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로고

2021년을 맞이한 지금 '넷플릭스'란 네 글자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넷플릭스' 가입자를 발견할 수 있다. 교수님은 '넷플릭스'로 접속해 강의 중 필요한 영상을 재생하여 연구에 활용하기도 한다. 어느 날 공개된 모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현재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우리 삶과 피부에 가까이 맞닿아 있다. 

이제 영상을 보려거든 굳이 영상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감상하지 않는다.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이 실시간 영상 감상을 돕고 있으며 일정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만큼 영상 감상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을정도로 스트리밍 대표 플랫폼이다. 

소위 저녁 7시에서 10시를 일컫는 '프라임 타임' 미국 인터넷 이용 목적을 분석해보니 1/3이 '넷플릭스'에 접속해있을 만큼 북미 지역에서는 '넷플릭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 현상에는 고질적인 미국 내 케이블 TV 업계 생리에 대한 반발심도 내포돼있다. 타임 워너 케이블과 컴캐스트가 양분하고 있는 미국 케이블 TV 시장 판도에 이용자들은 실증을 느꼈다. 보다 새로운 콘텐츠가 양산되고 있으며 접근성도 좋은 '넷플릭스'로 옮겨 이른바 케이블 TV를 더 이상 보지 않는 '코드 커팅' 현상을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북미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성행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시국에 맞아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야외활동이 급격히 줄은 코로나19 시국에 스트리밍 서비스는 적합했으며 결과적으로 2020년 12월 기준 가입자 수 2억 명을 돌파했다. 

▲'킹덤'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에이스스토리)
▲'킹덤'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에이스스토리)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후술할 '넷플릭스 드라마' 투자 환경 바탕으로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제작된 바 있다. '킹덤'은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키며 연쇄적으로 대한민국 내 '넷플릭스' 열풍을 이끌었다. 2020년 9월 30일 기준, 대한민국 가입자가 330만 여 명을 돌파해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대한민국 시장을 소홀히 대할 수 없게 됐다.

다양한 수치와 현상이 세계적 '넷플릭스' 현 위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넷플릭스'가 이러한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난 뒤 영상을 감상해보면 심층적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넷플릭스스러운' 콘텐츠들을 기대하며 '넷플릭스'라는 존재 자체를 슬기롭게 즐길 수 있게 됨이 분명하다. 

 

OTT 서비스란?

'넷플릭스'는 OTT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1차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OTT란 'Over The Top'의 약자로 디지털 방송을 지원하는 셋톱박스(Top)를 넘어(Over)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칭하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유명 해외 플랫폼으로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유튜브 프리미엄', '훌루'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 기업 '쿠팡'도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기나 장소 제한에 자유롭기 때문에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언제 어디서나 즐기기 용이하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선 2020년 6월 국내 OTT 플랫폼 5개를 육성할 것을 발표했다. 이렇게 OTT 서비스는 개인, 국가 주체를 막론하고 차세대 미디어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넷플릭스스러워'지기까지

'넷플릭스'에서 배급하는 콘텐츠들을 감상하다 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 '뭔가 달라, 다른 채널 콘텐츠들과는 뭔가 다르단 말야' 같은 느낌.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넷플릭스스럽다'는 1차원적 형용으로 그치고 만다. '넷플릭스'는 어떻게 콘텐츠를 들이고 만들기에 '넷플릭스스럽다'라는 고유의 느낌을 이용자들에게 심을 수 있었을까?  

▲ '인간수업'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스튜디오329)
▲ '인간수업'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스튜디오 329)

'넷플릭스'의 힘을 쏟아 배급하는 주 콘텐츠는 드라마와 영화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는 2013년부터 영화보다 먼저 제작돼 '넷플릭스' 주력 콘텐츠로 자리재김 해왔다.

'넷플릭스'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 내적인 면에 있지 않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특정일에 공개되는데 6회면 6회, 10회면 10회, 12회면 12회 드라마 모든 회차가 동시에 공개된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최소한 드라마 하나의 1시즌 혹은 드라마 전부를 끊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위에 '넷플릭스 드라마'들은 회차 1개 당 임팩트를 균열하게 배열하지 않아도 되는 연출상 자유가 확보된다. 그리하여 보다 구성있는 이야기가 담보되고 의미 그대로 '재밌는' 드라마가 '넷플릭스' 안에서 유독 많이 탄생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스러움'을 느끼고 깨닫는다. 

▲ '페르소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미스틱스토리)
▲ '페르소나'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미스틱스토리)

드라마 뿐만이 아닌 영화에서도 '넷플릭스스러움'이란 형용 탄생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화 제작이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수백억 대의 돈이 들고, 수백명의 인원이 참여하고, 수백개의 기술이 집약된 일종의 대규모 영상 '프로젝트'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영화 하나를 제작해도 자본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이러한 영화 제작에 있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본질을 '넷플릭스'는 일찍이 파악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제작진에 예상 투자금에 110%를 지원해 자본의 압박을 느끼지 않고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재정적 환경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제작사에 배급사는 상업영화를 만들 때 장면 하나하나에도 흥행을 고려하여 영화에 개입하고 편집한다. 그렇다보니 부자연스러운 상업영화가 다수 만들어지곤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지원하고 대부분의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아 창작의 자유가 자연스럽게 보장돼 제작진은 비로소 고유의 창작이 가미된 '넷플릭스스러운' 영화가 탄생시킨다. 

▲ (사진: 픽사베이)
▲ (사진: 픽사베이)

법제적인 면도 '넷플릭스'에서 '넷플릭스스러운'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영상을 먼저 심의하고 등급을 매겨 배급하는 '사전 심의'가 아닌,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심의하고 배급·공개한 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뒤이어 심의하는 '사후 심의'로 2020년 6월부터 바뀌었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자체 영상 제작·배급이 가능한 플랫폼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지 않아도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창작하고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만의 드라마 전편 공개 방식, '넷플릭스'만의 화끈한 재정 투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후 심의' 등은 현재 스트리밍 시장 대다수를 '넷플릭스스러운' 콘텐츠로 채울 수 있게 했다.

 

 

'넷플릭스스러운' 작품들

왜 '넷플릭스스러운' 콘텐츠들이 스트리밍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는지 원인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제 '넷플릭스'가 왜 강세인지 충분히 알겠다. 분석은 그만하고 '넷플릭스스러운' 작품을 감상해볼 시간이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크게 영화·드라마·기타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세 분류에서 '넷플릭스'기에 감상할 수 있었던 '넷플릭스스러운' 작품들을 골라보자.

 

영화

▲ '옥자'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 '옥자'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설국열차' 이후 봉준호 감독의 차기 작품에 대해 대중들은 궁금해했다.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지.

'옥자'라는 작품으로 돌아올 것임을 2016년 밝혔다. 변종 대형 돼지 옥자와 시골소녀 주미자의 종을 넘은 우정을 그렸다는 시놉시스에 대중들은 놀라기도 했지만 더 놀란 지점은 따로 있었다. 개봉이 아닌 공개를 일반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먼저 한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상술한 '넷플릭스'가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매력을 느꼈고 '넷플릭스'행을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옥자'를 보면 느껴진다.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로컬 스케일, 변종 돼지 옥자와 영화 후반부 등장하는 변종 돼지 대량 학살 장면에서 느껴지는 연출 스케일 등. 우리에게 처음 느끼게 해 준 '넷플릭스스러운' 영화였다.

▲ '콜' 스틸컷 (사진: 용필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넷플릭스)
▲ '콜' 스틸컷 (사진: 용필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넷플릭스)

상술했듯이, 보통 상업영화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코드를 따르기 십상이다. 좀 더 슬프게 만들어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고 싶으며, 자극보단 감동을 영화에 녹이고 싶어 한다. 이게 그동안 증명된 흥행공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클리셰를 부숴가며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넷플릭스스러운' 영화로 남은 영화가 전종서, 박신혜 주연의 '콜'이다. 무선 수화기를 두고서 전종서와 박신혜는 소통하며 가까워졌다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숙적으로 변한다.

시간을 비트는 '타임슬립' 코드는 영화의 제한된 영상 시간 2시간 가량 안에 연출하기 어려워 상업영화에서 기피하곤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콜'을 과감히 독점 공개하여 '콜' 역시 '넷플릭스스러운' 영화 범주 안에 두었다.

'콜'은 전종서가 연기한 오영숙이라는 새로운 여성 빌런을 탄생시켰고, 여성과 여성의 정면대결이라는 색다른 구도를 가졌다. 그렇게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스러운' 영화로써 한국영화계 진일보에 일조했다.

 

드라마

▲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N)
▲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N)

역시 상술했듯, '사후 심의'는 '넷플릭스'가 보다 '넷플릭스스러운' 작품을 더 내놓을 수 있게끔 법제적 환경을 마련해줬다.

대한민국 지상파 TV에서는 괴기한 괴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크리처' 장르 콘텐츠를 현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가능했다. '사후 심의'로 바뀐 뒤, '넷플릭스'는 기다렸단 듯이 대한민국 문화계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크리처' 장르 드라마 '스위트홈'을 공개했다.

식탐괴물부터 흑기사괴물까지 10종이 넘는 괴물들은 드라마 회차 내내 가득히 채웠다. 다시 한 번 '이런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밖에 못 보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 '종이의집'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알렉스 피나)
▲ '종이의집'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알렉스 피나)

'넷플릭스스러운' 작품은 국내에서만 한정되지 않았다.

스페인에서 시청률이 점차 하락돼 사장될 것 같았던 '종이의 집'을 '넷플릭스'는 신속히 배급 계약을 맺고 시즌을 나눠 공개했다. '종이의 집'은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기 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천재 '교수'가 8명의 범죄자를 모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터는 내용인 '종이의 집'을 어느 문화권에서도 TV 드라마 정규편성으로 보기 힘들지 않았을까? '넷플릭스'기에 가능한 시도였고 '넷플릭스스러운' 또 하나의 드라마다. 

 

기타

▲ '투 핫'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 '투 핫'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주력이 영화와 드라마래도 이외 장르가 분명히 존재한다. 예능도 있고 다큐멘터리도 있다. 예능에서도 역시 어느 문화권의 TV 콘텐츠에선 쉽게 시도되지 못 할 '넷플릭스스러운' 콘텐츠가 존재했다.

'투 핫'은 하나의 리조트에 각 7명의 남녀를 가둬 서로 스킨십의 끝(?)까지 통하지 못 하게 하는 '금지령'을 내려 마지막까지 누가 그 '금지령'을 지키는지 바라본 성인 관찰 예능이다. 스킨십은 하고 싶으나 참는 모습, 우승을 놓치더라도 서로 스킨십을 하고야 마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투 핫'에서는 '병맛스럽게' 혹은 '넷플릭스스럽게' 담았다.

깊은 의미를 두지 말자. ''넷플릭스'니까 이런 것도 가능하지'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즐기면 된다.

▲ (사진: 넷플릭스)
▲ '섹스를 해설하다' 넷플릭스 대표 사진 (사진: 넷플릭스)

우리는 '성'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설마 아직도 숨기고 감추기만 하는가? 이러한 태도에 '넷플릭스'는 '섹스를 해설하다'라는 다큐멘터리를 공개해 현세대 '성'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

성적 판타지·끌림·피임·임신·출산까지 '성'의 다섯 분류를 적나라하고 심도 있게 연출해 기존 '성' 소재 콘텐츠와는 다른 차별성을 느끼게 한다. '성'을 다뤘다고 해서 그저 자극을 즐기게 하는 의도가 아닌 전문의의 첨언도 담아 본 콘텐츠의 무게감을 실었다.

물론 '자유로운' 연출이 '넷플릭스'의 본질적 장점임이 분명하다. 그 장점 위에 '효능감'도 쌓을 줄 아는 '넷플릭스스러운' '섹스를 해설하다'였다.

 

 

넷플리스는 그냥 넷플릭스 그 자체

'넷플릭스'는 무엇인가? 스트리밍 플랫폼? 영화·드라마 제작사? OTT 엔터테인먼트사? 단순히 어느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든 존재가 돼버린 '넷플릭스'다.

이제는 '넷플릭스스러움', '넷플릭스다운', '넷플릭스' 등의 단어를 달리 분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스러움'을 고유의 판단과 제작으로 세상에 전파하고 있다. 확실히 '넷플릭스'가 내놓는 결과물들을 보고 있으면 느껴진다. '넷플릭스스러움'이란 형용어와 제일 흡사한 다른 단어는 '치명적'이라는 게.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