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Z로 유명한 다이나믹 로보 극장판 시리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은 ‘마징가 Z 대 암흑대장군’이다. 무적의 슈퍼로봇 마징가 Z가 새롭게 등장한 적대 세력 미케네 제국과 사투를 벌이다 처절하게 파괴되고, 새로운 주인공 그레이트 마징가가 등장해 전투수 군단을 쳐부수며 마징가Z를 구출한다. 해당 작품이 중요했던 이유는 창작물에서의 ‘주역 교체’라는 개념을 확립시켰기 때문이다.

주역 교체는 말 그대로 주인공이 기존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교체되는 것이다. 기존 주인공에 익숙한 팬들에게 새로운 주인공을 납득시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캐릭터와의 교대극을 묘사하면서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엄청난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마징가 Z 대 암흑대장군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장렬한 교대극을 선보였다. 또한, 그레이트 마징가는 마징가 Z의 후속기답게 엄청나게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덕분에 기존 마징가 Z의 팬들도 그레이트 마징가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놀랍게도 CPU도 그런 멋진 교대극이 있다. 라이젠 5 3600과 라이젠 5 5600X가 이에 해당된다.

 

 

CPU 주역 교체의 좋은 사례

CPU도 슈퍼 로봇처럼 주역 교체를 하며,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가 나뉜다. 실패 사례는 펜티엄 3 투알라틴과 펜티엄 4 윌라멧이 가장 유명하다. 당시 펜티엄 4 윌라멧은 펜티엄 3 투알라틴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이름만 놓고 보면 펜티엄 3의 후속기로 등장한 제품이었지만, 처절하게 팀킬을 당한 것이다. 심지어 투알라틴 기반 셀러론보다도 성능이 떨어질 정도였다.

반면 성공 사례는 앞서 언급한 AMD 라이젠 3000, 5000 시리즈다. 특히 젠2 아키텍처의 주인공 라이젠 5 3600은 마징가 Z처럼 오랜 시간 활약했다. 라이젠 5 3600은 당시 인텔의 하이엔드 프로세서였던 코어 i7-8700에 준하는 성능을 지녔지만, 근본은 라이젠 5 프로세서이기에 코어 i5 프로세서와 비슷한 가격대(20만 원대 초반)에 포진됐다. 그렇기에 라이젠 5 3600은 9세대 코어 i5 프로세서 상대로 시원하게 완승한 뒤, 메인스트림 시장을 석권했다.

그런 라이젠 5 3600은 10세대 코어 i5-10400이 등장한 뒤 잠깐이나마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두 CPU는 코어, 스레드 수가 같고 성능도 비슷하다. 변수는 고클럭 메모리의 사용 여부였다. 즉 PC에 익숙하다면 라이젠 시스템을 선택해 성능을 더 끌어낼 수 있었다.

반면 라이젠 7 3700X는 코어 i9-9900K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코어 i7-10700K가 등장해 고전하기 시작했다. 작업 성능은 비슷하지만, 게임에서는 다소 열세였다. 이에 AMD는 젠3 기반 프로세서를 준비했고,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제품이 라이젠 5 5600X다.

 

 

위대한 후속작 라이젠 5 5600X의 등장

라이젠 5 5600X는 첫 등장부터 상당히 놀라운 CPU였다. 가격만 놓고 보면 기존 라이젠 5 3600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라이젠 7 3700X를 대체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라이젠 5 5600X는 싱글 코어의 성능이 크게 강화돼 6코어 12스레드로도 기존 8코어 16스레드 프로세서를 상회하는 성능을 지녔다. 게임 성능만 놓고 보면 코어 i9-10900K 프로세서와도 비교할 정도였다. 위대한 후속작이 등장한 것이다. 덕분에 라이젠 5 5600X의 경쟁 상대는 코어 i5-10400이 아닌 코어 i7-10700K였다.

현시점에서 AMD 라이젠 5 5600X와 인텔 코어 i7-10700K의 대결은 라이젠 5 5600X의 완승으로 끝난 상태다. 6코어 12스레드 CPU인 라이젠 5 5600X가 8코어 16스레드인 코어 i7-10700K와 비슷한 가격을 갖춘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멀티코어의 라이젠 7 2700X와 IPC가 높았던 코어 i7-8700K가 경쟁했던 그 구도가 정반대로 재현된 것이다.

그럼 이제 라이젠 5 3600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미 화려하게 등장한 라이젠 5 5600X와 주역 교체는 마친 상태다.

하지만 주역 교체는 마쳤더라도 라이젠 5 3600은 여전히 쉴 수 없다. 같은 라이젠 5 라인업이라지만, 가격대가 너무 다르다. 라이젠 5 3600은 20만 원대 초반으로 메인스트림, 라이젠 5 5600X는 40만 원대 초반으로 하이엔드 라인업에 해당한다. 두 CPU의 가격 차이면 그래픽카드 등급이 바뀔 정도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게이머라면 메인스트림 게이밍 CPU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라이젠 5 3600이 아직 쉴 수 없는 이유다.

▲ 라이젠 5 3600. 아직 쉴 수 없다.
▲ 라이젠 5 3600.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

 

 

새로운 생명이 타오른다

그렇다면 라이젠 5 3600은 지금도 활약할 수 있을까? 대세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확인해 봤다. 패키지 게임은 CPU 성능이 중요한 토탈 워 사가:트로이를 선택했다.

대조군은 숙명의 라이벌인 코어 i5-10400F와 코어 i3-10100F다. 참고로 코어 i3-10100F는 코어 i3라 자칫 무시할 수 있는데, 사실 이 CPU의 정체는 코어 i7-7700이라 볼 수 있다. 그 정도로 코어 i7-7700과 비슷한 성능을 지녔다. 과거에는 고성능 하이엔드 게이밍 CPU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 코어 i3로 새 삶을 살게 된 셈이다.

참고로 이번 비교에는 라이젠 3 3300X도 포함된다. 해당 CPU는 1 CCX 구조로 4코어 8스레드 CPU 중에서는 최고의 게이밍 성능을 갖췄다. 4코어 8스레드의 최강자였던 코어 i7-7700K와 비교해도 이길 정도다. 같은 4코어 프로세서 i3-10100F는 확실하게 넘어서며, 코어 i5-10400F에 근접한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메모리 클럭은 기본 설정으로 진행된다. AMD 시스템은 3200MHz, 인텔 시스템은 2666MHz다.

▲ 라이젠 5 3600, 라이젠 3 3300X, 코어 i5-10400F, 코어 i3-10100F를 비교한다.
▲ 라이젠 5 3600, 라이젠 3 3300X, 코어 i5-10400F, 코어 i3-10100F를 비교한다.

 

 

테스트 시스템 사양은 다음과 같다.

AMD 메인보드 - ASUS PRIME B450M-A

인텔 메인보드 - ASUS EX-H410M-V3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4-3200 CL22 8GB x2

VGA - MSI 지포스 RTX 3080 벤투스 3X OC D6X 10GB

SSD – ADATA Ultimate SU900 256GB, Seagate 바라쿠다 Q1 SSD 960GB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80PLUS GOLD 230V EU 풀모듈러

쿨러 – 잘만 CNPS17X

케이스 - 투렉스 DOMA F1 BOOSTER

▲ 두 시스템 모두 RTX 3080을 장착한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쿨러는 잘만 CNPS17X를 사용했다.
▲ 두 시스템 모두 RTX 3080을 장착한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쿨러는 잘만 CNPS17X를 사용했다.

 

▲ 마이크론의 DDR4 3200MHz 8GB 메모리를 듀얼 채널로 구성했다.
▲ 마이크론의 DDR4 3200MHz 8GB 메모리를 듀얼 채널로 구성했다.
▲ 테스트에는 에이수스 메인보드를 사용했다.
▲ 테스트에는 에이수스 메인보드를 사용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젠 5 3600이 가장 앞서 있다. 코어 i5-10400F와 라이젠 3 3300X는 비슷한 성능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젠 5 3600이 가장 앞서 있다. 코어 i5-10400F와 라이젠 3 3300X는 비슷한 성능이다.
▲ 배틀그라운드도 라이젠 5 3600이 가장 높고 코어 i5-10400F와 라이젠 3 3300X가 비슷한 성능으로 확인됐다. 코어 i3-10100F는 가장 낮다.
▲ 배틀그라운드도 라이젠 5 3600이 가장 높고 코어 i5-10400F와 라이젠 3 3300X가 비슷한 성능으로 확인됐다. 코어 i3-10100F는 가장 낮다.
▲ 토탈 워 사가: 트로이는 라이젠 5 3600과 코어 i5-10400F가 비슷하고, 라이젠 3 3300X가 조금 낮게 나왔다. 코어 i3-10100F는 현저히 차이가 난다.
▲ 토탈 워 사가: 트로이는 라이젠 5 3600과 코어 i5-10400F가 비슷하고, 라이젠 3 3300X가 조금 낮게 나왔다. 코어 i3-10100F는 현저히 차이가 난다.

 

지나간 영웅이 아니었다

현시점에서의 라이젠 5 3600, 라이젠 5 3300X의 성능을 확인했는데,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며 패키지 게임에서도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즉 라이젠 5 3600, 라이젠 3 3300X은 게이밍 용도로는 변함없이 뛰어나다.

두 CPU는 이제 빛나는 주인공의 위치는 아니다. 그렇지만 성능만 놓고 보면 강력한 조력자로 활약할 수 있다. 주역에서 물러나 그저 그렇게 잊혀지는 역할이 아닌, 끝까지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매력적인 CPU들이다. 가성비가 중요한 메인스트림 게이밍 CPU 시장에서 두 CPU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변함없이 제 몫을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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