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이래 그래픽카드 가격은 눈을 부릅뜨게 만들 정도로 급상승했다. 그래픽카드를 이용해서 가상화폐(암호화폐)라는 노다지를 채굴하는 이들이 급증했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수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최소 100만 원은 들여야 쓸 만한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아서 PC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암담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SSD는 한결 상황이 낫다. 일부 가상화폐는 채굴 시 SSD를 필요로 하지만 그래픽카드와 달리 SSD는 굳이 고급형 제품이 아니어도 무난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SD는 3D QLC 낸드 플래시 기반 NVMe SSD가 가성비 면에서 유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완전히 보급형으로 자리 잡은 SATA3 SSD와 비슷한 가격대인데도 성능은 훨씬 더 높아서 업그레이드 효과가 만족스럽다.

메모리 전문 기업인 실리콘파워(Silicon Power) 역시 3D QLC 낸드 플래시 기반 NVMe SSD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된 ‘P34 UD70 M.2 NVMe’(이하 P34 UD70)를 살펴보겠다.

 

작지만 매운 고추, 실리콘파워 P34 UD70

실리콘파워 P34 UD70은 M.2 2280 규격으로 만들어진 NVMe SSD이다. 두께가 3.5mm밖에 되지 않는데 PC용 스토리지 가운데 아담한 편에 속하는 2.5인치 SATA3 SSD가 거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늘씬하다.

다만 크기와 별개로 스토리지로서 성능은 충분하다. PCI-Express 3.0 인터페이스 4레인(이하 PCIe 3.0 x4)과 SSD에 최적화된 NVMe(1.3 버전) 프로토콜을 통해 CPU와 직접 통신하므로 근본적으로 SATA3 SSD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 순차 읽기 속도 최대 3,400MB/s 제공 (사진: 실리콘파워)
▲ 순차 읽기 속도 최대 3,400MB/s 제공 (사진: 실리콘파워)

실리콘파워 P34 UD70은 2TB 모델 기준으로 순차 읽기 속도가 최대 3,400MB/s이고 순차 쓰기 속도는 최대 3,000MB/s를 낼 수 있다. 즉 SATA3 SSD보다 6배 정도 더 빠르게 데이터 읽기 · 쓰기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실리콘파워 P34 UD70은 500GB · 1TB · 2TB 등 세 가지 모델이 있는데 읽기 속도는 모두 동일하지만 쓰기 속도는 차이가 난다. 500GB 모델은 최대 1,000MB/s, 1TB 모델은 1,900MB/s이므로 용량이 클수록 쓰기 속도가 더 빠르다.

 

3D QLC 낸드 플래시와 SLC 캐싱

이 제품은 '3D QLC 낸드 플래시' 기반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중 3D는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서 입체적으로 배치했다는 의미이다. 셀은 낸드 플래시에서 데이터 기록 단위인데 3D 방식을 적용하면 셀 사이에서 생기는 간섭 문제를 줄이고 낸드 플래시에 더 많은 셀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 즉 SSD 수명과 용량을 향상시키는 원천이다.

그리고 QLC는 'Quadruple Level Cell'(쿼드러플 레벨 셀)을 줄인 말이다. 셀에 데이터를 4비트씩 기록하는 기술이며 이전 방식인 TLC(Triple Level Cell, 트리플 레벨 셀)보다 낸드 플래시 용량을 증대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 캐시용 DRAM과 SLC 캐싱 기술 적용된 실리콘파워 P34 UD70 (사진: 실리콘파워)
▲ 캐시용 DRAM과 SLC 캐싱 기술 적용된 실리콘파워 P34 UD70 (사진: 실리콘파워)

다만 데이터를 4비트씩 기록하기 때문에 QLC 낸드 플래시는 TLC 방식보다 수명이 짧고 성능도 다소 떨어진다. 특히 수명은 이론상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서 설명한 3D 낸드 플래시와 캐시용 DRAM(킹스톤 DDR3L-1866MHz 4Gb), 그리고 데이터 쓰기 작업 시 일시적으로 셀에 데이터를 1비트씩 기록하는 SLC 캐싱 기술로 일반적인 PC 사용자에게는 충분한 수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리콘파워 P34 UD70의 낸드 플래시 수명은 TBW(TeraByte Written, 기록 가능한 최대 테라바이트) 기준으로 500GB 모델이 120TBW, 1TB 모델 260TBW, 2TB 모델 530TBW이다. 가정용 PC에 장착해 사용한다면 몇 년 동안은 수명 걱정이 불필요한 수준이다.

게다가 A/S 기간도 넉넉하다. 실리콘파워 통합 A/S 센터를 통해 5년 동안 제한 보증 서비스가 제공되므로 제품이 단종되기 전까지 고객 서비스가 이어진다. 제조사에 따라서는 QLC 기반 SSD A/S 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리콘파워의 5년 지원은 그 만큼 제품 품질을 보장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SATA3 SSD를 압도하는 성능

실리콘파워 P34 UD70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1TB 모델을 사용하여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보았다. 비교 대상으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 중인 2.5인치 SATA3 SSD(ADATA Ultimate SU655 240GB)를 선택했다.

우선 크리스탈 디스크마크를 실행했는데 실리콘파워 P34 UD70은 SATA3 SSD를 현저하게 앞서는 성능을 보였다. 실리콘파워가 공개한 제원보다 약간 더 높은 성능으로 측정되었는데 순차 읽기 성능은 PCIe 3.0 x4 최대 대역폭(3.94GB)을 충분히 활용하는 수준이다.

ATTO 디스크 벤치마크에서는 실리콘파워 P34 UD70의 최대 순차 읽기 · 쓰기 속도가 3.23GB/s(3,230MB/s) 및 1.88GB/s(1,880MB/s)로 나왔다. 제원 성능보다 다소 낮은 수치지만 400~500MB/s에 머무는 SATA3 SSD와 비교한다면 압승이다.

이어서 총 용량이 50GB인 파일 12개를 전송해서 속도와 시간을 측정해보았다. 각 SSD 내부에 폴더를 만들고 복사하는 방식으로 테스트하였다.

실리콘파워 P34 UD70은 900MB/s 내외를 유지하면서 약 1분 8초만에 파일 전송이 완료되었고, SATA3 SSD는 100~300MB/s 정도로 약 13분 12초만에 파일 전송을 끝냈다.

먼저 실시한 벤치마크와 달리 실리콘파워 P34 UD70 1TB 모델의 최대 쓰기 속도가 절반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서 의아할 텐데 SSD 컨트롤러에 내장된 캐시용 DRAM과 SLC 캐싱으로 처리 가능한 용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다른 SSD 역시 DRAM 및 SLC 캐싱 용량에 따라 성능 제약이 발생한다.

참고로 비교 대상인 SATA3 SSD는 캐시용 DRAM이 내장되지 않았고 SLC 캐싱만 적용되었다. 그로 인해 본래 속도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속도를 낸 구간이 많았다. DRAM이 내장된 SATA3 SSD라면 속도 저하가 저렇게 심하지는 않으므로 그 점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실리콘파워 SSD 전용 유틸리티 ‘SP 툴박스’

실리콘파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SSD 전용 유틸리티인 ‘SP 툴박스’(SP Toolbox)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첫 화면에서 현재 SSD 용량과 온도, TBW 수치를 볼 수 있고 ‘HEALTH’(헬스) 항목에서는 SSD 상태는 어떤지, 그리고 낸드 플래시 수명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보여준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라도 SSD는 특성상 정해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 점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데 SP 툴박스를 이용한다면 미리 점검하고 대비할 수 있다. TBW가 한계에 임박했거나 SSD 상태가 이상하다고 나온다면 바로 데이터를 다른 스토리지에 백업하고 다른 SSD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DIAGNOSTICS SCAN’(진단 검사) 항목에서는 낸드 플래시 내부에서 블록(셀 집합체) 단위로 이상이 있는지 검사할 수 있으니 이 기능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각박한 PC 시장 속 한줄기 빛, 실리콘파워 P34 UD70

지금까지 실리콘파워 P34 UD70을 살펴보았다. 본래 3D QLC 기반 SSD는 용량을 키우고 가격 부담을 줄이는 대신에 성능과 수명은 TLC 기반 SSD보다 부족한 것이 보통인데 이 제품은 딱히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SATA3 SSD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큰 부담 없이 NVMe SSD로 업그레이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과거에 몇 번 이뤄진 유통사 변경으로 인해 한때 제품 A/S가 불안정했던 점은 실리콘파워의 통합 A/S 센터가 등장하면서 개선되었으니 고객 서비스 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아무튼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현재 PC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데 실리콘파워 P34 UD70 같은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고 차근차근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워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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