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최근 몇 년간 '부동산'으로 인한 부부갈등이 참 많이 늘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집을 구매하는 문제로 오랜 기간 다투다가 별거를 생각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해져 부부 상담을 의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아내는 실거주용 한 채를 사자고 하는 반면 남편은 집값이 하락할 것이 불안하니 당분간은 전세를 유지하자는 식의 의견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현실과 가장 맞닿아있는 상담을 하자'를 모토로 하고 있기에 집을 사는 것과 같은 경제적인 이슈가 부부갈등의 원인 중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 이번 칼럼의 주제를 '내 집 마련'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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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샀을 때 내 배우자가 실제로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탐색해보자

집 문제로 배우자와 갈등을 겪다가 저에게 상담을 의뢰하시는 여성분들 중 “저희 남편은 집 사는 걸 무서워해요. 언젠가는 집값이 떨어질 테니 나중에 사자고 하더라고요.”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 저는 "남편분은 집을 샀을 때 어떤 점이 걱정된다고 하시던가요?"라고 되묻습니다.  


저의 이런 질문에 대부분은 "그냥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그런 것 같은데요?"와 같은 모호한 답변을 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집을 매수하는 게 두렵다는 배우자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면 미치 알지 못했던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어릴 때부터 '빚지는 것은 곧 죄악이다'와 같은 가훈을 지닌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수 있습니다. 근검절약이 최선이며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과 같은 행위는 금기시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성인이 돼 서도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배우자의 두려움에 가정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이해하는 태도를 보여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 후에는 과거의 시대적 배경과 경제 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다를 수 있음을 함께 이야기하며 어린 시절에 교육받은 경제관념과는 구분된 ‘우리 부부’만의 새로운 경제 계획을 새로 세워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또 다른 경우로, 남편이 외벌이인 경우 회사 내 본인의 위치에 대한 불안을 느껴 집을 사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은 곧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예민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사 내에서의 입지가 다소 불안해진 경우에도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서 그 스트레스를 감내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자신의 고용 상태에 불안을 느끼게 되면 가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현저한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매월 고정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이자와 원금 등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큰 것이죠.  


만일 내 배우자가 현재 직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느껴진다면 혹시 배우자도 알지 못하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 등이 있는지는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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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상향 비교로 우리 부부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사회적 상향 비교'란 사회적으로 나보다 처지가 나은 사람들과 나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비교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습관적으로 상향 비교를 하는 사람들은 늘 불만족감과 질투심, 원망감, 우울감 등에 빠지기도 합니다. 반대의 의미로 하향 비교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람들과 비교를 하며 안도감과 행복감 등의 감정을 느낍니다.  

저에게 부부 상담을 의뢰하는 분들 중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친구 단꿈이(가명)는 몇 년 전에 집 사서 8억을 벌었다는데, 저희 남편은 그때 집도 못 사게 하고 그리고 저랑 친한 후배는 이번에 로또 청약에 당첨됐다고도 하고요"와 같이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처지와 비교를 하는 것이죠. 이런 분들은 흔히 "남들이랑 비교 좀 그만해"와 같은 배우자의 말에 "비교하려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얘기하는 거야"와 같이 반응하곤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니 자신이 끊임없이 사회적 상향 비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나보다 처지가 월등히 나은 사람들과의 반복적인 비교는 상황을 개선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죠. 물론 상향 비교를 통해 열등감을 원동력 삼아 자신의 상황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향 비교 후에 남는 것은 늘 자괴감과 한탄, 그리고 부부 싸움뿐이라면 이 비교가 진심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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