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은 왜 찾아보기 쉽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수요가 적어서요” 하지만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제조사도 해당 노트북을 만들기 쉽지 않다. 15.6인치, 17.3인치 노트북과 달리 14인치 노트북은 크기가 작다. 작은 크기의 노트북에서 고성능 부품의 발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쿨링 솔루션을 탑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패널도 14인치에 고주사율이며 응답속도도 빠른 제품군은 수요가 적다.
그런데 해당 문제를 해결한 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이 있다면 어떨까? 해당 노트북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휴대가 편해 어디서나 고성능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시중에도 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이 있긴 한데, 크기 때문에 성능은 메인스트림 등급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하이엔드 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은 어떨까? 있을까? 그런 노트북은 사실 환상에 가깝다. 하이엔드 제품군이라면 평범한 쿨링 솔루션을 탑재했을 경우, 백이면 백 쿨러 소음을 감당할 수 없다.
물론 쿨러 소음을 감당할 방법도 있다. 성능을 제한시키면 된다. 그러면 하이엔드 부품을 사용하는 의미는 퇴색된다. 들어간 부품만 하이엔드지 실 성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데, 과연 해당 노트북의 존재 가치가 있을까? 즉 14인치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은 난센스였다. Razer BLADE 14 R9 Zen3 R3070 QHD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세상에 이런 14인치 노트북이?
어느날 기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니~ 14인치 노트북인데 RTX 3070이 들어갔다니까요? 빨리 와서 한 번 보세요” 14인치인데 라이젠 9 5900HX에 지포스 RTX 3070이 들어간 노트북이 있다? 기자는 급하게 노트북이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시 영등포구. 사무실 근처에 도착한 기자. 문을 두드려 보는데…
“계시나요?” 하지만 내부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맨즈랩에서 왔습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남자의 얼굴이 빼꼼 비친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는 남자. 한눈에 보기에도 작아 보이는 노트북을 들고 있다. 상판에는 레이저 로고가 초록색으로 빛난다. 과연 이 노트북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저, 이 노트북이 그 노트북인가요?” 레이저에서 내놓은 14형 게이밍 노트북 Razer BLADE 14 R9 Zen3 R3070 QHD(이하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 라이젠 9 5900HX,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GDDR6 8GB 랩톱 GPU(TGP Max 100W), DDR4 3200MHz 16GB RAM을 탑재한 14형 게이밍 노트북이다.
노트북을 쓱 보니 게임이 돌아가고 있다. 라이젠 9 5900HX에 지포스 RTX 3070이 들어간 노트북. 거기에 14인치다. QHD 165Hz에 DCI-P3 100%다. 작은 크기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성능 부품을 탑재했다. 크기를 생각하면 가혹할 정도다. 거기에 CNC 알루미늄 섀시와 슬림 디자인 덕분에 두께가 아주 얇다. 16.8mm다. 무게도 1.78kg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의외로 쿨링팬 소리가 조용하다? “이런 노트북이 조용하면 문제 생기는 거 아니에요? 발열 처리를 못 해서 고장 날 것 같은데” 노트북의 건강이 걱정된 기자. 노트북 전문가를 불러 상태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뭐 별다른 문제는 없고요. RTX 3070을 TGP 100W로 제한해 발열을 잘 잡았네요. 뭐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남자의 얼굴이 환해진다.
“언제까지 노트북이랑 계속 살 생각이세요?” “오랫동안요. 최고의 14인치 노트북인데 열심히 돌봐야죠” 남자분~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건강은 꼭 챙기세요~ 블레이드야! 남자분 말씀 잘 듣고 착하게 게임 돌리거라.
QHD 165Hz 디스플레이에 커다란 스피커와 레이저 크로마 RGB 키보드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주 얇고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이다. 디스플레이 품질 등 미묘한 부분에서 조금씩 타협을 할 법 한데, 놀랍게도 그런 건 하지 않았다.
탑재된 디스플레이는 14인치 IPS QHD 165Hz로 색영역은 DCI-P3 100% 를 지원한다. 색표현력만 놓고 보면 영상 작업에 적합할 정도다. 주사율은 165Hz인데 사실 QHD 165Hz면 어지간한 게이밍 데스크톱으로도 구현하기 힘든 주사율이다. 참고로 블레이드 15 어드밴스드가 QHD 240Hz였는데, 해당 패널의 성능을 모두 끌어내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의 QHD 165Hz면 충분한 걸 넘어 차고 넘친다.
단 주사율 동기화 기능인 엔비디아 G-SYNC(지싱크)가 지원되지 않는다. 블레이드 15 어드밴스드 제품과 달리 이 점은 좀 아쉽다. 지싱크가 지원되면 화면 찢김 현상이 없어 부드럽고, 장시간 게임을 즐기기 적합하다. 이외에 베젤은 4.7mm로 크게 줄었다. 블레이드 15 어드밴스드가 4.9mm였는데 이보다 더 줄었다.
크기는 가로, 세로, 높이 기준으로 319.7x220x16.8mm다. 게이밍 노트북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얇다. 지원 포트는 USB 3.2 Gen 2(USB-A) x2, USB-C 3.2 Gen 2 2x2(PD지원/DP1.4/20V 이상 충전기 사용 시 PD지원), HDMI 2.1 x1, 3.5mm 콤보잭을 지원한다.
네트워크 성능은 Wi-Fi 6e인 인텔 AX210 무선 네트워크가 장착됐다. Wi-Fi 6인 기존 인텔 AX200 무선랜보다 더 향상된 Wi-Fi 6e(Gig+) 제품이다. 거기에 THX Spatial 오디오(2스피커+스마트앰프)를 지원한다. 4 Mic Array, 켄싱턴 보안 슬롯, 윈도우 Hello 내장 IR HD 웹캠(1MP/720P)이 내장됐다.
소리는 어떨까? THX Spatial 오디오가 지원돼 뮤직, 시네마, 게임, 보이스 등의 음장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블레이드 15 어드밴스드의 경우 저음 구현이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해당 부분이 상당히 개선됐다. 공간감이 뛰어나며 중고음이 강조되는 특성은 그대로다.
특히 공간감은 노트북 중 최고라 볼 수 있다.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게임 진행 시 어둠 속에 숨은 보스를 찾아 총으로 쏘는 부분이 있는데, 공간감이 뛰어나다는 특성 덕분에 소리만 듣고 금방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게임용으로는 최고의 스피커다. 음향 감상 용도로는 개선이 많이 됐지만 굳이 뽑자면 저음이 조금 아쉬운 정도다.
키보드는 레이저 시냅스 3를 통해 변경할 수 있다. RGB 효과 적용 시 아주 화려하다. 어두운 곳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라 밝은 곳에서도 잘 보인다. 라이팅 이펙트도 뚝뚝 끊어지거나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레이저가 그간 키보드로 쌓아올린 내공이 그대로 적용된다. 단 키보드 키캡에는 한글 각인이 없다. 그런 이유로 키 배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오타가 조금 날 수도 있다.
이어 게임 시 RGB가 연동된다. 기존 레이저 키보드는 오버워치에서 캐릭터 변경 시 해당 캐릭터의 컬러에 맞춰 키보드 RGB 색상이 변경되는 기능이 있는데,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에도 해당 효과가 그대로 적용된다. 캐릭터 선택 시 키보드 색상이 변경된다.
게임에 돌입하면 캐릭터 상태에 따라 사용 가능한 스킬이 깜빡이며 표현된다. 옆에서 구경할 때는 상당히 신기한 기능이다. 그렇다면 게임용으로 키보드는 어떨까? 키 간 간격이 넓고 키 스트로크도 낮다. 입력속도가 빨라 액션, FPS, 대전격투, 리듬 게임에 적합하다.
베이퍼 챔버 쿨링 시스템과 오래 가는 배터리
얇은 게이밍 노트북은 발열 해소가 쉽지 않다. 가장 편한 방법은 쿨링팬 RPM을 높이는 방법인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귀가 따갑다. 필사적으로 열을 식히기 위해 돌아가는 쿨링팬을 보면 시끄러운 것을 넘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는 베이퍼 챔버 쿨링 시스템이 탑재됐다. 내부 유체의 증발 및 응축을 통해 증기 챔버가 효율적으로 열을 발산한다. 쿨링팬은 두 개다. 블레이드 15 어드밴스드가 44 블레이드 팬이었는데, 이번에는 88 블레이드 팬이다. 거기에 발열 면적도 넓다. 이런 특징 덕분에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는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능을 지니게 됐다.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실행 후 15분 동안 방치한 뒤 발열을 확인해 봤다. 노트북 키보드의 최대 온도는 중앙 부분이 48.8도로 높은 편이다. 단 게임 시 자주 사용하는 WASD 키 부분은 아니다. 팜레스트 부분도 온도가 낮다. 키보드 상단 통풍구는 52.2도, 노트북 환기구는 대략 48도로 측정된다.
빌리지 실행 시 CPU 온도는 최대 94.5도, GPU 온도는 최대 81도로 확인된다. 이어 블렌더 벤치마크 테스트 시 CPU는 최대 100도를 기록한다. 소음은 CPU, GPU 클럭을 최대로 설정했을 때 평균 53.5dB 정도다. 노트북 두께 및 무게를 감안했을 때, 크게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 귀가 터질 정도의 쿨러 소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배터리는 내장 61.6Whr의 충전식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다. 배터리 절전 모드 설정(밝기 50%) 후 최대 사용 가능한 시간이 10시간 7분으로 표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PD 충전도 지원된다. 만약 어댑터를 휴대하지 않은 상황이라도, PD 충전을 통해 야외에서 이어서 사용할 수 있다.
게이밍 성능은 어떨까
블레이드 14 R9 Zen3 R3070 QHD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최상, 최저 옵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CPU-Z
3DMARK
3DMARK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픽 스코어 22,970점이다. 참고로 데스크톱 RTX 2070 SUPER가 그래픽 스코어 25,647점 인근으로 나오는데, 이보다 조금 못한 정도다.
타임 스파이는 어떨까? 타임 스파이는 그래픽 스코어 9,557점이다. 참고로 TGP 제한 및 클럭이 낮은 모바일 RTX 3070이 그래픽 스코어 8,025점이다.
블렌더 벤치마크(bmw27)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1920x1080 울트라 옵션에 DX12로 테스트했다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QHD 해상도에서 레이트레이싱, 그래픽 우선, 성능 우선 옵션으로 나눠 측정했다. 알치나 드미트레스쿠 보스전이 시작하기 직전(칼을 꺼내든 순간부터 측정)까지의 프레임을 측정했다.
배틀그라운드
훈련장 교각을 스쿠터를 타고 건너며 프레임을 측정했다. 완벽하게 같은 상황을 재현할 수는 없어 참고 자료 정도로 보면 좋다. QHD, FHD 해상도로 나눴고, 울트라 및 국민 옵션으로 다시 나눠 진행했다.
오버워치
QHD 해상도에 렌더링 스케일은 100%로 고정한 뒤 훈련장에서 프레임을 측정했다.
호라이즌 제로 던
QHD, FHD 해상도에 최고급 옵션, 성능 우선 옵션으로 나눠 테스트를 진행했다. QHD 성능 우선에서 최소 프레임이 낮게 나왔다. 참고용 정도로 보면 좋다.
하이엔드 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의 탄생
놀랍다. 몸집도 조그만 노트북이 고성능 게이밍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갖췄다. 미니 ITX 시스템으로 만들더라도 이 정도로 구현해내는 건 쉽지 않다. 라이젠 9 5900HX에 RTX 3070을 탑재한 조그만 노트북인데, 놀랍게도 소음도 적고 발열 처리도 뛰어나다. 반면 스피커 소리는 아주 크다. 게이밍 키보드의 RGB 효과도 익숙한 레이저의 그것이다. 1.78kg의 무게에 이 정도의 성능이면 사기에 가깝다. 레이저의 집념이 최고의 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을 만들어냈다.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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