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종격투기 및 종합격투기 인기는 1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K-1, Pride FC, UFC 등의 여러 격투기 단체를 아우르며 대한민국의 여러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문을 두드렸다.

최홍만, 데니스 강, 추성훈, 윤동식, 김동현, 임치빈 등이 우리나라 격투기 대중화를 선도하였고 그 계보를 6월 15일 기준, UFC 페더급 랭킹 4위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이어받았다.

▲ (사진: UFC.com)
▲ (사진: UFC.com)

오는 2021년 6월 20일, 정찬성이 UFC 일곱 번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댄 이게를 상대로 'UFC on ESPN 25'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지난 여섯 번의 승리 중 단 한 번의 판정승도 없는 정찬성이기에 이번에도 '코리안 좀비'다운 'NO 판정' 승리를 기대하게 한다. 

정찬성은 자신의 존재감을 결과적으로 상승시킨 원동력을 UFC에서 거둔 모든 승리에서 얻어냈다. 그 승리들이 어떤 의미를 낳았는지 살펴보면, 이번 댄 이게와의 대전 역시 어떠한 유의미를 낳을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후술 될 정찬성 6승의 부제에 동의할 수 있는가? 그리고 도출될 댄 이게전의 부제는 무엇이 적당할지 작문해보자.

 

 

vs 레오나르드 가르시아 : 격투기 역사 상 최초 트위스터 시전

종합격투기의 역사를 일본 격투 단체 슈토가 창설된 1985년으로 대략적으로 본다. 1985년을 종합격투기 역사의 시작으로 설정한 후, 그 36년의 역사 안에선 다양한 형태의 무술과 기술이 발전했다. 특히, 주짓수는 그레이시 가문이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종합격투기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격투기는 타격으로만 살아남는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이러한 종합격투기 역사와 주짓수 역사에 정찬성이 이름을 굵게 남겼다는 것을 격투팬 모두는 알고 있다.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정찬성과 레오나르드 가르시아는 WEC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그 경기 역시 종합격투기 경량급 역사에 있어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그 경기에서 정찬성은 패했다. 그리고 UFC에 입성하여 다시 레오나르드 가르시아와 2차전을 맞붙게 됐다. 

정찬성은 복수에 성공했다. 그냥 성공한 것이 아니다. 주짓수의 또 다른 전설, 에디 브라보에 의해 개발은 됐지만 실제 경기에서 시전 된 바 없는 '트위스터'라는 기술을 정찬성은 레오나르드 가르시아에게 성공시켜 승리를 따냈다. 이후 UFC 하이라이트, UFC 주짓수 명장면, UFC 창의적인 기술 등등의 영상에 항상 정찬성은 등장하게 됐다.
 

vs 마크 호미닉 : 7초 KO 승

물론 주짓수가 창의적인 면, 기존 격투기의 개념을 깨는 기술들로 종합격투기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갈래임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격투기는 타격이고 호쾌한 KO가 나와야 격투팬들은 흥분한다. 

정찬성은 종합격투가로써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KO승은 반드시 일궈내야 하는 미션이었다. 당시 UFC 페더급의 베테랑으로써 챔피언 벨트를 두고 조제 알도와도 경기를 치른 바 있는 마크 호미닉을 KO승의 제물로 삼아야 했다.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경기 무편집본 영상과 하이라이트 영상 굳이 나눌 필요가 없었다. 편집 없는 영상이 곧 하이라이트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KO승이 필요했던 정찬성은 마크 호미닉을 불과 7초 만에 때려눕혔다. 과정 역시 완벽했다. 복싱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한 발짝 백스텝을 밟은 후 카운터 펀치를 날려 마크 호미닉을 잠재웠다. 

레오나르드 가르시아에게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트위스터'로 항복을 받아내더니 마크 호미닉을 탄탄한 복싱 기본기로 7초 KO승을 따냈던 것이다. 북미 격투계가 정찬성에게 환호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vs 더스틴 포이리에 : 챔피언 조제 알도가 보인다

'트위스터 시전', '7초 KO'라는 이색적인 승리를 연속으로 따내며 정찬성은 북미 격투계, UFC 페더급의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하지만 2012년 당시 UFC 페더급에는 오로지 정찬성만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지 않았다. 

훤칠한 외모에 더불어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였던 UFC 페더급의 신성 더스틴 포이리에도 있었다. 정찬성과 더스틴 포이리에, 둘이 같은 속도로 정상을 향해 갈 순 없었다. 누가 먼저 챔피언에 도전할만한 재목인지 가리기 위해 서로 주먹을 섞어야만 했다.

▲ (사진: 유튜브 스포츠타임 공식 계정 캡처)
▲ (사진: 유튜브 스포츠타임 공식 계정 캡처)

경기 전 예상에선, 더스틴 포이리에의 단단함에 더 점수를 쳐줘 정찬성의 패배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경기에 들어서고 3라운드 내내 더스틴 포이리에를 압도했다. 그리고 4라운드, 정찬성 특유의 좀비 같은 전진 스텝에 질려버린 더스틴 포이리에의 안면 가드 사이로 어퍼컷을 적중시키고 플라잉 니킥 후 다스 초크로 더스틴 포이리에의 탭을 받아냈다. 

1라운드 시작 공이 울리고 더스틴 포이리에의 포기까지 정찬성에게 틈은 없었다. 타격부터 서브미션까지 정찬성은 충분히 조제 알도에게 도전할만한 재목이었다. 그렇게 정찬성은 더스틴 포이리에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어느 누구의 이견없이 조제 알도에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vs 데니스 버뮤데즈 : 전역 후 승리

대한민국 20대 남성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군대다. 어느 환경에서 어느 직군에 종사하고 있느냐에 따라 입대 시기를 정하며 그에 따른 결정은 개인의 삶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한민국 국적의 정찬성 역시 이에 자유로울 순 없었다. 투혼을 불태웠지만 조제 알도에게 패한 후 아키라 코싸라니와의 대결이 정해졌지만 조제 알도 전에서 입은 어깨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취소됐고 그렇게 정찬성은 군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어깨 부상은 심각했다. 정찬성은 신체등급판정 4급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으로 2014년 10월 20일부터 2016년 10월 19일까지 복무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2017년 2월 5일 데니스 버뮤데즈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군 복무 포함 약 3년 반의 공백, 그 공백은 오히려 정찬성을 더 간절하게 했나 보다. 태클 방어가 약점으로 평가받은 정찬성을 상대로 레슬러 데니스 버뮤데즈의 스타일이 잘 먹혀들 것이란 예상은 무참히 부서졌다. 

정찬성은 데니스 버뮤데즈의 근접 타이밍에 맞춰 무거운 어퍼컷을 적중시켜 KO승을 거두었다. '코리안 좀비'의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그와 동시 세계 격투팬들은 대한민국 징병제의 실체가 어떻길래 정찬성이 이렇게 강해져서 돌아오는 거냐며 궁금해하기도 했다.

 

vs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 : 다시 타이틀전을 향하여

비록 데니스 버뮤데즈를 제물로 하여 '코리안 좀비'의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여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신과 같이 오래 UFC 페더급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리카르도 라마스의 경기가 정해졌지만 정찬성이 훈련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며 취소됐다. 다음 프랭키 에드가와의 경기가 확정됐지만 이번엔 프랭키 에드가가 이두근 파열로 이탈했다. 

그렇게 야이르 로드리게스로 상대가 변경됐다. 이 경기에서 정찬성은 5라운드 1초를 남기고 버티컬 엘보우를 안면에 맞아 KO패하고 말았다. 정찬성은 절치부심해야만 했다.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다시 정찬성에게 기회가 왔다. 자신보다 높은 랭커였던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이하 모이카노)와의 경기가 확정된 것이다. 절치부심, 이 감정을 모이카노에게 완전히 풀어냈다.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모이카노의 습관 중 하나인 레프트 잽을 하는 틈에 라이트 훅을 모이카노의 안면에 적중시켜 경기를 끝내고야 말았다. 

자신보다 상위 랭커를 완벽한 KO로 꺾었다는 것, 다시 한 번 타이틀전을 치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가능성을 낳았다. 손흥민만 월드 클래스가 아니었다. 정찬성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vs 프랭키 에드가 : 부산은 코리안 좀비의 땅이다

모이카노를 완벽하게 꺾은 후, 또 다른 UFC 페더급 타이틀 도전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정찬성은 이례적으로 '트래쉬 토킹'을 주고받으며 도발을 이어갔다. 두 선수의 대립을 눈여겨본 UFC 주최 측은 이 둘의 대결을 부산에서 개최될 'UFC Fight Night 165'의 메인 경기로 확정했다.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던 중 브라이언 오르테가가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했다. 이 빈 자리를 UFC 경량급의 베테랑 프랭키 에드가가 채우게 됐다. 대한민국 땅에서 이름값 높은 프랭키 에드가를 꺾는다면 정찬성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 (사진: 유튜브 스포티비 공식 계정 캡처)

시대의 강자는 운명에 기대지 않고 결과물을 스스로 포착하고 만들어 낸다. 이 것이 정찬성이 그동안 걸어왔던 행보였다. 부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정찬성은 UFC 페더급 챔피언 출신, 조제 알도와 맥스 할로웨이도 판정으로 가서야 겨우 꺾었던 프랭키 에드가를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 전에 프랭키 에드가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유효타를 적중시켜 꺾었다. 

앞서 말한, 완벽한 승리 공식에 하나도 벗어나는 것이 없었다. 베테랑 프랭키 에드가를 대한민국 땅에서 판정도 아닌 KO로 꺾어 당당히 그 날의 주인공이 된 정찬성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를 하는 정찬성의 머리는 입장 때 그대로 단정했다. 그리고 당당히 "I Want Volkanovski"라고 외쳤다. 코리안 좀비의 땅 부산에서.

 

 

정찬성은 이미 전설

정찬성은 프랭키 에드가를 꺾고 비로소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대결했지만 판정패했다. 모든 전략적인 면에서 완봉당했지만 그렇다고 정찬성의 기량과 가치가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높고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어떤 식으로든 위협할만한 선수다.

정찬성의 선수 경력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가 차후 다시 UFC 페더급 타이틀전을 치르지 못 하더라도, 지금보다 못 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이미 그는 전설이다. 인기는 높았지만 세계 정상에 정찬성보다 근접한 대한민국 격투기 선수는 없었다. 당연히 정찬성의 재기에 댄 이게는 한 끼 식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행여나 패하더라도 이미 정찬성은 전설이기에 그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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