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사용자라면 누구나 데이터 저장장치(이하 스토리지)를 사용한다. PC용 스토리지는 크게 HDD와 SSD로 양분되는데 불과 5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주로 SATA3로 PC와 연결했던 PC용 스토리지는 SSD가 등장하고 관련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다수 추가되었고, 스토리지 형태와 규격도 다양해져서 근래에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신경 쓸 점이 꽤나 늘어났다.

그나마 HDD는 외형 및 인터페이스 변화는 거의 없어서 SSD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고르기 쉽지만 제품 내부에는 꾸준하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있어서 그냥 용량과 속도만 보고 제품을 고른다면 후회할 수 있다.

그냥 온라인 가격 비교 사이트나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서 IT 고수에게 괜찮은 스토리지를 추천 받아서 사도 되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쪽이 소비자 자신에게 알맞은 제품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PC용 스토리지 구매 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만한 기본적인 스펙(제원) 관련 용어들을 알아보겠다.

 

SATA3: 가장 범용적인 PC용 스토리지 인터페이스

‘SATA3’(SATA 6Gbps)는 오랜만에 스토리지를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친숙한 용어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PC 환경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 중인 PC용 HDD는 거의 다 SATA3를 인터페이스로 채택하고 있고 SSD 역시 SATA3 제품이 시중에 다수 판매되고 있다.

다만 SATA3는 대역폭 제원상 최대 600MB/s(초당 메가바이트)까지만 데이터를 전송 가능해서 플래시 메모리와 컨트롤러 발전으로 인해 그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SSD는 차츰 PCI-Express(이하 PCIe)처럼 SATA3보다 대역폭이 더 높은 인터페이스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

▲ SATA3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는 3.5인치 HDD
▲ SATA3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는 3.5인치 HDD

그래서 SATA3 인터페이스는 주로 보급형 SSD에 사용되는데 보급형이라고 해도 HDD와 비교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가 2~3배는 빠르고, 데이터 접근 속도는 수십 배 가까이 빨라서 여전히 PC 환경에서 가치가 높다.

또한 SATA3는 범용성이 높으므로 오래된 PC에서 스토리지를 업그레이드할 때도 호환성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어서 편리하다.

 

CMR · SMR: HDD 데이터 기록 방식 종류

HDD를 구매하기 위해 정보를 살펴보면 생소한 용어가 몇 가지 보이는데 그 가운데 중요한 요소로는 ‘기록방식’이 있다. ‘CMR’(Conventional Magnetic Recording, 전통적 자기 기록)과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 기록)이 대표적이다.

▲ 트랙이 독립적인 CMR, 트랙이 겹쳐지는 SMR (사진: 마이크로세미)
▲ 트랙이 독립적인 CMR, 트랙이 겹쳐지는 SMR (사진: 마이크로세미)

CMR은 플래터(HDD 내부 원판)에서 데이터가 기록되는 고리 모양 영역인 ‘트랙’이 독립적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트랙 하나에서 쓰기 작업이 이뤄질 때 다른 트랙에서 읽기 및 쓰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도 데이터가 손상될 염려가 적다. 다만 데이터 기록 밀도를 높이기 힘들어서 HDD 저장 용량을 증대하기 어려우므로 용량이 클수록 가격이 높은 편이다.

SMR은 CMR과 달리 각 트랙이 독립적인 구성이 아니다. 데이터를 트랙에 기록할 때 다음 트랙에도 일부를 겹쳐서 기록하는데 이를 통해 데이터 기록 밀도를 높여 HDD 저장 용량을 높이는 것이 용이하다. 하지만 그렇게 트랙을 겹쳐서 데이터를 기록한 부분은 데이터 수정 시 모두 순서대로 재기록 과정이 필수이다. 따라서 이미 HDD에 기록된 파일이 있는 경우 쓰기 속도가 매우 느려질 수 있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데 PC에 연결해서 상시 사용하는 스토리지라면 수시로 데이터 기록이 이뤄지므로 CMR 쪽이 더 유리하다. 근래에는 PC용 HDD 대다수가 SMR 방식 제품이고 고급형 일부만 CMR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HDD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제품군 별로 CMR · SMR 확인 가능 (사진: 씨게이트)
▲ HDD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제품군 별로 CMR · SMR 확인 가능 (사진: 씨게이트)

한편 가격 비교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CMR인지 SMR인지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제조사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M.2: 최신 SSD를 위한 커넥터

SSD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오랜만에 신제품 정보를 찾는 소비자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용어로는 ‘M.2 NVMe’가 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아닌가 착각하기 쉬운데 커넥터 규격인 ‘M.2’(엠닷투)와 통신 프로토콜(IT 기기끼리 메시지를 주고받는 양식 및 규칙 체계)인 ‘NVMe’를 붙여서 기재한 것이다.

▲ 메인보드에 제공되는 M.2 슬롯
▲ 메인보드에 제공되는 M.2 슬롯
▲ M.2 규격 SSD(좌)와 2.5인치 SATA3 규격 SSD(우) 비교
▲ M.2 규격 SSD(좌)와 2.5인치 SATA3 규격 SSD(우) 비교

우선 M.2부터 살펴보겠다. M.2는 규격이 다양한데 PC용은 2230 · 2242 · 2260 · 2280 · 22110 등 다섯 가지를 주로 사용한다. ‘22’는 M.2 장치 세로 길이가 22mm라는 의미이고 뒤에 붙는 숫자는 가로 길이를 뜻한다.

PC에서는 길이 80mm인 M.2 2280 규격이 SSD용으로 많이 채택되는데 두께도 3mm 정도에 불과해서 2.5인치 SATA3 SSD와 비교하면 매우 얇고 가볍다.

▲ 고급형 SSD에는 M.2와 PCIe 4.0 인터페이스가 적용된다 (사진: 기가바이트)
▲ 고급형 SSD에는 M.2와 PCIe 4.0 인터페이스가 적용된다 (사진: 기가바이트)

M.2는 PC 환경에서 주로 SATA3나 PCIe 인터페이스에 연결해 사용한다. 그 중 PCIe는 x2(2레인) 또는 x4(4레인)로 연결 가능한데 최신 버전인 PCIe 4.0 기준으로 x4 연결 시 최대 대역폭은 7.88GB/s(초당 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SATA3와 비교하면 무려 13배 가량 높은 대역폭이어서 현재 고급형 SSD는 대부분 M.2 커넥터와 PCIe 4.0(또는 PCIe Gen4) 인터페이스를 조합하여 제조되고 있다.

한편 M.2는 SSD와 다른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커넥터에 불과할 뿐이다. SSD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내부 인터페이스와 컨트롤러, 플래시 메모리이다. 그래서 동일하게 M.2 2280 규격을 사용하더라도 SATA3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SSD는 PCIe 4.0 인터페이스 SSD보다 성능이 훨씬 낮게 나오므로 제품 구매 시 유념하는 것이 좋다.

 

NVMe: PCIe 인터페이스 SSD용 통신 프로토콜

▲ (사진: NVM Express 공식 홈페이지)
▲ (사진: NVM Express 공식 홈페이지)

NVMe는 ‘Non-Volatile Memory Express’(비휘발성 메모리 익스프레스)를 줄인 말이며, PCIe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는 스토리지를 위하여 고안되었다. 기존 프로토콜인 AHCI(Advanced Host Controller Interface, 고급 호스트 컨트롤러 인터페이스)는 SATA3와 HDD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SSD용으로는 비효율적이어서 나온 것이다.

단순히 데이터 대역폭만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큐(queue, 데이터 대기열) 하나에 명령어를 6만5천여 개 저장할 수 있도록 하여 랜덤(random, 무작위) 데이터 읽기 · 쓰기 속도를 AHCI 적용 시보다 대폭 향상시킨다. AHCI는 큐 하나에 명령어를 32개만 저장할 수 있어서 차이가 극명하다.

▲ 인터페이스와 NVMe 버전은 SSD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사진: 씨게이트)
▲ 인터페이스와 NVMe 버전은 SSD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사진: 씨게이트)

물론 소비자가 이론적인 내용까지 세세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기억해야 할 점은 ‘M.2 NVMe SSD’가 ‘M.2 SATA SSD’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낸다는 것, 그리고 NVMe 및 PCIe 버전이다.

NVMe와 PCIe는 버전이 높을수록 SSD는 성능 및 기능 면에서 우수해지지만 그 만큼 가격도 높아지므로 저장 용량도 생각하여 소비자 자신에게 적정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TLC · QLC: SSD 용량 · 수명과 관련된 셀 데이터 기록 기술

▲ QLC 방식 SSD는 저장 용량을 늘리는 것이 용이하다 (사진: 마이크론)
▲ QLC 방식 SSD는 저장 용량을 늘리는 것이 용이하다 (사진: 마이크론)

‘TLC’와 ‘QLC’도 SSD 구매자들에게 궁금함을 유발하는 용어이다.

SSD에서 데이터가 기록되는 플래시 메모리는 저장 용량을 증대하기 위해 셀(cell, 플래시 메모리에서 데이터 기록 단위)에 데이터를 2비트(bit) 이상 기록하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TLC(Triple Level Cell, 트리플 레벨 셀)는 3비트, QLC(Quadruple Level Cell)는 4비트씩 셀에 데이터를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셀에 데이터가 더 많이 기록되는 QLC가 TLC보다 좋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셀에 기록하는 데이터가 증가할수록 수명은 큰 폭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론상 QLC 방식 SSD는 TLC 방식 SSD보다 셀 수명이 10분의 1 정도여서 차이가 극명하다.

또한 수명 뿐만 아니라 데이터 읽기 · 쓰기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현재 QLC 방식은 주로 보급형 SSD에 적용되고 있다.

▲ QLC 방식 SSD도 보증 서비스 기간은 3년에 달한다 (사진: 씨게이트)
▲ QLC 방식 SSD도 보증 서비스 기간은 3년에 달한다 (사진: 씨게이트)

다행스럽게도 일반 PC 환경에서는 QLC 방식 SSD로도 몇 년 동안은 수명 걱정을 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으니 무조건 TLC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현재 제조사 대부분은 보통 3년 동안 제품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토리지 속도와 가격 모두 적정한 수준을 원한다면 QLC 방식 SSD를 선택하고, 빠른 속도와 안전성이 중요하다면 가격이 더 높더라도 TLC 방식 SSD를 고르면 된다.

한편 SSD 속도는 TLC · QLC도 중요하지만 SATA3와 PCIe 등 기본 인터페이스가 더 큰 영향을 주므로 제품을 선택할 때는 인터페이스부터 고려하고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알면 알수록 도움되는 PC용 스토리지 스펙 정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은 어느 분야에서나 들어맞는 말이다. 비록 나날이 계속 늘어나는 기술과 제품 정보를 모두 달달 외우고 살 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 비중이 높거나 기초적인 것 몇 가지를 알아둔다면 반드시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PC용 스토리지 관련 용어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현재 제품을 구매하려고 생각 중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살펴보기를 권한다. 아는 것이 늘어나는 만큼 제품을 구매한 이후 느끼는 만족감 역시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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