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독수리 야구의 뚝심으로 존재해왔던 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자 한화 이글스 단장 특별 보좌 김태균의 영구결번식이 치러진다. 등번호는 52번이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원클럽맨으로써 LG 트윈스의 심장으로 역시 존재해왔던 박용택에 대해 현 LG 트윈스 단장 차명석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박용택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영구결번 지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것이라고. 대신 코로나19 시국이 끝나 만원 관중이 가능해지면 그 때 실현시킬 것이라 말한 바 있다. 

▲ (사진: 한화 이글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 (사진: 한화 이글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프로 스포츠에 있어 영구결번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초기에는 은퇴한 스타 선수의 상업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해당 번호를 달지 못 했었지만 이제는 의미가 달라졌다. 팀 뿐만이 아닌 종목의 큰 기여를 한 선수들에게 치하의 의미로 영구결번을 시행한다. 

김태균은 확정됐고 박용택 역시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은퇴선수에서 현역선수로 시선을 돌려보자. 과연 대한민국 프로 야구선수들 중 영구결번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기아 타이거즈 : 양현종

기아 타이거즈는 KBO 출범을 함께 한 구단이다. 2001년 해태에서 기아로 모기업에 바뀌긴 했지만 타이거즈 야구의 역사는 KBO 시작 이래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타이거즈 야구 역사에 있어 2명의 영구결번이 존재한다. 18번의 선동열, 7번의 이종범. 선동열은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답게 3번의 20승, 6번의 KBO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종범은 '무등산 호랑이'라는 별명답게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5 툴 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1994년. 393의 타율 기록, 6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 (사진: 기아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 (사진: 기아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타이거즈 역사에 레전드는 많다. 이강철, 조계현, 김성한, 이대진, 김종모 등 타이거즈 왕조를 이끈 선수들이 즐비함에도 영구결번이 되지 못했다. 타이거즈 구단의 영구결번 눈높이가 너무 높은 면도 있다. 이 기준에 도달할 법한 현역 선수는 양현종 밖에 없어 보인다. 

비록 현재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고 있지만 작년까지 양현종은 팀을 위해 헌신했다. 2016년 첫 번째 FA 당시 일본 요코하마 디엔에이 베이스타즈에서 영입을 시도했지만 기아 타이거즈에 남아 ‘기아 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귀여운 별칭을 얻었다. 팬서비스에서나 인성에서나 실력에서나 타이거즈 구단 입장에서 양현종에 대한 존재는 각별하다. 미국 야구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타이거즈로 돌아와 성공적으로 은퇴한다면 양현종 자신이 밝힌 또 하나의 목표, 타이거즈 세 번째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NC 다이노스 : 나성범

NC 다이노스의 역사는 KBO 출범을 함께 한 구단들에 비하면 짧다. 2011년에 창단돼 10년의 역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NC 다이노스의 뚜렷한 야구 색을 보이기에 다소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2020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NC 다이노스 시대를 열었다. 물론 우승의 집행검을 양의지가 들어 올렸지만 NC 야구 중심에는 '나스타' 나성범이 있음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 (사진: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 (사진: 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나성범은 원조 NC 다이노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원클럽맨이다. 그리고 다이노스팬들이 지정한 '창원 아이돌 1호기'다. 팬서비스 면에서도 창원 야구를 대표할만하다. 서울의 박용택도 그러했듯, 광주의 양현종도 그러했듯 창원의 나성범을 향해 '창원에서 나성범 싸인 없으면 간첩'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다. 

영구결번의 벽은 높다. 하지만 나성범이 지금껏 NC 다이노스에서 뛰어온 세월만큼 NC 다이노스에서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간다면, 실력에서나 기록에서나 공헌에서나 인성에서나 나성범은 NC 다이노스 1호 영구결번될 확률이 아주 높다.

 

롯데 자이언츠 : 이대호·손아섭

타이거즈 야구와 함께 KBO를 지탱한 야구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자이언츠 야구다. 자이언츠는 모기업도 바뀌지 않았다. 연고 이전은 생각할 수도 없이 부산 야구의 열기는 엄청나다. 그만큼 롯데 야구, 부산 야구, 자이언츠 야구가 KBO에 차지하는 입지는 필수적이다.

▲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롯데 자이언츠의 영구결번은 11번의 故최동원이다. 84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 당시 한국시리즈 7차전 중 4승을 거둔 故최동원의 투지는 부산 야구를 넘어 한국야구의 근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故최동원은 자이언츠의 상징으로 남아 사망 16일 뒤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KBO 출범과 함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故최동원의 뒤를 이을 영구결번 가능성이 높은 현역 선수는 누가 있을까? 10번의 이대호와 31번의 손아섭이 유력해 보인다. 이대호는 2010년 전무후무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며 부산 야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이대호가 해외로 떠나면서 그 자이언츠의 심장 자리를 손아섭이 이어받아 롯데 자이언츠만의 '근성 야구'를 질기게 이어왔다. 

▲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 (사진: 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롯데 자이언츠는 영구결번에 대해 상당히 박하다. 박정태, 윤학길, 염종석, 김응국 등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해서도 영구결번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대호와 손아섭의 헌신을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 이대호와 손아섭도 영구결번 되지 못 한다면 현재 자이언츠 선수들은 어떤 동기를 가지고 야구할까.

 

SSG 랜더스 : 김광현·최정

현재의 SSG 랜더스를 그냥 SSG 랜더스라는 구단명으로 한정 지을 순 없다. 인천 야구, 와이번스 왕조 등의 단어가 덧붙여져야 비로소 SSG 랜더스의 야구 역사를 설명할 수 있다.

▲ (사진: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 (사진: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인천 야구의 전성기는 2000년대 후반 세워졌던 와이번스 왕조 시기다. 2007·2008·2010년 우승을 차지하며 SSG 랜더스 전신 SK 와이번스의 야구는 당시 최강구단으로 군림했다. 그 중심에는 투수 김광현, 타자 최정이 있었다.

김광현은 외국인 투수들에도 밀리지 않는 구위를 선보여 '비룡군단'의 귀공자, 왕자, 에이스로 존재해왔다. 최정은 2016·2017년 홈런왕을 차지하며 김광현에 못지 않게 타격 부문에서 와이번스 야구를 지탱했다. 현재는 김광현이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이름의 SSG 랜더스 야구를 여전히 그리고 굳건히 지키고 있다.

▲ (사진: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 (사진: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김광현은 "마지막은 와이번스와 함께"라고 말하며 인천 야구의 애정을 여러번 드러냈다. 최정은 2018년 두 번째 FA 당시 프랜차이즈 선수만 체결할 수 있다는 6년 단위 재계약에 성공하며 사실 상 영구결번을 확정 지었다. 1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김광현과 최정이니 어쩌면 둘의 영구결번식을 동시에 볼 수 있을지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이대로만 계속 선수 활동을 이어가고 사고 없이 은퇴를 맞는다면 영구결번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팀에 공헌도는 높으나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두산 베어스에는 무려 4명이나 있다. 악동 이미지가 짙지만 영원한 '베어스 캡틴' 오재원, 두산 특유의 발야구를 이끌었던 정수빈과 박건우, 두산 야구의 공고한 수비력을 담당했던 허경민, 느림의 미학으로 야구의 틀을 깬 유희관까지. 이들의 팀 공헌도만 따진다면 어느 선수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NC 다이노스에 나성범 말고도 영구결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점쳐볼 선수가 있다. '창원 아이돌 2호기'로써 나성범이 타점을 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 루상에 나갔던 또 한 명의 NC 다이노스 프랜차이즈 스타 박민우. 오히려 나성범이 십자인대 부상 당시 팀을 이끌었던 건 박민우였다.

▲ 오재원·정수빈·박건우·허경민(사진: 상단-KBO), 유희관(사진: 하단 맨 좌측-KBO,) 박민우(사진: 하단 가운데 좌측-NC 다이노스 공식 홈페이지), 전준우(사진: 하단 가운데 우측-롯데 자이언츠 공식 홈페이지), 김강민(사진: SSG 랜더스 공식 홈페이지)

이대호와 손아섭의 공헌도가 롯데 자이언츠에 너무 뛰어나서 그렇지 전준우 역시 부산 야구에 빼놓을 수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9 시즌 종료 후 FA를 자격을 얻어 타 구단에서 눈독을 들였지만 전준우는 4년 계약을 체결해 자이언츠맨임을 입증했다.

투수 김광현, 타자 최정의 존재감이 절대적인 것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보다 한 발 짝 뒤에 있었지만 붉은색이 아닌 파란색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묵묵히 인천야구 계보를 이어온 자가 ‘짐승’ 김강민이다. 김강민의 팀 공헌도 역시 SSG 랜더스 입장에서 마냥 무시할 순 없다.

타 팀의 입장에서는 위 8명의 선수들이 영구결번으로 지정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영구결번의 본질은 구단 범위 안에서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팀 안에서 해당 번호를 결번으로 지정하는 것이고 엄밀히 타 팀이 간섭할 수 없는 구단 고유의 결정으로 진행된다. 부디 해당 구단들의 깊은 고민이 동반된 영구결번이 되기를 바란다.

 

 

활발한 영구결번 지정은 스포츠 산업 발전을 이끈다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구단 뉴욕 양키스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구단인 만큼 영구결번이 총 23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한다. 영구결번 수가 10개 이상되는 팀은 총 13개 구단이나 된다. 즉, 메이저리그는 영구결번이란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가장 많은 영구결번을 보유한 팀이 김태균 52번을 새로이 지정함으로써 4개를 보유하게 된 한화 이글스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비해 역사가 짧은 면도 있지만 영구결번 지정 자체를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영구결번은 영원히 남는 행위다. 팀 내에서 어느 누구도 해당 번호를 달 수 없다. 스포츠는 기록의 산물이기 때문에 영원히 남는 기록이라면 어느 프로 스포츠 현역 선수든 모두가 바랄 것이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동기부여의 한 방안으로 영구결번은 존재해야 할 것이며, 보다 활발한 영구결번 지정은 프로 스포츠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모든 스포츠 모든 구단들은 명확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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