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UFC)
▲ (사진: UFC)

한국시간으로 오는 1월 24일 UFC 257이 열린다. 'UFC'라는 세 알파벳 뒤에 숫자가 붙는 'UFC 넘버링' 시리즈는 주로 타이틀전을 마지막 매인 매치로 배치한다. UFC 체급 타이틀전은 거의 'UFC 넘버링' 시리즈에서 열릴 만큼 'UFC 넘버링' 시리즈는 UFC 흥행을 지탱하는 핵심 이벤트다. 

그러나 이번 UFC 257엔 타이틀전이 없다. 그렇다면 누가 메인 매치를 장식할까? 근 1년 만에 돌아오는 UFC의 악동 코너 맥그리거(이하 맥그리거)가 장식한다. 맥그리거는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2차전으로 UFC 257 메인 매치를 맡게 됐다. 

이는 맥그리거기에 가능하다. 타이틀전이 아니더라도 출전만으로 UFC에서 힘을 쏟는 'UFC 넘버링' 시리즈 흥행을 보증하는 선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맥그리거는 UFC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을까? 트래쉬 토킹, 남성적인 외모 등이 있겠지만 통산 86%에 달하는 가장 격투기 본질적인 매력, KO 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출전하는 대부분의 경기를 화끈한 KO로 승리하기 때문에 세계 모든 격투기 팬들도 맥그리거를 내심 기다리고, UFC 사장 데이나 화이트도 맥그리거가 사고뭉치여도 끝내 버리지 못 하는 것이다. 지금의 '코너 맥그리거'를 만든 맥그리거의 주요 KO 연대기를 확인해보자.

 

 

vs 마커스 브리매지 (UFC on Fuel TV 9)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맥그리거는 2008년에 데뷔하여 자국 아일랜드 격투기 단체 COT, CWFC에서 주로 활동했다. 

아일랜드 땅만으로는 맥그리거가 만족하지 못 했다. 12승 중 무려 9번을 1라운드 KO승으로 거두며 데이나 화이트 눈에 들어왔다. 

그리하여 맥그리거는 2013년 4월 7일 열린 UFC on Fuel TV 9에서 UFC 데뷔전으로 마커스 브리매지를 상대했다. 경기시간은 1분 7초면 충분했다. 아웃복싱 기반 원거리 타격, 경쾌한 스텝은 브리매지의 수준을 충분히 웃돌았다. 

맥그리거가 직접 KO로 쓴 UFC 연대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vs 더스틴 포이리에 (UFC 178)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맥그리거는 브리매지를 제압한 후, 이후 맥스 할로웨이와 디에고 브랜다오 연달아 꺾으며 UFC 페더급(-66kg)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맥그리거에겐 이름값이 높은 상대가 필요했다. UFC 페더급에서 10경기나 치르며 잔뼈가 굵었던 더스틴 포이리에와 UFC 178에서 맞붙게 됐다. 

경기는 맥그리거의 지난 승리들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옥타곤 경험에서 앞서는 포이리에는 효과적으로 맥그리거의 타격을 카운터 펀치와 어깨 가드로 무력화했다. 

맥그리거의 고전이 예상되던 찰나, 옥타곤 벽으로 포이리에를 몰던 맥그리거는 포이리에의 후두부 부분에 짧은 훅을 적중시켜 KO승을 따냈다. 후두부 반칙성 타격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과 별개로, 주목해야 했던 건 그 짧은 훅을 맞았다고 상대가 앞으로 고꾸라졌다는 사실이다. UFC 페더급의 매력은 비교적 경량급으로 분류됐기에 무게감보단 속도였다. 이 UFC 페더급 판도를 뒤흔들만한, 맥그리거는 '하드 펀처'였다. 정교한 타격에 파워까지 갖춘 맥그리거였다는 것이 포이리에와의 1차전에서 드러났다.

 

vs 데니스 시버 (UFC Fight Night 79)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승승장구하던 맥그리거가 슬슬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다음 상대 독일인 데니스 시버에게 나치를 언급하며 도발했다. 대놓고 경기 시간을 2분 안으로 끝낼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승리를 확신하며 UFC 페더급 타이틀 도전권을 즉시 요구했다. 우리가 알던 '악동'의 모습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위 언행들이 실력과 동반되지 않는다면 '악동'이 아닌 '관종' 취급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데니스 시버와의 경기마저 2라운드 1분 54초 만에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TKO를 따냈다. 

사실 이 경기의 백미는 경기 내용이 아니라 경기가 끝난 다음이었다. 경기 끝을 알리는 공이 울리고 난 후 맥그리거는 옥타곤을 뛰어넘어 관객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당시 UFC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를 향해 직접적인 도발을 행했다. 

그렇게 맥그리거는 데니스 시버를 제물로 하여 자신의 앞에 조제 알도를 소환하고 있었다.

 

vs 채드 멘데스 (UFC 189)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결국 맥그리거는 조제 알도를 자신의 앞에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맥그리거가 데니스 시버를 꺾고 데이나 화이트는 즉시 UFC 189에서 조제 알도의 차기 UFC 페더급 타이틀 방어전 상대는 맥그리거가 될 것임을 선포했다. 

2015년 4월 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UFC 189 월드 투어'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맥그리거는 알도의 UFC 페더급 챔피언 벨트를 강탈해 소리를 지르는 등 기행을 보여, UFC 189에서 열릴 알도와의 타이틀전을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게 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다. 6월 24일 알도가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해 당시 UFC 페더급의 '2인자' 채드 멘데스가 대신 맥그리거를 상대하게 됐다. 레슬러에 가까운 멘데스의 스타일 상 맥그리거가 드디어 패배할 수도 있다는 예상 등이 경기 전 일곤 했다. 

맥그리거는 알도를 도발할만한 선수가 맞았다. 1·2라운드 대부분을 멘데스의 테이크다운을 막지 못 해 등을 옥타곤 바닥에 댄 채로 보내며 체력을 많이 잃었다. 그러나 2라운드 막바지 자신의 전매특허 원거리 펀치를 멘데스 안면에 적중시키며 역전 KO승을 일궈냈다. 

UFC 페더급의 '2인자' 멘데스까지 꺾은 맥그리거는 명분에 있어서도 당당히 알도를 자신 앞으로 소환할 수 있었다.

 

vs 조제 알도 (UFC 194)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세계 격투기 단체들은 12월에 열리는 연말 이벤트를 가장 공들인다. UFC도 마찬가지였다. 원래 데이나 화이트 사장의 계획은 여름에 조제 알도와 맥그리거의 '세기의 대결'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1차 계획이 무산되고, 이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 데이나 화이트는 12월 12일 UFC 194의 메인 매치를 알도와 맥그리거 간 UFC 페더급 타이틀전으로 치러질 것임을 재차 선포했다. 이로써 2015년의 UFC가 '조제 알도 vs 코너 맥그리거'로  단번에 요약될 정도로 모든 관심이 이 대결로 쏠렸다. 

한 해를 장식한 대립의 결말은 실로 경악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허무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고 13초 만에 전진 스텝을 밟으며 펀치를 뻗는 알도의 턱에 맥그리거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적중했다. 그렇게 알도는 실신했고 경기는 끝나버렸다. 2006년 5월 20일부터 모든 경기를 승리했던 알도에게 근 10년 만의 패배를 맥그리거는 13초 실신 KO로 안겨주었다. 

실로 역사적인 KO 승부였다. 알도는 이후 최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챔피언과는 거리가 서서히 멀어져 현재는 밴텀급(-63kg 이하)으로 체급을 하향했다. 맥그리거는 결국 UFC 페더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아 당당히 UFC의 흥행여부를 결정짓는 스타의 반열에 여전히 위치하고 있다.

 

 vs 에디 알바레즈 (UFC 205)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UFC 페더급은 맥그리거에게 좁았나 보다. UFC 페더급 타이틀까지 반납하면서 맥그리거는 다음 행선지를 라이트급(-70kg)으로 정했다. 라이트급 도전 과정에 벌어진 네이트 디아즈와의 2연전은 알도와의 대립만큼이나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비록 디아즈와의 대결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으며 UFC 첫 패배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거친 대립 과정으로 자신의 몸값을 드높여 다음 경기를 바로 UFC 라이트급 타이틀전 에디 알바레즈와의 대결로 확정시켰다. 이 과정에서 UFC 선수들과 팬들은 '이름값만 높이면 타이틀전을 하게 해주는 것이냐', '착실히 승리를 쌓아온 우리는 뭐냐'는 식의 비난이 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맥그리거는 UFC 라이트급까지 두 체급 정복을 위한 대결이 시작됐다. 에디 알바레즈는 챔피언이란 위치가 부끄러울 정도로 맥그리거의 타격에 한참 못 미쳤다. 맥그리거 특유의 현란한 아웃파이팅 스텝에 전혀 대처하지 못 했고 카운터 펀치를 연달아 허용해 2라운드 3분 4분 만에 UFC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를 맥그리거에게 내주어야 했다. 

이로써 맥그리거는 랜디 커투어, BJ 펜에 이은 UFC 역사 상 3번째 '두 체급 석권 챔피언'이 되는 역사를 썼다.

 

vs 도널드 세로니 (UFC 246)

▲ (사진: UFC 유튜브 공식 채널 캡처)

UFC 라이트급 챔피언까지 된 맥그리거는 더욱 시끄럽게 살았다. 

종목을 허문 세기의 대결,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복싱 경기로 2017년을 보냈다. 하지만 장기간 UFC를 떠나 있었으므로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2018년 1월 박탈당했다.

챔피언이 아닌 야인이 된 UFC로 복귀를 결정하고 2018년 당시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야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강력하게 도발했다. 2015년을 조제 알도와의 대립으로 장식했듯이, 2018년 UFC를 하빕 누그마고메도프와의 대립으로 장식했다. 하지만 이 세기의 대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하고 다시 15개월간의 장기간 휴식에 들어갔다. 

2020년 1월 19일 UFC 246에서 웰터급(-77kg) 경기로 돌아온 맥그리거는 자신의 건재함을 완벽하게 알렸다. 9년 간 UFC에서 35경기를 치른 베테랑 도널드 세로니를 상대로 자신만의 정확하고 무거운 타격에 클린치 숄더 타격까지 더해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를 선보였다. 복귀를 알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1라운드 40초 뿐이었다.

긴 여정을 마치고 약 3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었던 진정한 맥그리거의 모습이었다.

 

'유일무이' 악동, 코너 맥그리거 

맥그리거 대부분의 언행이 아슬아슬하다. 상대방을 향한 각종 도발, 각종 범죄 연루, 상습적 타이틀 방어전 기피 등 온갖 미운 짓을 골라서 하는 '악동' 맥그리거다. 

그럼에도 우리는 맥그리거가 복귀한다면 내심 반기고 기대하게 된다. 왜? 위 맥그리거가 KO로 쓴 연대기를 살펴봤듯이, 누구나 격투기를 보는 제1의 이유인 '화끈한 경기'를 보장하니까. 

온갖 사고를 치고다녀도 수준급 명경기를 양산하는 맥그리거는 '유일무이'한 존재임이 확실하다. 이제 다시 UFC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인 맥그리거의 이번 경기, 더스틴 포이리에와의 2차전을 흥분된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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