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초, 엠넷에서 인공지능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를 선보였다. 2회 분에 걸친 방송분에서 故터틀맨을 인공지능으로 복원시켜 혼성그룹 '거북이' 완전체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어 故김현식의 모습 역시 복원돼 그만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이 흐름에 맞춰 이전에 국내 가수 중에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우리에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안겨준 이들을 떠올려 '다시 한번'에게 간접적으로 인공지능 복원을 부탁한 바 있다. 

한 번 더 부탁하려 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시선을 넓혀 인공지능으로 복원된다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줄 뮤지션엔 누가 있는지.

 

 

지미 헨드릭스

▲ 1970년 11월 20일 'Live in Maui' 발매 기념 공연 중 지미 헨드릭스 모습
▲ 1970년 11월 20일, 'Live in Maui' 발매 기념 공연 중 지미 헨드릭스 모습

기타라는 악기는 세계에 가장 많이 보급돼있는 악기다. 기타를 단순히 이분법으로 분류한다면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로 기타'로 나뉜다. 

그렇다면 기타의 절반인 '일렉트로 기타'에 시선을 두고, 시대불문 '일렉트로 기타'의 최고 연주자는 누구인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된다. 단연코 지미 헨드릭스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연주하는 속주(速奏)부터 속도보다 운지법을 정확히 하여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완주(緩奏)까지. 그리고 퍼즈, 와우 페달, 유니바이브 등 1960년대 갓 등장한 기타 이펙터 사용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지미 헨드릭스 이후 모든 일렉트로 기타 연주 영향력을 자신 아래로 두었다. 

인공지능 복원 프로젝트의 대상이 목소리를 쓰는 가수만 돼서는 안 된다. 지미 헨드릭스의 아름다운 기타 연주와 격정적인 기타 퍼포먼스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밥 말리

▲ 1979년 7월 21일, 'Amandla Festival'에서 'No Woman No Cry'를 부르는 밥 말리의 모습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다양한 장르들 중 하나의 장르 부문 선구자나 대중들이 먼저 떠올리는 대표 격 뮤지션이 된다는 것은 음악가를 넘어 예술가로서 길이 남을 영광이다. 레게 음악 장르에 해당되는 인물이 밥 말리다. 

밥 말리는 1974년 'No Woman No Cry'를 발표하여 전 세계에 레게라는 장르를 알리고 음악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밥 말리 음악 대부분의 가사 내용은 평화였다. 

밥 말리는 레게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도 남았다. 그의 목소리와 외침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현세대의 평화음악을 다시 들려준다면 레게의 진정한 가치를 모두가 느낄 것이다.

 

빅토르 초이

▲ (사진: Gazeta)
▲ (사진: Gazeta)

러시아 문화는 비교적 우리에게 낯설다. 러시아에도 대중들은 존재하고 대중문화 역시 존재한다. 러시아 대중문화 역사 통틀어 영향력을 가장 넓고 깊게 끼친 예술가가 밴드 키노의 보컬 빅토르 초이다.

'자본주의에는 비틀즈가 있다면 공산주의에는 키노가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러시아 대중문화 역사에 있어 키노 그리고 빅토르 초이의 영향력은 현재까지도 막대하다. 국민들의 문화생활 영유를 소련 정부가 통제를 하던 1980년대, 빅토르 초이는 키노의 음악을 당시 시대상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음악으로 이끌었으며 억압당하던 소련의 대중들은 빅토르 초이의 목소리에 열광했다. 

키노가 활동하던 세계정세는 냉전시기였음에도 키노의 음악은 당시 소련을 넘어 자본주의 국가 시장에 진출했을 정도로 키노의 전성기 위세는 대단했다. 

1990년 빅토르 초이는 갑작스러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대중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국가와도 맞서기도 했다. 그가 인공지능으로 다시 부활해 현재의 시대를 과거처럼 노래해준다면 추운 시베리아 권역은 과거처럼 뜨겁게 들끓을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

▲ 1985년 7월 13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Live Aid'에서 열창하는 프레디 머큐리 
▲ 1985년 7월 13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Live Aid'에서 열창하는 프레디 머큐리 

우리는 이미 '퀸 신드롬'과 '프레디 머큐리 신드롬'을 2018년 말 경험한 바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의 모습은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과 비교했을 때 싱크로율이 상당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짜다. 라미 말렉이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했을 뿐 그 자체가 아니다. 

인공지능 복원은 대상 인물의 실제 목소리와 몸짓을 재료로 한다. 인공지능이 진짜다. 만약 프레디 머큐리가 인공지능으로 복원된다면 그가 그의 목소리로 '진짜' 돌아오는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위대한 록커'로도 부르지만 '최고의 보컬리스트'로도 칭한다. 프레디 머큐리의 가창에 시대가 초월하여 환호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으로 부활한 프레디 머큐리가 현대 세대가 창조한 음악에 새로운 메시지를 목소리로 노래해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임이 분명하다. 

 

커트 코베인

▲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뮤직비디오 中
▲ (사진: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뮤직비디오 中)

전 세계 록음악의 역사를 책으로 편찬한다면 반드시 기록돼야 할 인물들이 몇몇 있다. 커트 코베인 역시 그 역사책에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서구 음악 시장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보다 돈을 우선적으로 벌기 위한 상업음악이 주를 이루던 시기였다. 1990년 커트 코베인이 보컬로 있던 너바나가 'Smells Like Teen Spirit'를 발표하며 록음악과 대중음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이후 헤비메탈이 아닌 얼터너티브 록이 주류 음악의 한 갈래로 자리 잡으며 커트 코베인과 너바나의 위상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1994년 4월 5일 커트 코베인은 약물중독에 이은 권총 자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전성기를 달리던 밴드 보컬의 충격적 죽음이었기에 아직까지도 커트 코베인의 죽음을 실감치 못 하는 팬들이 많다. 만약 인공지능이 커트 코베인 금발머리와 그의 목소리로 새롭게 불려지는 얼터너티브 락의 충격을 다시 구현한다면 너바나가 선사하는 두 번째 격변이 될 것이다.

 

투팍

▲ (사진: 'Hit 'Em Up' 뮤직비디오 中)
▲ (사진: 'Hit 'Em Up' 뮤직비디오 中)

비교하자면 록음악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힙합 역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힙합 역사에 있어 선두에 서며 후대 힙합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투팍이다. 

당시에는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힙합 문화를 들고 나온 투팍은 정면으로 세상에 부딪쳤다. 그래서일까?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사고에서 용의자들은 자신들의 범행 동기에 투팍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투팍은 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심에 섰다. 잦은 회자로 투팍은 기성세대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반면 어린 세대들에게 새로운 힙합 문화의 거물로 칭송받기도 했다. 

1996년 9월 7일 밤 도로 위 총격전으로 총상을 입은 투팍은 6일 간 사경을 헤매다 사망했다. 사망 후에도 투팍의 음반은 2006년까지 발매됐다. 그의 음악적 산물량이 방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 의미로 2021년까지 존재감이 유효한 투팍이 인공지능으로 다시 돌아온다면 전 세계가 힙합의 태생을 다시 느낄 것이며 힙합 역사에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로니 제임스 디오

▲ (사진: 로니 제임스 디오 공식홈페이지)
▲ (사진: 로니 제임스 디오 공식홈페이지)

인공지능 복원 취지에 딱 들어맞는 뮤지션이 있다. 그는 방대한 음악예술폭을 가졌다. 그는 누구나 그리워하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그는 새로운 음악과 만나 분명한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그는 로니 제임스 디오다.

동네 아저씨 같은 외모에 163cm 밖에 안 되는 키를 가진 로니 제임스 디오는 헤비메탈에 유용한 긁는 목소리에서 중후한 무게감을 스탠더드 목소리까지 되레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복원 욕구를 일게 하는 뮤지션이다.

로니 제임스 디오가 인공지능 복원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면 장르 불문 어떤 음악과 새로이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그만의 록 보컬이 가미된 음악을 제일 먼저 듣고 싶다. 아니 그보다 더 먼저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으로 악마의 눈을 찌르는 '로큰롤 사인'으로 그의 부활을 확인하고 싶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감동을 낳는다

지난 번엔 국내 뮤지션 그리고 이번엔 해외 뮤지션 대상으로 인공지능 복원을 통해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들을 짚어보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을 대중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故터틀맨과 故김현식의 인공지능 부활로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이렇게 '다음은 누가 될까? 누가 좋을까? 누가 보고 싶지?'라는 식의 즐거운 상상까지 해보게 된 것이다.

각기 다른 분야의 만남, 특히나 '기술+예술'이라는 공식은 '감동'이라는 답을 항상 내려주는 '근의 공식'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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