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도 '2020 도쿄 올림픽'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투혼과 남자 야구 대표팀의 무기력이 아직 우리 기억 속에 여전하는 걸 동시에 의미한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 야구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였던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의 충격적 패배는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 것이 솔직한 국민적 감정일 것이다. 무려 직전 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팀이 말이다.

야구는 농구나 축구와는 다르게 시간제 구기종목이 아니다. 두 팀의 27개의 아웃카운트가 전부 올라갔을 때 서로의 점수가 다르다면 그 때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야구다. 조건이 성립돼야 승부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남자 야구 대표팀은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 초 오승환이 5점을 내줘 6:10으로 역전당했다. 오승환 다음 김진욱이 등판했고 김진욱이 볼을 던지는 사이 강백호가 껌을 '질겅질겅' 씹는 장면이 나왔다.

▲ (사진: KBS News 유튜브 영상 캡처)
▲ (사진: KBS News 유튜브 영상 캡처)

일각에서는 껌을 씹는 것 자체로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강백호는 그 껌을 씹는 행동 자체로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에게 표현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을? 이 경기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더 나아가 이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즉, 이길 수 있다는 희망 자체를 껌으로 '질겅질겅' 씹어버린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야구는 조건이 갖춰져야 경기가 끝난다. 9회 말 2아웃 상황에서도 6:10의 스코어는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었다. 선수들이 집중하고 경기에 임했다면. 야구의 본질을 강백호는 껌을 씹는 태도로 드러낸 것이며 곧 국민적 공분으로 승화됐다. 

미래가 밝은 어린 선수에게 껌을 씹었다는 행동 자체로 과한 비난을 퍼붓는 것 아니냐고들 하는 주장들이 있다. 그 주장은 야구의 본질을 저버리는 것이며,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가진 네 글자의 의미를 잊어버린 주장이나 다름없다. 강백호 선수를 비롯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모든 선수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태극마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이기에 박찬호 해설위원이 말했던 것처럼 미친 듯이 파이팅하여 끝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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