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필수불가결 요소인 메모리. 일명 시금치라고 부르는 S사의 메모리(이하 시금치 메모리)가 적당한 가격과 높은 호환성 때문에 항상 인기가 높다.

다만 시금치 메모리는 벌크(bulk) 방식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A/S 기간이 짧은 편이고 마치 길거리 음식처럼 은박지에 대충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는 등 아쉬운 점도 있다.

그 점이 불만스러운 이들은 새로운 메모리를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 선택지는 많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결정 장애가 생길 정도인데 그런 때는 유명한 기업의 제품을 고르면 무난하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HP(Hewlett-Packard, 휴렛 팩커드) 역시 PC 메모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하드웨어 전문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과연 HP 메모리가 쓸 만한 제품인지 궁금한데 이번 기사에서는 ‘HP DDR4-2666 CL19 V2 8GB’를 살펴보고 그 궁금함을 풀어보겠다.

 

HP가 PC 메모리를 판다?

▲ 다양한 PC 제품을 생산하고 출시하는 HP (사진: HP 스토어)
▲ 다양한 PC 제품을 생산하고 출시하는 HP (사진: HP 스토어)

HP는 국내에서 프린터 · 복합기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컴퓨터 전문 기업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193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창립한 이래 각종 전자제품을 개발 · 생산하며 규모를 키워갔는데 컴퓨터 시장에도 초창기부터 진출하여 관련 기기를 다양하게 선보였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당연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HP는 PC 제조사로서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S사나 L사를 생각하면 된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같은 완제 PC가 대표적이기는 하지만 고객에게 원활한 PC 업그레이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 하드웨어는 개별 제품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메모리 역시 거기에 속한다.

▲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HP 메모리(사진: 서린씨앤아이)
▲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HP 메모리(사진: 서린씨앤아이)

국내에서는 HP의 완제 PC와 프린터 등 주변 기기만 공급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서린씨앤아이가 공식적으로 HP 메모리 유통을 맡으면서 이제 국내 소비자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HP의 품질 기준에 맞춰서 생산되는 메모리이므로 품질이 보장되고,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는 다양한 브랜드의 메모리를 국내에 공급하면서 고객 서비스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으니 믿을 만하다.

 

깔끔한 포장, A/S는 최대 5년 지원

공식 유통되는 제품답게 HP DDR4-2666 CL19 V2는 투명한 플라스틱 패키지와 HP 로고 및 제품명, 용량이 표기된 용지에 둘러싸인 상태로 판매된다. 특별한 포장 방식은 아니지만 은박지 몇 겹으로 포장되는 시금치 메모리와 비교하면 훨씬 깔끔하고 안전해 보인다.

국내 공식 유통 제품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도록 서린씨앤아이 영문 로고가 표기된 정품 스티커도 있는데 포장을 열고 메모리의 여백에 부착하면 된다. 언젠가 제품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서린씨앤아이에서 고객 서비스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하다. 물론 영수증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린씨앤아이는 최대 5년 동안 제한 보증 방식으로 HP 메모리 A/S를 지원한다.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이 단종되는 경우에는 5년 이내라도 A/S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단, 단종과 별개 재고가 남은 경우에는 추가 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편 PC를 조립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HP는 패키지 내부에 메모리 설치 방법과 주의사항을 소개하는 그림도 첨부하였다. PC에 전기가 흐를 때 메모리를 분리하면 안 되는 점과 메모리를 설치 · 분리할 때 메인보드 슬롯 고정 장치 및 홈을 잘 확인해야 하는 점 등이다.

 

기본에 충실한 데스크톱용 DDR4-2666MHz 메모리

HP DDR4-2666 CL19 V2는 기판이 검은색이고 한쪽에만 메모리 칩이 장착되어 있다. 메모리 용량은 4 · 8 · 16 · 32GB 등 총 네 가지인데 요즘은 대개 시스템 메모리를 16GB로 구성하므로 8GB 모델이 대중적이다.

메모리 한켠에는 HP 로고와 제품 기본 정보가 표기된 스티커가 붙어있다. ‘8GB’는 용량, ‘PC4 2666’은 DDR4-2666MHz(메가헤르츠), ‘CL19’는 메모리 타이밍 값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DDR4-3200MHz 메모리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불과 2~3년 전 CPU와 메인보드만 해도 2666MHz 메모리까지만 공식 지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여전히 DDR4-2666MHz 메모리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중이며 그 점을 고려한 HP는 V2 시리즈 메모리를 출시한 것이다. 이보다 클럭이 높은 메모리를 원한다면 HP V6 시리즈나 V8 시리즈 메모리를 선택하면 된다.

맨즈랩 테스트 시스템에 HP DDR4-2666 CL19 V2 8GB 메모리 2개를 장착하여 바이오스 화면에서 기본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용량과 메모리 종류, 클럭 모두 정상적으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전자산업협회의 반도체 공학 표준체인 JEDEC의 국제 메모리 표준을 준수하므로 같은 표준에 따라 제작된 AMD와 인텔 메인보드라면 호환성이나 안전성 걱정 없이 사용 가능하다.

오버클럭으로 기본 상태보다 클럭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실패 시 메모리나 다른 하드웨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 메모리와 비교하면 성능은 어떨까?

깔끔한 것도 좋고 A/S 5년도 좋지만 정작 메모리 성능이 떨어진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HP DDR4-2666 CL19 V2 8GB와 클럭과 용량이 동일한 시금치 메모리 2개를 준비하여 몇 가지 테스트를 실시해 서로 비교하였다.

▲ 산드라 라이트 2021 메모리 대역폭 테스트
▲ 산드라 라이트 2021 메모리 대역폭 테스트
▲ 산드라 라이트 2021 메모리 지연 시간 테스트
▲ 산드라 라이트 2021 메모리 지연 시간 테스트

우선 SiS소프트웨어 산드라 라이트 2021(SiSsoftware Sandra Lite 2021)을 사용하여 메모리 대역폭과 지연 시간(레이턴시) 벤치마크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메모리 대역폭은 양쪽 모두 41.66GB/s(초당 기가바이트)로 나와서 동일했다. 메모리 지연 시간은 HP DDR4-2666 CL19 V2 시스템이 77.4ns(나노세컨드, 10억분의 1초), 시금치 메모리 시스템은 78.7ns로 나왔다. 지연 시간은 숫자가 낮을수록 빠르다는 의미이니 HP V2가 소폭 앞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등 PC 게임으로 메모리에 따른 차이를 비교해보았다. 각 게임은 1920x1080(FHD) 해상도에서 그래픽 옵션을 최고 단계로 맞추고 내부 벤치마크 기능이나 리플레이를 이용해 평균 FPS(초당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9 5900X
메인보드: 에이수스 TUF B550M-PLUS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파운더스 에디션
SSD: 씨게이트 Q1 SSD 960GB
PSU: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80PLUS Bronze 230V EU HDB

 

테스트 결과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와 ‘오버워치’에서는 HP DDR4-2666 CL19 V2 메모리를 장착한 시스템이 앞섰고, ‘배틀그라운드’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시금치 메모리를 장착한 시스템이 우위를 보였다.

양쪽 메모리 모두 기본 제원이 같기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도토리 키재기 정도로 미세한 차이가 났을 뿐이다.

▲ HP V2 시리즈에는 삼성의 메모리 칩도 사용된다
▲ HP V2 시리즈에는 삼성의 메모리 칩도 사용된다

한편 산드라 라이트로 HP DDR4-2666 CL19 V2 8GB 정보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OEM 제조사가 시금치 메모리 제조사인 S사, 즉 ‘삼성’이라고 나온다. 현재 메모리 제조사 대부분은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이 생산하는 메모리 칩을 이용해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짧은 A/S 기간과 허술한 은박지 포장 때문에 시금치 메모리와 작별했으나 성능과 품질은 잊지 못했던 소비자라면 귀가 솔깃해질 만한 이야기일 텐데 모든 HP V2 시리즈가 삼성 메모리 칩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의 공급 능력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삼성 대신 다른 제조사의 메모리 칩이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제조사들의 메모리 칩도 품질 면에서 밀리지 않고 HP의 검수를 거쳐서 메모리가 완성되므로 딱히 염려할 필요는 없다.

 

깔끔하고 믿음직한 HP V2 시리즈 메모리

지금까지 HP DDR4-2666 CL19 V2 메모리를 살펴보았다. 5년간 제공되는 보증 서비스와 깔끔한 포장, 무난한 성능 등 딱히 흠잡을 곳 없는 제품이다.

특히 생소한 브랜드가 아니라 프린터와 완제 PC로 유명한 HP가 선보인 제품이고 국내에서는 메모리 유통에 일가견이 있는 서린씨앤아이가 유통과 고객 서비스를 맡고 있으니 든든하다.

V2 시리즈 외에도 V6 · V8 시리즈 등 다양한 메모리가 함께 출시되었니 그쪽도 살펴본다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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