모니터도 100% 활용 가능하다.

▲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벤치마크 결과
▲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벤치마크 결과

섀도 오브 툼 레이더 게임 내 벤치마크에서도 승부는 라이젠 5 5600X 쪽으로 기울었다. 코어 i7-10700KF는 CPU 렌더링 성능에서 다소 밀렸다.

▲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벤치마크 결과
▲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벤치마크 결과

몇 주 전 출시된 신작 게임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에서는 코어 i7-10700KF가 처음으로 라이젠 5 5600X를 앞섰다. 혹시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 두 차례 더 벤치마크를 실행해봤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

게임에 따라서 AMD와 인텔 CPU 중 한쪽에 더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인텔 CPU에 최적화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라운드 2: 라이젠 7 5800X vs 인텔 코어 i9-10900KF

이어서 라이젠 7 5800X와 코어 i9-10900KF의 게임 성능을 비교해보겠다.

▲ 라이젠 7 5800X 배틀그라운드 테스트

▲ 코어 i9-10900KF 배틀그라운드 테스트

배틀그라운드 테스트에서 코어 i9-10900KF는 코어 i7-10700KF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라이젠 7 5800X에게 한발 미치지 못하였다.

▲ 라이젠 7 5800X 오버워치 테스트

▲ 코어 i9-10900KF 오버워치 테스트

 

오버워치 테스트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라이젠 7 5800X는 코어 i9-10900KF를 확실하게 앞섰다.

▲ 라이젠 7 5800X 리그 오브 레전드 테스트

▲ 코어 i9-10900KF 리그 오브 레전드 테스트

리그 오브 레전드 테스트에서도 라이젠 7 5800X가 코어 i9-10900KF를 누르고 승기를 잡았다. 코어 i9-10900KF는 비교 대상을 라이젠 5 5600X으로 바꾸더라도 패배를 피할 수 없다.

▲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벤치마크 결과
▲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벤치마크 결과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에서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벤치마크 결과
▲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벤치마크 결과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벤치마크에서는 코어 i9-10900KF가 반격에 성공하였다. 다만 라이젠 5 5600X와 코어 i7-10700KF를 비교한 테스트와 동일하게 6 FPS 차이가 나는 데 그쳤다.

 

이제는 게임에서도 강력한 AMD 라이젠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AMD 4세대 라이젠은 확실하게 인텔 코어 프로세서보다 전반적으로 우월한 게임 성능을 보였다. 특히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세 가지 게임은 마치 몇 세대 전 CPU와 비교한 것처럼 큰 격차를 보여서 AMD가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날카롭게 칼을 갈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인텔의 새로운 무기인 데스크톱용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내년 상반기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그 사이에 게이밍 PC를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하려는 사람에게는 4세대 라이젠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겨우 몇 년 사이에 AMD와 인텔의 위상이 너무나 달라져 버린 상황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다. 앞으로 인텔 역시 더 뛰어난 CPU를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할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지금은 라이젠 전성시대이다. 현재 사용 중인 PC 성능이 부족해서 답답한 사람이라면 4세대 라이젠으로 그 답답함을 통쾌하게 해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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