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NAS를 아파트라 표현한다. 아름다운 야구선수들이 많이들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사실 아파트의 원조는 NAS보다는 케이스다. 특히 하드디스크가 많이 들어가는 케이스가 진짜다.

사자 마스코트로 유명한 컴이지는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스토리지 마스터’ 케이스를 선보였다. 해당 케이스는 하드디스크가 거의 초고층 주상복합 수준으로 탑재된다. 이른바 사자팰리스. 아니.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에 집중했으니 사자아파트가 더 적절하겠다. 그런 사자아파트의 특징은 공조 시설(전면 메쉬, 전면 140mm 쿨링팬 3개)이 잘 갖춰졌다는 것이다.

투명 창문 하나 없는 사자아파트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다. 내부에는 보통 일본 야구 선수들이나 새롭게 발견된 광산의 광부들이 모여 산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자아파트의 모든 입주민이 사라졌다. 사자아파트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컴퓨터를 어디에 썼을까

계단에서 가벼운 발걸음이 들렸다. 이후 나타난 사람은 키가 작고 눈이 컸다. 의뢰인은 우리와 악수를 하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여기가 무엇이든 해결해준다는 사무소죠?” 나는 여기가 흥신소가 아니고 언론사임을 밝혔다. 그는 대충 듣고 고개를 저었다. “맨즈랩? 남성 연구소? 뭐 됐습니다. 그보다 의뢰를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케이스 사진을 슥 꺼냈다.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스토리지 마스터’라 적혀 있다.

 

“제가 컴퓨터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컴퓨터가 있는데, 내부의 자료를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넌지시 물었다. 남친과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라는데, 어느 날 드라이브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전에 있던 드라이브를 찾아 안의 자료를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한다.

먼저 단서를 찾아야 한다. 특이한 게 있냐고 물어보니, 남친이 몇 번 그 컴퓨터를 사자아파트라 말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아파트? 그녀들의 아파트라는 유명한 표현이 떠오른다. 그리고 컴퓨터가 엄청 무거웠다고 한다. 직접 컴퓨터를 켜 봤냐고 언급하니 별 자료가 없다고 한다. 남친이 의도적으로 파일을 숨겼냐고 물어보니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케이스부터 확인하자.

“우선, 이 케이스는 평범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이 케이스는 저장장치를 14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하드디스크 12개에 SSD 2개요. 아마 무거우셨다는 게 하드디스크가 많이 달려서 그런 것 같네요. 하드디스크가 대략 한 개에 490g 정도 나갑니다. 12개가 달리면 5.88kg 정도 되겠네요. 하드디스크가 많이 달리는 케이스는 보통 용도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의뢰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 하드디스크를 최대 12개 장착할 수 있다.
▲ 하드디스크를 최대 12개 장착할 수 있다.
▲ 후면에는 120mm 쿨링팬 한 개가 장착됐다.
▲ 후면에는 120mm 쿨링팬 한 개가 장착됐다.

 

“그걸 어디에 쓰나요?” “더 조사해 봐야 나옵니다. 그리고 케이스 전면이 메쉬 타입이며 측면이 아크릴이 아닌 철판이네요. 요새 투명하게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케이스가 많습니다만, 쿨링 성능은 그리 좋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내부가 안 보이더라도 통풍구가 아주 많습니다. 전면에 140mm 쿨링팬도 세 개가 달렸구요. 발열을 제거하기 위해 철저하게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일단 가서 보시죠”

▲ 케이스 전면이 메쉬 타입이며 측면은 철판이다. 통풍구가 많아 쿨링에 최적화됐다.
▲ 케이스 전면이 메쉬 타입이며 측면은 철판이다. 통풍구가 많아 쿨링에 최적화됐다.
▲ 전면에 140mm 쿨링팬이 3개 달렸다.
▲ 전면에 140mm 쿨링팬이 3개 달렸다.
▲ 하단에는 먼지 필터를 확인할 수 있다.
▲ 하단에는 먼지 필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의뢰인과 나는 PC가 설치된 현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찾고 싶은 파일이 있으면 업무 폴더 같은 곳을 찾아보라고 언급했다. 보통 숨겨뒀지만 자주 보고 싶은 파일은, 개방되어 있지만 어지간하면 열어보지 않을 위치에 대담하게 숨기는 법이다.

 

영락없는 채굴용 케이스

현장에 도착해 PC를 켜봤다. 전원을 켜니 윈도우 로고가 뜬다. 암호도 없어서 바탕화면으로 금새 진입했다. 대충 사양부터 확인해 봤다. CPU 라이젠 7 5800X, RAM 32GB, SSD NVMe 2TB, VGA 라데온 RX 570, HDD 6개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 채굴용 컴퓨터 같은데요” 의뢰인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채굴용 컴퓨터는 보통 그래픽카드를 많이 달고 이더리움을 캐는데, 최근에 치아 코인이라는 게 새로 나왔어요. 저도 채굴해 보지는 않아 잘 모릅니다” 이어 치아코인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했다.

치아코인은 친환경에 맞춰 그래픽카드 대신 저장장치로 채굴을 진행한다. 특징은 플로팅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플로팅 작업은 저장공간에 플롯 파일을 생성한 뒤 해당 파일을 파밍하게 된다. 파일 크기는 최소 100GB다. 파밍은 플롯 파일을 스캔해 타겟 해시값이 있는지 확인하며, 플롯 파일이 많으면 확률이 늘어난다.

 

그런 플로팅 작업은 CPU 스레드와 메모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즉 CPU와 메모리, 저장장치에투자해야 하며, 그래픽카드는 아무거나 써도 된다. 라데온 RX 570이 나쁜 그래픽카드는 아니지만, 라이젠 7 5800X과 함께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게임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더 좋은 그래픽카드를 구입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래픽카드 가격이 올라서 선택지가 없었거나. 한편으로는 드라이브 베이를 떼지 않으면 그래픽카드가 최대 295mm까지 장착 가능해 선택지가 줄어드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케이스를 쳐다봤다. 전원 버튼, 리셋 버튼, 오디오, USB 2.0, USB 3.0이 보인다. 먼지 필터도 있고 깨끗했다. 섀시는 두꺼워 튼튼해 보인다. 단 투명한 부분은 없어 딱히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를 뜯어봐도 될까요?” 복구만 하면 상관없다고 한다. 뜯어보니 수랭 쿨러가 눈에 들어온다. 상단에 240mm 크기의 2열 라디에이터가 장착돼 있었다. 공랭 쿨러를 장착했을 때 최대 155mm까지 지원된다고 했다. 최근 2열 수랭 쿨러가 저렴하니 그 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드디스크는 빼곡히 장착돼 있었다. 하드디스크가 다 장착되어 있었는데 왜 6개만 인식이 됐을까? 메인보드에 딱히 SATA 확장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반대편 철판을 분리해 보니 하드디스크가 세 개 더 있다.

▲ 하드디스크를 아주 많이 장착할 수 있다.
▲ 하드디스크를 아주 많이 장착할 수 있다.
▲ 파워서플라이 옆 공간에 세 개의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 파워서플라이 옆 공간에 세 개의 하드디스크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 하단 아이언울프 우측의 3.5인치 베이에는 하드디스크는 간섭이 생겨 장착이 안 된다. 해당 부분에는 SSD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 하단 아이언울프 우측의 3.5인치 베이에는 하드디스크는 간섭이 생겨 장착이 안 된다. 해당 부분에는 SSD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가 더 있는데 연결이 안 되어 있어요” 순간 의뢰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연결해 주세요” SATA 커넥터를 꽂았다. 이어 전원을 켜려고 하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마치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 점검 정비사를 모셔와 차를 검수할 때, 중고차 딜러가 지긋이 바라보던 느낌이었다.

 

NAS로 사용하려고 구매했다

남자는 자신을 문 라이언이라 소개했다. 문 라이언은 의뢰인이 자신의 여자친구이며, 컴퓨터에는 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의뢰인을 쳐다보니 하던 일을 계속 해 달라고 한다.

“별 것도 없습니다. 사실 그 PC는 채굴용이 아니라 NAS로 쓰려고 했습니다“ 저전력 CPU와 메인보드를 구매한 뒤 하드디스크를 많이 붙여 NAS로 쓰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하드디스크가 12개 들어가니 충분히 그렇게 사용할 수 있다. 거기에 쿨러가 많이 붙어 있고 전면 메쉬 재질이라 오래 켜 둬도 안정적이다.

문 라이언의 말인즉 NAS로 PC를 세팅하려 했는데, 이번 달에는 돈이 부족해 일단 미완성 상태로 대충 달아둔 것이라고. 기존 사용 중이던 라이젠 7 5800X 시스템은 나중에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에 장착한다고 했다.

▲ 좌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우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스토리지 마스터.
▲ 좌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우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스토리지 마스터.
▲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가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스토리지 마스터보다 조금 더 작다.
▲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가 컴이지 킹덤 클라시코 스토리지 마스터보다 조금 더 작다.

 

“이제 다 끝났죠?” 그러자 의뢰인은 말했다 “남친이 이상한 영상을 보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했어요. 그리고 의뢰인은 바탕화면을 보더니, 업무 폴더를 눌렀다. 아까 출발할 때 언급했던 업무 폴더다. 업무 폴더에는 업무가 가득히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기타 업무라는 폴더가 보인다. 의뢰인은 거침없이 폴더를 열었다.

폴더 안에는 일본 야구선수들의 영상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의뢰인은 문 라이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취향이었구나”

 

마치며

내가 돌아갈 때, 의뢰인은 기자님이 떠난다고 문 라이언을 불렀다. 그러나 문 라이언은 안방에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다. 의뢰인은 “수줍어졌나 봐요”하고 미안한 듯 기다렸으나 문 라이언은 나오지 않았다. 나올 때 뒤를 슬쩍 돌아본 나는 숨어서 반쯤 내다보는 문 라이언의 뺨이 붉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부끄러웠던 것이다.

▲ 가격 69,000원.
▲ 가격 6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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