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 만에 다시 모인 거북이(영상: 엠넷 '다시 한번' 유튜브 채널)
▲ 12년 만에 다시 모인 거북이(영상: 엠넷 '다시 한번' 유튜브 채널)

지난 9일 방송된 엠넷 '다시 한번'에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바람이 실현됐다. 2008년 4월 2일 故터틀맨이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혼성그룹 거북이가 지이, 금비 그리고 故터틀맨이 함께 한 완전체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프로젝트는 故터틀맨의 목소리와 안무가 담긴 자료들을 100일동안 모으고, 인공지능 기술로 故터틀맨의 목소리와 몸동작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무대를 바라본 가족, 펭수, 진행자 하하 그리고 랜선으로 지켜본 팬들까지 진심으로 반기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완전체 거북이가 출현한 '다시 한번'이 방송된 지 약 일주일이 흘렀다. 그럼에도 진한 여운이 여전하다. 거북이가 ‘다시 한번’ 방송에서 불렀던 '새로운 시작' 한 곡이 아닌 그동안 우리가 듣고 즐기며, 희망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한 거북이의 대표곡들을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사계

▲ '사계'가 3번 트랙으로 수록돼있는 거북이 1집 'Go! Boogie!' 음반 자켓사진
▲ '사계'가 3번 트랙으로 수록돼있는 거북이 1집 'Go! Boogie!' 음반 자켓사진

'사계'는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발표한 민중가요로 1년 365일 노동력을 착취 당했던 1970~80년대 여공들의 모습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노래다. 선율은 밝지만 가사를 보면 당시 사회상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리메이크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더군다나 유명한 음악을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소위 잘해야 본전이고 못 하면 비판 아닌 비난만을 받는다. 그럼에도 거북이는 '사계'를 자신들이 추구하는 밝은 분위기의 음악색으로 잘 편곡하여 '사계'라는 음악의 두 번 째 주인이 됐다. 

자칫 잊혀질 뻔한 음악을 리메이크로 세대를 뒤이어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알린다는 것, 쉽지 않지만 성공한다면 기념비적인 결과다. 이를 거북이가 데뷔와 동시 해냈다.

 

 

왜 이래

▲ 음악캠프에서 '왜 이래'를 부르는 거북이(영상: MBCkpop 유튜브 채널)
▲ 음악캠프에서 '왜 이래'를 부르는 거북이(영상: MBCkpop 유튜브 채널)

엄밀히 ‘사계’는 거북이의 순수창작곡이 아님에, 거북이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만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히 거북이의 음악이 어떤지 대중들은 알 수 없었다. 

거북이는 정규음반 2집 활동곡 'Come On'과 '왜 이래'로 활동해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 그룹인지 선명하게 밝혔다.

특히 '왜 이래'는 여럽지 않고 경쾌한 멜로디에 듣는 이들에게 힘을 주는 가사로 채워 거북이가 본격적으로 넓은 영역의 팬들의 지지를 받게 된 이유를 제공했다. 쉬우면서도 희망을 주는 음악, 거북이의 음악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문구일 것이며 그 시작이 '왜 이래'였다.

 

 

나는

▲ '나는'이 2번 트랙으로 수록돼있는 거북이 2집 'Turtles 2' 음반 자켓사진
▲ '나는'이 2번 트랙으로 수록돼있는 거북이 2집 'Turtles 2' 음반 자켓사진

거북이 2집에는 총 15개의 음악이 수록됐다. 어느 대중가수들이든 통상적으로 음악방송에서 활동하는 혹은 음반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곡, 2곡정도 둔다. 그래서 대중들은 그 활동곡들만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나머지 비활동곡들도 해당 가수가 노력 끝에 만들어낸 음악적 산물이다. 거북이 2집 2번 트랙 '나는' 활동곡이 아니란 이유로 잊혀지긴 너무 아까운 곡이다. 거북이의 음악색을 감안했을 때 다소 무겁게 들리지만 가사 속 '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다시 돌이켜보고 결국 '나'는 계속 세상을 향해 노래와 춤을 춘다는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을 말하고 있다. 

약간 다른 음악색을 추구한 '나는'이라는 음악이지만, 그 숨어있는 트랙 '나는'으로도 거북이는 우리와 교감하고 있었다.

 

 

빙고

▲ '빙고'가 4번 트랙으로 수록돼있는 거북이 3집 'Turtles: 3' 음반 자켓사진
▲ '빙고'가 4번 트랙으로 수록돼있는 거북이 3집 'Turtles: 3' 음반 자켓사진

'빙고'는 상대가 자신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바를 정확히 읽어내거나, 자신의 질문에 대해 만족스런 답변을 내놓았을 경우 외치는 감탄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자신이 기대했던 바가 현실이 되어 들뜨게 된 마음을 표현할 때 쓰이는 일종의 속어다. 

거북이가 추구하는 음악 방향과 너무나 들어맞는 단어다. 거북이는 '빙고'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었다. 마치 '빙고'라는 단어가 음악으로 만들어지면 이럴 것 같다는 청각적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거북이 맴버의 이름인 '터틀맨', '지이', '금비' 그리고 팀 이름 '거북이'의 음절들을 첫 글자로 해 가사를 꾸민 것은 백미 중에 백미였다. 음악의 분위기, 가사의 재치까지 '빙고'는 두말할 것 없이 거북이의 대표곡 중 하나다.

 

 

비행기

▲ '비행기'가 3번 트랙으로 실려있는 거북이 4집 '거북이 사요!!' 음반 자켓사진
▲ '비행기'가 3번 트랙으로 실려있는 거북이 4집 '거북이 사요!!' 음반 자켓사진

 항상 밝은 음악을 들려주려했던 거북이의 의도와는 달리 '비행기'는 결국 가장 슬픈 가사를 가진 음악이 됐다. 거북이의 음악 '비행기' 중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라는 가사를 들으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파란 하늘 위로 날아가버린 故터틀맨의 이별이 겹친다.

어렸을 적 비행기를 보았을 때 떨리는 동경을 거북이 음악 특유의 신나는 분위기로 승화한 노래가 '비행기'다.  거북이의 음악을 들으며 故터틀맨의 이별을 갑자기 맞이한 대중들은 신나는 분위기와 슬픈 감정이 '비행기'를 들으면 같이 들 것이다. 부정하지 말자. 그 감정 그대로 느끼는 것이 현재 '비행기'를 감상하는 방법일 것이다.

 

안타깝게 세상을 갑자기 떠난 대중가수들이 여럿있다. 그럼에도 왜 엠넷 '다시 한번' 제작진은 첫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거북이로 선정했을까? 그리고 대중들은 '다시 한번' 거북이 완전체 복원 프로젝트에 여전히 감동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거북이는 쉬우면서 희망을 주는 음악을 우리에게 여러차례 건냈고 그 음악들이 시기 를 막론하고 우리 가슴에 와닿아 남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동안 거북이의 음악이 계속 귀에 맴돌 것 같다.

'다시 한번'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인공은 故김현식이다. 故김현식도 거북이와 같이 우리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故김현식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고 있다. 이제는 바람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故김현식과의 재회가 기다려진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