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PC를 새로 맞출 때 HDD를 선택하는 분들은 거의 없죠. HDD를 굳이 사용한다면 NAS용이나 메인 PC의 서브 저장 장치로 활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M.2다. NVMe다. 말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무난하게 SSD를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대 이 SSD라는 것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죠. 제조사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나와 기준으로 SSD 제조사들이 무려 117개나 존재합니다. 물론, 이 중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제조사들이 있겠죠. 그러나 실제로 SSD 제품 구매에 있어 너무 많은 제조사들은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킵니다. 당연히 삼성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성비를 안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죠.

우리에게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키는 SSD 제조사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언뜻 생각하시는 그것이 맞습니다. 제조가 쉽습니다. SSD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은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입니다. 이 두 가지 핵심 부품을 확보한다면 나머지는 큰 기술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SSD를 출시하는 것입니다. 사실 SLC, MLC, TLC라는 용어도 현실적으로 크게 구분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세가 이미 TLC라 거의 대부분의 SSD가 TLC 방식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중저가 브랜드의 SSD에 대한 정보를 구분할 때는 어느 회사의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를 사용하는지를 먼저 살피죠.

하지만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 정보까지 넘어가면 PC에 별 다른 관심 없는 분들은 완전 까막눈이 되죠. 그래서 조금은 고급화 과정으로 가볼까 합니다. 도대체 낸드플래시는 무엇이고, 제조사들은 어디일까요?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SD의 핵심 낸드 플래시란 무엇인가?
우선 SSD의 핵심인 낸드 플래시란 무엇인가 살펴보지 않을 수 없죠. 낸드 플래시는 정확하게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NAND flash memory)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비휘발성 반도체 저장 장치를 뜻하죠. 비휘발성이란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남아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반대인 휘발성 메모리가 D램입니다.

 

약간만 고급으로 들어가 볼까요? 플래시 메모리란 플로팅 게이트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각 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플로팅 게이트는 산화막을 두르고 있습니다. 전압에 의한 전기장의 영향으로 일부 전자가 산화막을 통과해 플로팅 게이트로 진입합니다. 이를 터널 효과라고 합니다. 이 터널효과로 갇힌 전자는 셀의 쓰기에 해당하고, 반대로 플로팅 게이트에 갇힌 전자들이 산화막을 통과해 빠져 나오는 것을 터널릴리즈라고 하는데, 이는 셀의 지우기에 해당하죠.

낸드란 것은 이 플래시 메모리의 한 종류입니다. 낸드 뿐 아니라 NOR, DINOR, AND로도 구분되죠. 또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셀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에 따라 SLC, MLC, TLC로 종류가 나뉩니다.

 

사실 SLC, MLC, TLC는 SSD를 선택할 때 접하시는 용어입니다. 저장 방식에 따른 구분이라고 이해는 됐지만,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시겠죠. 이는 제조사의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셀에 더 많은 정보를 넣을 수 있다면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단가를 낮출 수 있죠. 즉, 가성비를 갖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셀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면 데이터 보존에 대한 신뢰성 저하, 수명 저하, 성능 저하 등의 문제를 불러 옵니다. 그래서 SLC에서 MLC로 갈 때 저항이 많았고, MLC에서 TLC로 갈 때 저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SSD를 구매할 때 이를 따지는 사람이 많지만, 현재는 TLC기반의 제품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굳이 뭐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2D, 3D라는 용어도 접하셨을 텐데요. 이는 공정을 의미합니다. 기존 2D 낸드는 앞서 설명한 셀을 평면으로 배열했습니다. 이는 기술 발전에 따른 미세 공정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죠. 공정의 미세화는 셀이 더 작아지고 간격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3D 낸드가 등장했는데요. 3D 낸드는 원기둥 모양의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올리고, 또 그 기둥을 평면으로도 배열합니다. 흔히 단독주택과 아파트로도 비유하죠.

낸드 플래시 제조사는?
낸드 플래시란 무엇인지 이해를 했다면 다음은 실질적으로 알아볼 낸드 플래시 제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T 시장 조사 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매출 규모로 봤을 때 삼성은 40.4%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도시바(16.2%), 웨스턴디지털(14.8%),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9.9%), 인텔(5.7%) 등입니다.

 

삼성이 3D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입니다. 앞서 설명한 아파트 잊지 않으셨죠? 3D 낸드의 층수를 의미하는 24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생산했습니다. 또 2015년 4분기에는 48단 제품을 양산했고, 2016년 12월에는 64단 제품을 양산했습니다. 사실상 낸드 플래시 분야는 현재 삼성이 독보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대전자로 출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사입니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주요 고객사입니다. HDD 제조사로 유명한 씨게이트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도 알려졌죠. 삼성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낸드 플래시 제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는 기업입니다.

 

마이크론은 사실 삼성, SK하이닉스와 낸드 플래시 3대 제조사로 일컬어질 정도로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저가 SSD 제조사들의 상당수가 마이크론에서 생산한 3D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쿠루셜이라는 자사 SSD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업계 2위인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를 처음 만든 곳입니다. 사실상 원조죠. 삼성이 기술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지만 도시바는 상당수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도시바가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한 시점은 1984년입니다. 그리고 낸드 플래시는 1989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회계부정 사태가 발생했고. 2017년 도시바메모리가 시장에 나오게 됐죠. 최근 씨게이트가 한•미•일 연합을 통해 인수했습니다.

 

CPU로 더 유명한 인텔은 한 때 반도체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삼성에 최근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공장의 가동을 멈추고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다 다시 칩셋을 생산하는 등 병행하고 있죠. 조만간 램 없이 일체형 저장장치 PC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사실상 마벨로 정리된 SSD 컨트롤러 시장
앞서 설명드린 것과 같이 SSD는 크게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로 구분됩니다. 컨트롤러는 메인보드와 운영체제가 플래시 메모리를 HDD와 유사한 구조로 인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 데이터를 분산시켜 저장하고, 분산된 데이터가 어느 셀에 기록됐는지 알려주는 페이징 파일을 저장하거나 분석하죠. 사용하지 않은 셀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오류 데이터 등을 알려주고 걸러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컨트롤러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능들은 SSD의 읽기, 쓰기 속도나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이 컨트롤러는 낸드 플래시와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제조사들도 다르죠.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회사 이름도 많을 것입니다. 우선은 넘버원인 삼성을 살펴봐야겠죠. 삼성은 자체적인 삼성 컨트롤러를 생산합니다. 삼성 SSD에 최적화되어 있는 컨트롤러입니다. MEX, MGX 등의 네이밍이 유명했지만, 2016년부터 CM871a 등으로 작명이 교체됐습니다.

 

SSD 컨트롤러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는 사실 마벨입니다.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졌으며, 플렉스터, 인텔, 샌디스크, 마이크론, 도시바 등에 컨트롤러를 공급하거나 협력을 통해 컨트롤러를 개조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SSD의 컨트롤러가 마벨 컨트롤러라면 우선은 무난하다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용량에 따라 쓰기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용량이 작을수록 쓰기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다만, 현재 컨트롤러 시장에서는 사실상 독보적인 자리에 올라섰다 말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마벨 외에도 실리콘모션, 파이슨, 샌드포스 컨트롤러가 있습니다. 실리콘모션은 주로 중저가형에서의 SMI 컨트롤러를 생산합니다.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일부 제품에 적용한 컨트롤러이기도 합니다. SM2258XT 컨트롤러가 유명한데, 최근 SSD 용량의 3분의 1 이상 데이터를 저장할 경우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파이슨은 OEM 회사에 ODM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로, 파이슨의 컨트롤러를 사용했다면 어쩌면 브랜드 빼고 나머지는 모두 파이슨에서 설계하고 제작한 제품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최근에는 NVMe 1.2를 지원하는 PS5008 컨트롤러까지 나왔습니다. 그리고 샌드포스는 MLC 초기에 많이 사용됐던 컨트롤러를 공급해 유명해진 회사지만 2014년 씨게이트가 인수했습니다.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 정보는 곧 신뢰
지금까지 설명한 것과 같이 이제 SSD의 선택 기준은 지나치게 기술적인 부분을 따지기 보다는 어느 회사의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를 사용했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왜 따져볼까요? 이를 따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은 수많은 저가 브랜드의 공습으로 구매 판단 기준이 필요해졌습니다. SSD 시장에 주력 인터페이스는 SATA-3로 HDD와 동일한 인터페이스 방식인데 SATA-3 인터페이스는 안정기를 훨씬 넘어 기본 중에 기본인 연결 방식이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들이 똑같은 인터페이스와 프로토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속도에서는 거의 동일한 스피드를 제공합니다.

M.2 기반의 NVMe SSD가 아닌 이상, SATA-3 기반의 2.5인치 SSD에서 전송방식으로 속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수많은 SSD 브랜드들이 대부분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일부 브랜드들은 단가를 더 낮추기 위해 이름도 없는 중국산 저가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죠. 당장은 저렴해서 좋지만 스토리지라는 특성상 데이터의 안정적인 저장이 필수적인 만큼 잘못된 선택으로 소중한 자료가 훼손되거나 파손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제품을 선택해 최소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걸러내자는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습니다. 물론 SSD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SSD는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목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구성하는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물론 제조사마다 크고 작은 이슈들은 늘 있어 왔습니다. 삼성도 성능 저하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죠. 펌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도 하지만 소나기가 내리면 일단 피하라고 했습니다. 만약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 정보를 알고 있다면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일히 그러한 정보를 파악한다는 것은 다소 귀찮으면서도 공부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졌습니다. 안정적인 브랜드는 안정적인 기술력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할 것이라고 우리는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삼성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내는 능력, 가장 뛰어난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하루아침에 회사가 문을 닫거나 할 일이 없다는 신뢰 때문이죠. 그런대 중저가 브랜드들은 이 같은 신뢰를 주기에 역사가 짧고, 회사의 이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부도난 파워렉스 용산 서비스센터. 셔터가 굳게 닫혀 있다.
최근 부도난 파워렉스 용산 서비스센터. 셔터가 굳게 닫혀 있다.

그래서 저가형 SSD를 구매할 때 항상 의심하고 살펴보는 것이죠. 실제로 용산에서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당장 저렴해서 구매까지 이루어졌지만 차후에 이러한 부분으로 인해 사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는 경우로까지 갈 수 있습니다.

CPU로 인해 인텔을 선택하거나 전자제품으로 익숙해 삼성을 선택하거나 낸드에 대한 관심으로 마이크론을 선택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이유는 그 기업들이 안정적인 규모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이에 대해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스토리지 전문 회사의 제품은 어떨까요? 원래 HDD를 만들던 회사들 말입니다. 삼성만큼의 신뢰를 줄만한 회사들이겠죠. 역사와 전통도 있습니다. 또한 저장장치 전문회사이기 때문에 HDD이건 SSD이건 우리는 이러한 데이터에 대한 안정성과 더불어 SSD와 HDD의 상호관계에 있어 보다 우월한 호환성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기대심리도 가질 수 있습니다.

마치 CPU로 인해 인텔 SSD를 선택하고 가전제품에 대한 익숙함으로 삼성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고 이는 비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복잡한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에 대한 정보가 다소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처럼 기업의 브랜드 가치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그 기업에 대한 신뢰도일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SSD 시장에서 씨게이트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씨게이트가 곧 출시한다는 바라쿠다 SSD가 등장하면 이제 모든 HDD 제조사들이 SSD 시장에 뛰어들게 됩니다. 다수의 업체들이 끼어들어 혼란스럽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SSD 시장에 스토리지 전문 회사인 씨게이트가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씨게이트도 그 관심만큼이나 조심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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