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인간의 창의력과 기술이 결합하면 깜짝 놀랄 만한 제품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오늘날 우리네 책상 앞에 한 대씩 놓여 있는 PC는, 생각해보면 현대 인류의 업무와 여가에 이르는 삶의 모습 전부를 뒤바꿔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짧은 기간 급격한 보급이 이루어진 스마트폰 역시 다르지 않고 말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렇듯 세상을 큰 폭으로 변화시킨 제품이나 기술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보다는 짧은 기간 열풍처럼 몰아치다가, 어느 순간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훨씬 많은 세상이니까요. 세상이 온통 블록체인 기술과 이를 구현하는 가상화폐로 시끄럽지만, 이 역시 PC나 스마트폰, 또는 세탁기처럼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을 기술이 될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성장 과정에는 다양한 기술과 기업이 부각되기 마련입니다. 급격한 성장기를 맞은 시장에는 많은 기업과, 그보다 더 다양한 기술이 시험되곤 하지요. 하지만 시장의 성장이 멈추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정형화된 몇 가지 기술과 제품, 기업으로 정리되는 수순을 밟습니다. 

오늘날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PC 영역에서도 그러한 기술, 또는 기업과 브랜드가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은 과거를 추억하는 느낌으로, PC를 이루는 주요 하드웨어에 어떤 브랜드와 제품이 있었는지 가볍게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기술적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기분전환을 위해 말 그대로 ‘둘러보는’ 정도의 기사라는 점을 잊지 말아 주세요.
 

CPU 3대천왕, CYRIX

90년대만 해도 PC에는 ‘IBM 호환’ 이란 설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이유는 PC 플랫폼을 개발해낸 기업이 바로 IBM이었기 때문. 당시 개인용 컴퓨터는 크게 IBM 계열과 애플이 만들던 맥킨토시 계열로 나뉘었고, 프로세서와 사용하는 OS가 달라 서로 호환되지 않았습니다. 대개 범용으로 사용하는 PC는 IBM 계열이, 그래픽과 관련한 전문 영역에서는 맥킨토시가 사용됐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로세서의 대명사 ‘인텔’ 역시 초기엔 IBM에 프로세서를 납품하는 기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인텔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IBM이 PC 사업에서 손을 떼며 이같은 역학구도는 한차례 큰폭의 변화를 맞게 됩니다. 아울러 2006년을 즈음해 애플 역시 신형 맥 시리즈에 인텔 프로세서를 채택하며 PC와 맥의 하드웨어 경계가 사라졌지요.

사라져간 프로세서, 또는 제조사를 떠올리면 IBM을 비롯해 애플, 넥스젠, IDT 등 다양한 기업과 알파, 파워PC 등의 프로세서가 떠오르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싸이릭스(CYRIX)입니다.

▲ CYRIX 6x86
▲ CYRIX 6x86

인텔은 486의 대성공을 기점으로 차기 x86 프로세서 이름을 ‘펜티엄’으로 바꿨습니다. 자연스레 586으로 명명되지 않았던 탓에 호환 프로세서를 만들던 AMD와 싸이릭스는 이때부터 각기 다른 프로세서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인텔은 펜티엄 브랜드의 독자화와 함께 슈퍼스칼라 기술을 특허처리 하고, 이후 펜티엄 프로에 이르러 더욱 향상된 분기예측 기능 등을 탑재합니다.

이에 대응한 AMD는 ‘K5’와 ‘K6’, ‘K6-II’ 등의 브랜드로 시장에 대응했습니다. 마치 지금 기아자동차의 제품명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AMD는 ‘K6-III’에 이르러 마침내 인텔 ‘펜티엄 III’에 필적할 만한 프로세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애슬론(Athlon)으로 이어진 라인업은 인텔보다 먼저 1GHz의 벽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웁니다. 인텔이 판매량으로 AMD에 1위 자리를 내어주었던 짧디 짧은, 그리고 유일한 시기가 바로 이때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최근 라이젠(RYZEN)으로 부활한 AMD와 인텔의 경쟁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싸이릭스는 한 때 AMD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프로세서 제조사였습니다. ‘5X86’, ‘6X86’ 등의 신형 프로세서로 시장에 대응했지만,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성능을 냈던 6X86의 성공에 너무 안주했던 것일까요? 이후로 이렇다할 경쟁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사라져갔습니다.

싸이릭스에는 흥미로운 제품도 존재합니다. ‘미디어GX’라는 프로세서가 그것인데, 이 프로세서에는 그래픽, 랜, 사운드가 통합돼 있었지요. 당시 기술로는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프로세서가 정확히 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떠올리면 이 역시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만한 일입니다.

이후 싸이릭스는 m2 프로세서를 마지막으로 칩셋 제조사였던 비아(VIA)에 인수됩니다. VIA는 싸이릭스의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세서 사업을 전개했지만, 오늘날 PC 시장에서 VIA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브랜드가 되긴 매한가지이죠. 다만, VIA는 각종 산업용 장비 시장에서 여전히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3A도 가고, 석정도 사라지고…

프로세서 분야가 주로 미국 기반 기업의 경쟁이었다면, 메인보드 시장은 대개 타이완 기반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때 시장에 참여했던 한국 기업의 이야기도 살짝 곁들여져야 하고 말입니다. 전반적으로 프로세서보다 많은 제조사와 브랜드가 난립했던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하드웨어는 지금처럼 상향평준화되지도, 호환성이 좋지도 않았기 때문에 직접 PC를 조립할 유저라면 어떤 메인보드를 선택할지도 상당히 고심해야 했습니다. 당시는 PC통신을 통해 매주 업데이트되는 업체별 가격정보를 들고 용산시장에서 발품을 파는 마니아를 쉽사리 만날 수 있었는데, 토요일이면 용산 시장 앞 사거리가 인파로 넘치는 -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지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며 국내 소비자에게 ‘3A’ 중 하나를 구입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3A란 알파벳 A로 시작하는 메인보드 브랜드 3사를 일컫는 용어였는데, Aopen과 Abit, ASUS가 그 주인공. ASUS는 그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메인보드 벤더로 자리를 확고히 다지고 노트북, 모니터 등 각종 IT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성공했지만, Aopen과 Abit은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브랜드가 됐습니다.

▲ 지금 보아도 멋들어진 Abit의 메인보드
▲ 지금 보아도 멋들어진 Abit의 메인보드

오버클럭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Abit 메인보드는 오버클럭을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수적인 메인보드로 인식됐습니다. 그만큼 Abit의 메인보드는 오버클럭 기능의 지원에 충실했지요. 현재의 AsRock와 같은 역할이라 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Aopen은 기능과 안정성, 그리고 호환성 등을 골고루 갖춘 브랜드로 각광받았지만, 몇몇 히트작을 제외하면 ASUS나 Abit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하기에 조금은 점유율이 낮았던 브랜드이긴 합니다. ASUS는 황색, Aopen은 검은색, Abit은 붉은색, 기가바이트는 청록색 등 각 제조사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각기 다른 PCB 색상을 사용했던 것도 이때의 트렌드였습니다.

이밖에 보급형 메인보드로 체인텍(Chaintech), 셔틀(Shuttle) 등이 사랑 받았고, 서버 보드를 기반으로 탄탄한 안정성을 제공했던 IWILL, PC 폼팩터가 ATX로 변화하던 시기 AT/ATX를 모두 지원하며 인기를 끌었던 솔텍(SolteK) 등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국내 소비자의 선호가 높았던 이팍스(ePox)는 슈마, 미디텍 등 국내 공급사가 변경되며 마지막까지 국내시장에 제품이 공급된 브랜드지요. 이런 시장의 재편 과정에서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다시피 했던 메인보드 제조사 석정전자 역시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 오늘날의 메인보드는 이렇게 진화했다. ASUS와 GIGABYTE의 고급형 메인보드
▲ 오늘날의 메인보드는 이렇게 진화했다. ASUS와 GIGABYTE의 고급형 메인보드

메인보드 업계도 시장이 안정화되며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습니다. 상당수 존재했던 메인보드 제조사는 이제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로 정도로 정리된 상태. 여기엔 ASUS를 비롯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ECS, 기가바이트(GIGABYTE), MSI, 바이오스타(BioStar) 등 전통의 기업과 애즈락(ASRock), 컬러풀 등 2000년대 들어 새로이 합류한 브랜드 몇몇이 시장을 분할하고 있습니다.

 

아해들은 알까? 퀀텀 대발이

지금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SSD가 주된 OS 드라이브로 각광받고 있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PC의 저장장치로 HDD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PC에 장착되는 HDD가 마침내 테라 바이트(TB)의 벽을 넘은 걸로 기억됩니다.

이보다 조금 더 시계를 앞으로 돌리면, 이제 우리네 기억속에 잊혀진 꽤나 많은 브랜드가 떠오릅니다. 급격히 발전하는 PC 시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스토리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꽤나 많은 HDD 제조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요. HDD가 메가 바이트 수준의 용량을 제공하던 시절에는 코너(Corner), 마이크로폴리스 등의 HDD 제조사도 존재했었지요.

HDD 용량이 기가 급으로 발전할 당시, 국내 소비자는 ‘퀀텀(QUANTUM)이란 브랜드에 높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3 ~ 6GB 급 HDD가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잡았을 당시, 퀀텀의 파이어볼(Fireball) 시리즈는 특유의 안정성으로 국내 소비자의 절대적 지지를 받기에 이르지요. 정작 이 HDD는 안정성 외엔 엄청난 발열과 소음으로 유명했는데도 말입니다.

당시 후지쯔의 HDD는 정숙성의 대명사였고, IBM의 HDD는 최첨단 기술을 가장 먼저 접목한 앞서가는 제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IBM HDD의 치명적인 문제가 들어나며 이슈가 된 일도 있었지요. 이 시기를 즈음 해 맥스터의 다이아몬드맥스(DiamondMax) 시리즈도 서서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 오늘날 사용하는 HDD보다 훨씬 큰 퀀텀 빅풋 시리즈
▲ 오늘날 사용하는 HDD보다 훨씬 큰 퀀텀 빅풋 시리즈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은 그럼에도 퀀텀의 ‘빅풋’ 시리즈입니다. 지금은 ODD 외엔 사용하지도 않는 5.25” 폼팩터를 채용해 당시로서도 매우 독특하단 평을 받았지요. 굳이 따지자면, 과거에는 5.25" 기반 HDD가 많긴 했지요. 다만, 이 제품은 시장이 3.5" 기반으로 이동한 후에도 계속 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졌습니다. 5.25”면 지금의 ODD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사용하던 규격입니다.

퀀텀 빅풋 시리즈는 초당 30MB 수준의 전송률을 가진 HDD. 오늘날의 HDD가 초당 200MB 이상을 전송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당시 HDD는 꽤나 느렸습니다. HDD 덩치가 크니 당연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플래터도 컸을 것이고, 이때문에 스핀들 모터의 회전속도도 4000RPM으로 당시의 제품보다 약간 느렸습니다. 퀀텀의 빅풋 시리즈는 1996년 1.2GB 용량으로 최초 출시된 후 ‘빅풋 TS’까지 발전했고, 19.2GB 모델까지 출시됐습니다.

가장 최근까지 HDD 사업을 지속했던 브랜드로는 ‘삼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200년대 이후 삼성의 HDD가 국내 시장에도 본격 공급되며 삼성도 HDD 사업에 뛰어들었나 하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기실 삼성은 40MB 용량의 HDD부터 오랜 기간 HDD 사업을 지속해온 기업이기도 했지요.

▲ 최신 HDD는 거대한 용량과 빠른 성능,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세분화 됐다
▲ 최신 HDD는 거대한 용량과 빠른 성능,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세분화 됐다

현재의 HDD는 무려 12TB 용량과 초당 200MB를 훌쩍 넘는 성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새로이 개발되는 기술은 조만간 HDD 용량을 100TB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요.

HDD가 이렇게 발전하는 동안 그 많았던 브랜드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씨게이트는 1996년 코너사를 인수해 몸집을 불립니다. 맥스터는 2000년 국내에서도 유명했던 퀀텀(Quantum)을 인수하죠. 씨게이트는 다시 2005년 맥스터를 인수합니다. 당시 업계 1위와 3위의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떠들썩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후 씨게이트는 삼성의 HDD 사업부까지 집어삼킵니다.

이밖에 후지쯔는 도시바에 인수돼 오늘날까지 도시바 HDD의 근간이 되었고, IBM의 HDD 사업부는 히타치가 인수하게 됩니다. 히타치는 이후 다시 WD로 인수되며 HDD 시장 변화의 또 한 축이 됩니다.

HDD는 씨게이트와 WD 두 기업, 그리고 후지쯔를 인수한 도시바의 2강 1약 정도로 재편됐습니다. 한 때 수백 개가 넘었던 HDD 제조사 중 아직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며 시장을 수성하고 있는 두 기업의 제품은 이렇듯 과거의 영광스런 순간을 맞았던 수많은 브랜드가 녹아 있는 셈입니다.

 

부두2가 너무너무 갖고 싶었어요

그래픽카드 시장에는 어느날 뜬금 없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리바(RIVA) 폭탄’이란 애칭으로 불렸던 ‘리바 TNT’가 주인공인데요. 저렴한 가격에 빠른 3D 성능으로 많은 사용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다만, 어두컴컴한 화면과 나쁜 동영상 품질로 일장일단이 있다는 평을 받았지요. 1998년 경, 리바 TNT로 혜성같이 등장한 기업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엔비디아(NVIDIA) 였습니다.

당시 PC의 그래픽은 2D 위주였습니다. 게임 등을 즐기기 위해 막 3D 기능이 부각되기 시작하던 때였지요. 이때 최강의 3D 성능으로 마니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제품은 3Dfx의 부두 시리즈였습니다. 특히, 부두2(Voodoo 2)는 막강한 성능으로 당시 3D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 3Dfx Voodoo2
▲ 3Dfx Voodoo2

이 제품은 지금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형태였습니다. 2D 그래픽카드는 별도로 쓰고, 3D 가속을 위해 추가로 설치하는 애드온(Add On) 형식이지요. 당시 2D는 저렴한 가격에 빠른 성능을 가졌던  쳉랩(TSENG Lab)의 ET6000 등이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3Dfx 역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이후 2D/3D 통합 카드를 내놓지만, 리바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엔비디아에 인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지요. 부두 시리즈는 부두 5를 끝으로 더이상 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혹자는 3Dfx가 부두의 큰 성공을 기반으로 칩셋의 독점공급 정책을 펼치자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대거 엔비디아 리바 계열 그래픽카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것이 3Dfx의 몰락을 자초했다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

동영상으로 좋은 평을 받았던 칩셋 제조사도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동영상으로 좋은 평을 받던 브랜드들은 왠일인지 드라이버 호환성이 다소 떨어졌고, 3D 성능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렷하고 화려한 색감은 3D 성능이 강점인 브랜드들이 제공하지 못했기에 나름대로의 시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요.

이런 브랜드로 ATi와 S3를 들 수 있습니다. ATi는 486 시절부터 화려한 색감으로 유명한 브랜드였지요. 이후 레이지(Rage) 시리즈로 3D도 강화하는가 싶더니, 이후 라데온(RADEON) 시리즈를 선보이며 오늘날까지 그래픽카드 업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ATi는 이후 AMD로 인수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S3를 이야기하려면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 기반의 그래픽카드 전문기업이었던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는 한국인이 설립한 기업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이후 강력한 동영상, 그리고 적당한 성능의 3D를 제공하던 S3와 통합하고 S3의 최신 칩셋 ‘Savage 2000’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Viper II’는 엄청난 화질과 당시 주력 제품에 밀리지 않는 3D 성능으로  주목을 받았지요. 

다만, 언제나 느려 터진 드라이버 지원과 낮은 호환성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S3는 이후 VIA에 인수돼 다양한 솔루션을 위한 기반기술을 제공했지만, 역시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브랜드가 됐지요.

▲ Matrox G200
▲ Matrox G200

선명하고 또렷한 색감으로 인정받은 브랜드도 존재했습니다. 당시엔 렌디션 사의 베리떼 2200, 매트록스 사의 칩셋이 이런 평을 얻었지요. 이 제품들은 3D가 강하지는 않아 전문가들이 주로 선택하곤 했습니다. 

특히, 매트록스는 다중 디스플레이의 최강자였습니다. 2009년 당시 벌써 8대의 모니터에 동시 출력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개인용 PC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매트록스의 다중 모니터 솔루션은 분명 다양한 업무 환경, 그리고 이제서야 다중 모니터를 폭넓게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의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음직 합니다.

이렇듯 복잡했던 그래픽카드 시장도 현재는 엔비디아와 AMD(ATi) 두 곳으로 압축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그래픽카드로 2D/3D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됐지요. 뭐, 지금은 엔비디아든 AMD든 거의 모든 그래픽카드가 광산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만…

 

겉핥기였지만 재미있는 PC의 역사

짧은 지면에 많은 내용을 다루려다 보니 대부분의 역사가 조금은 겉핥기 식으로 설명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하드웨어를 다루어온 유저라면 새록새록 추억이 돋을 테고, 비교적 연령이 높지 않은 유저라면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나 하셨을 겁니다.

다음엔 CPU, 메인보드 등을 따로 떼어 하나씩 조금 자세히 다루어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정작 여러 기업과 하드웨어를 한번에 다루려니 빠트린 부분이 많습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기사를 다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2017. ManzLab Corp.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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