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이 2월 20일 새 주말 드라마 '타임즈'를 선보인다.

이서진, 이주영, 김영철이라는 신선한 배우 조합이 대중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타임즈'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캐스팅뿐만이 아닌 택한 장르에 있다. '타임즈'는 제목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극 중  2015년과 2020년을 넘나드는 '타임슬립' 드라마다.

▲ (사진: OCN 페이스북, 스튜디오드래곤, 이야기사냥꾼) 
▲ (사진: OCN 페이스북, 스튜디오드래곤, 이야기사냥꾼) 

'타임슬립'이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나 시공간을 넘나들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초자연적' 현상이기 때문에, 극 중에서 논리적으로 현상의 원인을 풀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드라마계에서 서서히 '타임슬립' 소재 드라마가 다수 제작됐다. 이제는 '타임슬립'이라는 단어가 단순 소재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장르 단어로 인정될 만큼 '타임슬립' 드라마는 다양하게 만들어졌고 변주돼왔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진행시키는 것에 더해, 각기 고유의 매력을 가지고 발전시켜온 '타임슬립' 드라마 역사의 계보를 잇는 작품들을 되짚어보자. 한 작품 씩 '타임슬립' 드라마 변주의 역사를 즐기고 나면, 곧 첫 방송될 '타임즈'는 또 어떻게 다르게 변주될 '타임슬립' 드라마일지 기대될 것이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타임슬립' 드라마의 절대적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당장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생소한 소재이자 장르였다. '타임슬립'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 때,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당시 미개척지 같았던 '타임슬립'을 적절히 활용해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타임슬립' 장르의 첫 획을 썼다.

초기 극 중 설정은 어쩌면 뻔해 보였다. 삶이 1년 정도 남은 주인공 박선우가 자신의 집안을 망친 원수 최진철에 대해 복수하는 것. 하지만 이 배경 위에 연출되는 완성도는 2013년도 당시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였다. 현재의 박선우가 과거의 박선우를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 과거의 박선우가 과거의 사물들을 이용해 현재의 박선우와 소통하는 장면, 과거가 박진우의 의도대로 바뀜으로써 최종보스 현재의 최진철이 명망 높은 의학 사업가에서 동네 구멍 의료기 가게 사장으로 떡락(?)하는 순간 등 여러 '타임슬립' 응용 연출은 ''타임슬립' 드라마는 이렇게 연출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쳐주는 듯했고 영화에 버금가는 쾌감을 선사했다.

▲ (사진: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공식 홈페이지)
▲ (사진: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공식 홈페이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종영 당시 평론가 허지웅은 썰전에서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 대해 "최근 5년간 모든 드라마 다 합해도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만 못 하며, 입 10개로 칭찬만 해도 모자를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 대해 여러 호평과 극찬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앞서서 언급돼야 할 의의가 있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대중적으로 가장 먼저 '타임슬립' 드라마로 사랑받아 '타임슬립' 장르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시그널

물론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 '타임슬립' 드라마 장르에 있어 가장 앞서 사랑받은 효시와도 같은 작품인 것 맞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아무나 붙잡고 '타임슬립' 드라마의 대표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단언컨대 대부분 '시그널'이라 답할 것이다. 

같은 시간대 '시그널'의 바로 전 드라마는 '응답하라 1988'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드롬을 고스란히 잇는 데 성공한 '응답하라 1988'이었다. 전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의 후속작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시그널'은 더 강한 신드롬으로 '응답하라 1988' 위상을 넘어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 짙게 남았다. 

▲ (사진: tvN '시그널' 공식 홈페이지)
▲ (사진: tvN '시그널' 공식 홈페이지)

현재와 과거의 소통수단인 무전기를 통해 느껴지는 긴장감, 조진웅·이제훈·김혜수 등 명품배우들이 선보이는 빈틈없는 연기력, 김은희 작가 특유의 세밀한 짜임이 돋보이는 극본, 드라마 전체를 이으면서 시청자 그리고 현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까지 '시그널'은 2021년까지도 흠잡을 데 없는 '타임슬립' 장르물의 ‘정석’으로 존재하고 있다. 

'시그널' 팬들은 피곤에 절어있다. '시그널 2'를 기다리다 얻은 피곤. 김은희 작가는 엄청 부담이겠다. '킹덤'에 '시그널'까지 너무 잘 만들어 계속해서 속편 요청에 시달려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부디 김은희 작가가 그 부담을 이겨내 팬들의 숙원을 해결해 주길 조심스레 소원해본다.

 

터널

대한민국 드라마계는 본격적으로 '타임슬립'에 대한 다양한 변주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타임슬립'을 중심으로 그 주변부 연출을 달리해 차별성을 두었다. 이러한 공식을 따라 OCN 채널을 '장르물 드라마 맛집'으로 발돋움하게 만든 '타임슬립' 드라마가 '터널'이다.

'터널'은 이미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다뤄 대중들이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던 1980년대 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다뤘다. 더군다나 주인공 박광호 또한 경찰이었다. 주연배우들은 냉정히 말해 당시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들은 아니었다. 최진혁·윤현민·이유영 세 배우의 주연 캐스팅은 다른 드라마들의 주연급 배우들에 비해 무게감이 약해 '터널' 성공에 대한 의문부호를 낳기도 했다. 즉, '터널'의 시작은 창대한 끝을 기대하기엔 미약해 보였다.

▲ (사진: OCN '터널' 공식 홈페이지)
▲ (사진: OCN '터널'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회가 거듭될 수록 '터널'은 '타임슬립'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수작(秀作)으로 남았다. 진범이 그려지기는 하나 누군지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전개, 과한 신파나 억지스러운 감정이 삽입돼있지 않은 담백한 연출, 드라마 후반부 예상을 뒤엎는 진범 공개의 반전, 찝찝한 뒷맛이 없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터널'도 대한민국 '타임슬립' 드라마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OCN 드라마들을 시청하고 있으면 묘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많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의 드라마보단, '구해줘'·'타인은 지옥이다'·'트레인'·'왓쳐' 등 특정 장르의 색이 앞서있는 '장르물 드라마'를 주로 제작해왔다. 이렇게 연신 OCN이 '장르물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게 한 자신감과 확신을 '터널'이 '타임슬립'이란 장르로써 제공한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문구에 '터널'같이 잘 어울리는 드라마는 또 없다. 

 

고백부부

사실 대한민국 드라마계가 '타임슬립'을 사용하면서 많은 변주를 시도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추척극에 기댔단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시기 역시 2017년이었고, 그 작품은 KBS '고백부부'였다.

'타임슬립'이란 단어를 차치하고 '고백부부'의 장르를 구분해본다면 '휴먼', '로맨스', '가족' 정도의 장르 단어가 붙을 수 있다. 주인공 마진주와 최반도가 드라마 처음부터 이혼 절차를 밟으며 시작되지만, '타임슬립'으로 과거 서로를 처음 만난 대학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고 참사랑을 얻는 과정을 '고백부부'는 그렸다. 

▲ (사진: KBS, 고백부부 문전사, 콘텐츠 지음)
▲ (사진: KBS, 고백부부 문전사, 콘텐츠 지음)

앞서 '타임슬립' 드라마들이 기댔던 추적극이 아니다. '타임슬립'이란 소재로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가치와 사랑을 깨닫게 하는 드라마다. '타임슬립'이란 소재도 적절히 사용했지만 그 안에서 드러났던 엄마와 아내란 존재의 고충, 더불어 아빠와 남편이란 존재의 고충,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타인에 대해 어떻게 감정이 변하는가 등 인간으로서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들을 진중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무엇이든 자주 먹으면 물린다. '타임슬립'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타임슬립'은 쉽게 활용되는 장르로 올라섰기에 예전보다 비교적 자주 시야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서히 수량이 많아지는 '타임슬립' 드라마 대부분이 따르는 범죄, 스릴러, 추적극이 지겹다면 ‘고백부부’라는 담백한 '타임슬립' 드라마로 '신선한' 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2020년에도 '타임슬립' 드라마의 계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타임슬립' 드라마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들을 굳이 버리지 않고 고유의 차별성을 보이려 노력했다. 

먼저, 선택받은 '리세터'들은 정확히 1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행위인 '리셋'을 통해 능동적으로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만의 극 중 설정을 두었다. 10명의 '리세터'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각기 '리셋'을 이행했고 그에 따라 극 중 세계는 뒤엉키기 시작했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의 첫 번째 볼거리가 바로 떼거지로 이행해버리는 '타임슬립' 행위 속에서 예측할 수 없이 흐르는 극의 재미였다. 

▲ (사진: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공식 홈페이지)
▲ (사진: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공식 홈페이지)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이전 '타임슬립' 드라마들이 따랐던 클리셰를 굳이 탈피하지 않았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역시 크게 분류해본다면 추적극이다. 그러면서도 추려지는 사건의 진범이 감히 예상하지 못 할 인물로 밝혀지면서 반전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 뒤에 극 중 '타임슬립' 세계를 관장하고 조종했던 또 다른 흑막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반전미를 선사했다. 이 모든 서사가 70분 기준 12부작 안에 신속하게 전개돼 지루할 틈 또한 없었다.

고로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는 '타임슬립' 드라마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독자적인 매력을 보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새롭지 않으면 안 된다

'타임슬립' 장르가 다수 만들어지고 대중들이 익숙해졌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타임슬립' 장르가 주류에 올라섰다는 것과 주류에 올라선 만큼 이제 '타임슬립' 장르에 손을 대게 된다면 반드시 새로워야 한다는 점. 

이제는 '타임슬립'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중들은 '또 '타임슬립'이야?'라는 반응을 한다. 주류 장르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그렇게만 평가받고 말 것인가? 천문학적인 돈이 투여되는 드라마 제작환경인데, '이번 '타임슬립'은 좀 볼만하네' 정도의 평가는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첫 방송되는 OCN '타임즈'를 비롯해 분명히 또 다시 만들어져 '타임슬립' 계보를 이을 드라마들에게 고한다. 이제는 새롭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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