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미쳐 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50만 원으로도 고를 수 있는 제품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 이유는 수개월 넘게 수많은 그래픽카드가 생산되는 족족 암호화폐 채굴장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단한 시기가 아닐 수 없지만 당장 최신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고 싶은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허리띠를 졸라맨 채 PC 업그레이드를 단행하고 있다.

할 수 없이 다른 하드웨어 가격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PC 성능에 직결되지 않는 파워 서플라이는 그 대상 중 하나이다. 일단 출력이 보장된다면 보급형이나 고급형이나 PC를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파워 서플라이는 PC의 심장이다. 싼 가격만 보고 아무 거나 고르다가는 일명 ‘묻지마 파워’가 걸려서 PC를 사형시키는 전기의자가 될 수 있다.

결국 기본적인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을 사는 것이 좋은데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80PLUS 인증을 받은 파워 서플라이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한미마이크로닉스가 출시한 ‘COOLMAX FOCUS 600W 80Plus 230V EU’(이하 포커스 600W)와 ‘COOLMAX FOCUS PRO 600W 80PLUS 230V EU’(이하 포커스 프로 600W)는 80PLUS 인증을 받은 파워 서플라이다.

가격은 4만 원대여서 큰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데 과연 게이밍 PC용 파워 서플라이로도 쓸 만한 제품인지 이번 기사에서 살펴보겠다.

사람은 행동으로, PC 하드웨어는 성능으로 가치를 입증한다.

따라서 쿨맥스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에 대한 기본 설명은 뒤로 미루고 곧바로 게이밍 PC 수준으로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하여 파워 서플라이로서 충분한 출력을 낼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우선 포커스 600W를 연결한 테스트 시스템이다. 3DMark 벤치마크(타임 스파이 익스트림)와 Prime95를 동시에 실행하여 그래픽카드와 CPU 사용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고, 그 상태에서 전력 측정기로 시스템 소비전력을 살펴보았다.

확인 결과 소비전력은 450W부터 475W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어서 포커스 프로 600W로 같은 테스트를 실행했는데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다.

사실 이번 테스트 시스템에 장착한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3070은 공식 제원상 파워 서플라이 권장 출력이 650W여서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로는 기준에 다소 미달한다. 그런데도 테스트 시스템에서 CPU와 그래픽카드를 최대 성능으로 사용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했던 것은 그 만큼 두 제품의 기본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실행 중 CPU와 그래픽카드 양쪽 모두 최대 성능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일반 PC에서 게임을 할 때는 이번 테스트보다 소비전력이 적다. 따라서 이번 기사 테스트 시스템과 제원이 비슷한 게이밍 PC라면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를 사용해도 특별한 문제없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의 특징을 차근차근 살펴보겠다.

첫 번째는 80PLUS이다. 파워 서플라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인증이며 효율이 80% 이상이라는 것을 뜻한다. 효율은 전기 콘센트로부터 파워 서플라이에 입력된 전력이 PC 하드웨어에 알맞게 변화되는 과정에서 손실된 양은 제외한 비율이다.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말인데 소비자는 한 가지만 이해하면 된다. 효율이 높을수록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라는 점 말이다.

80PLUS는 효율에 따라 ‘스탠다드’(Standard), ‘브론즈’(Bronze), ‘실버’(Silver), ‘골드’(Gold), ‘플래티넘’(Platinum), ‘티타늄’(Titanium) 등 총 여섯 가지 등급이 있다.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는 230V(볼트) EU(유럽 전기 플러그) 기준으로 80PLUS 스탠다드 등급이 매겨졌다. 230V EU 기준 적용 시 80PLUS 스탠다드는 파워 서플라이 출력 20% · 100% 구간에서 효율 82% 이상, 출력 50% 구간에서 85% 이상이어야 달성 가능한 등급이다.

80PLUS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결과를 보면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는 효율이 출력 20% 및 50% 구간에서 87%를 넘어섰고, 출력 100% 구간에서는 84% 내외를 기록했는데 80PLUS 스탠다드보다 한 단계 위인 브론즈 등급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80PLUS 브론즈 등급은 출력 20% · 100% 구간에서 효율 85% 이상, 출력 50% 구간에서 88% 이상이면 달성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80PLUS 브론즈 등급 이상인 파워 서플라이는 보급형으로 취급되지 않아서 스탠다드 등급 제품보다 가격대가 높게 책정된다.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는 80PLUS 스탠다드 등급이면서도 실제 효율은 브론즈 등급에 근접하므로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다.

내부 모습도 살펴보겠다. 포커스 600W는 ‘액티브 PFC’(Active Power Factor Correction, 능동형 역률 교정) 회로가 적용되었다.

액티브 PFC는 전기 제품에 전력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무효 전류를 감소시키고 유효 전류를 늘려준다. 그에 따라 파워 서플라이에 액티브 PFC가 적용되면 효율을 향상시키고 전력 낭비와 과도한 발열을 방지할 수 있다. 추가로 전압과 전류를 왜곡해서 전자 기기 오작동을 유발하는 고조파(高調波)를 감소시킨다.

그 외에 장시간 안전하게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85°C 콘덴서(330㎌, 400WV), 발열 해소용 알루미늄 방열판, 전기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지 않게 막는 접지, 불필요한 전기 노이즈를 걸러주는 EMI 필터, 과전압·과부하·단락(합선) 보호 회로 등 파워 서플라이에 필요한 기본적인 안전 장치들이 장착되었다.

포커스 프로 600W 역시 기본 구조는 비슷한데 안전성이 조금 더 향상되었다.

우선 85°C 콘덴서보다 내구성이 최대 4배 더 높은 105°C 콘덴서(330㎌, 450WV)가 장착되었고, 과전압·과부하·단락에 더해서 저전압까지 막을 수 있는 4중 보호회로가 있어서 한층 더 안전하다.

쿨링 팬은 두 제품 모두 120mm 규격이지만 포커스 프로 600W에는 HDB 쿨링 팬이 장착되어서 차이가 난다. HDB는 ‘Hydraulic Dynamic Bearing’(유압식 역학 베어링)을 줄인 말이며 내부 베어링 마찰을 줄이고 자체적인 윤활 기능 및 윤활유 누출 방지 설계가 적용되었다.

일반 베어링을 기반으로 하는 쿨링 팬과 비교하면 수명은 최대 5배 더 길고 소음을 크게 내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풍량을 낼 수 있다.

포커스 600W는 24핀 메인 케이블과 8핀(4+4핀) CPU용 보조전원 케이블, 그래픽카드용 PCI-E 8핀(6+2핀) 보조전원 케이블, SATA 케이블(커넥터 4개), 4핀 보조전원 케이블(커넥터 3개)로 구성된다.

포커스 프로 600W은 포커스 600W와 전원 케이블 커넥터 구성은 동일하지만 모든 케이블이 평평하게 펴진 플랫(flat) 형태이다. 그래서 잘 꼬이지 않고 빳빳해서 PC 조립 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쿨맥스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를 살펴보았다. 기본에 충실한 제원에 80PLUS로 검증된 안정적인 출력, 4만 원대 가격 등 소비자의 시선을 끌 만한 요소가 충분한 파워 서플라이다.

또한 한미마이크로닉스가 5년 동안 무상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커스 · 포커스 프로 600W 고장으로 인해 사용자가 재산상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생산물 배상책임보험을 통해 최대 5억 원까지 보상 받을 수 있어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비록 그래픽카드 가격 때문에 다른 하드웨어까지 신경 쓰기 힘든 상황이지만 적어도 파워 서플라이는 기본을 지키는 제품을 고르기 바란다. 파워 서플라이는 PC의 생명을 책임 지는 심장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