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에서 의외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영화 속에서 영악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배우가 실제로는 숙맥이거나 집에서는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던 강아지가 낯선 사람 앞에서는 야생 동물처럼 사나운 모습만 보여주는 경우 등 꽤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기분은 쇼핑할 때도 느끼게 된다. 이를 테면 어떤 제품을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이용한 기업이 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알게 되는 경우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외롭겠지만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니 신기한 일은 아니다.

고급형 PC 케이스 제조사로 유명한 프렉탈디자인(Fractal Design)은 최근 국내 시장에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하여 ‘Ion+ 2’(이하 이온+ 2) 시리즈 파워 서플라이를 출시하였다.

프렉탈디자인의 설계를 기반으로 탄생한 고급형 파워 서플라이이며 80PLUS 플래티넘 인증을 받아 고효율을 입증 받았고, 조립 시 편리한 풀 모듈러 방식 케이블도 적용되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하나인 ‘Ion+2 Platinum 860W’(이하 이온+ 2 플래티넘)를 살펴보고 특징을 소개하겠다.

 

정갈한 외형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프렉탈디자인답게 이온+ 2 플래티넘은 제품 포장 상태부터 남다르다. 파워 서플라이 본체와 케이블은 각각 파우치(보관 주머니)가 제공되므로 제품 상자를 버려도 깨끗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고 PC에서 분리하여 다른 곳으로 가져갈 때 포장 용도로 쓸 수 있다.

이온+ 2 플래티넘은 사용자가 필요한 케이블만 연결하여 사용하는 ‘풀 모듈러’(full modular) 구조여서 여러 가지 케이블이 치렁치렁한 모습 없이 깔끔하다. 그리고 쿨링 팬 위쪽에는 아무런 문양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금속 그릴만 배치하여 정갈함을 더했다.

프렉탈디자인이 PC 케이스에서 보여준 고유한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파워 서플라이는 정해진 규격을 크게 벗어난 형태로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 커넥터는 위 사진과 같이 배치되어 있다. 종류가 다른 케이블은 아예 커넥터에 들어가지 않으니 연결 시 잘못 꽂을까봐 염려할 필요는 없다.

시스템 구동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케이블만 연결한 상태와 모든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를 비교해보면 차지하는 공간이 얼마나 다른 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유연한 ‘울트라플렉스’ 케이블

이 제품에 제공되는 케이블은 총 여섯 가지이며 케이블과 커넥터 개수는 각각 다르다. 메인보드에 전원을 공급하는 24핀(20+4핀) 케이블 1개, CPU용 ATX 12V 8핀(4+4핀) 케이블 1개와 EPS 12V 8핀 케이블 1개, 그래픽카드용 PCIe 8핀(6+2핀) 케이블 3개(커넥터 6개), SSD · HDD용 SATA 케이블 3개(커넥터 6개), 주변 장치용 4핀 케이블 1개(커넥터 4개)이다.

▲ 케이블의 유연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울트라플렉스’ (사진: 서린씨앤아이)
▲ 케이블의 유연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울트라플렉스’ (사진: 서린씨앤아이)

풀 모듈러 방식이라는 점만으로도 모든 케이블이 파워 서플라이 본체에 달려있는 제품보다 특별하지만 프렉탈디자인은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울트라플렉스’(UltraFlex) 기술을 이온+ 2 플래티넘의 케이블에 적용하였다.

울트라플렉스는 풀이하면 엄청나게 유연하다는 뜻이다. 지름이 0.08mm에 불과한 전선 여러 가닥과 특수한 절연 방법을 사용해 일반적인 케이블보다 훨씬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 '울트라플렉스'로 케이블 유연성 극대화시킨 '이온+ 2 플래티넘 '

직접 이온+ 2 플래티넘 케이블을 접고 구부려보았다.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ATX 12V 8핀 케이블을 여러 번 접을 수 있었고, 더 굵은 24핀 케이블도 여러 번 구부렸다가 펴면 본래 상태로 돌아왔다.

▲ 이온+ 2 플래티넘 케이블(좌)과 일반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우) 유연성 비교
▲ 이온+ 2 플래티넘 케이블(좌)과 일반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우) 유연성 비교

이온+ 2 플래티넘과 다른 파워 서플라이의 ATX 12V 8핀 케이블에 동일한 힘을 가하여 접어보았다. 이온+ 2 플래티넘 쪽은 쉽게 구부러졌고 그 상태 그대로 형상이 유지되었지만 다른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은 잘 구부러지지 않았고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울트라플렉스 케이블은 일반 케이블보다 훨씬 유연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쉽게 접고 구부릴 수 있으니 PC 케이스 내부에서 각종 전원 케이블을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서 따로따로 구분하여 정리하는 것도 문제없다.

 

고효율 보장하는 80PLUS 플래티넘 파워 서플라이

이온+ 2 플래티넘은 80PLUS 플래티넘(Platinum) 인증을 받았다. 파워 서플라이 출력 효율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80PLUS 인증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이 바로 플래티넘이다. 80PLUS 플래티넘 등급 파워 서플라이는 워크스테이션과 데이터센터용 서버 등 일반 PC보다 훨씬 더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서 사용된다.

▲ 이온+ 2 플래티넘 80PLUS 테스트 결과 (이미지: 80PLUS 홈페이지)
▲ 이온+ 2 플래티넘 80PLUS 테스트 결과 (이미지: 80PLUS 홈페이지)

115V 기준으로 파워 서플라이 출력 20%에서 효율 90% 이상, 출력 50%에서 효율 92% 이상, 출력 100%에서 효율 89% 이상을 충족해야 80PLUS 플래티넘 등급 파워 서플라이로 인정받을 수 있다.

80PLUS 홈페이지에 가면 이온+ 2 플래티넘의 출력 구간 별 효율을 상세하게 확인 가능하다.

 

이온+ 2 플래티넘 소비전력 확인

이 제품처럼 출력 효율이 높은 파워 서플라이는 출력이 안정적이고 낭비되는 전력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다른 파워 서플라이와 비교해서 얼마나 이득인지 궁금하기 마련인데 윈도우10 진입 후 아무 작업도 하지 않은 유휴 상태와 Prime95 테스트와 3DMark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벤치마크를 동시에 실행한 CPU · GPU 최대 부하 상태에서 테스트 시스템 소비전력을 측정하였다.

비교 대상으로 맨즈랩이 보유한 정격 출력 850W인 80PLUS 브론즈(Bronze) 파워 서플라이를 사용하였고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9 5900X
CPU 쿨러: 리안리 갤러해드 AIO 360 ARGB
RAM: 게일 DDR4-3200 CL22 PRISTINE 8GB x2
MB: 에이수스 TUF Gaming B550M-PLUS (Wi-Fi)
VGA: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파운더스 에디션
SSD: 씨게이트 Q1 SSD 960GB

 

이온+ 2 플래티넘의 소비전력은 유휴 상태에서 65W 내외로 측정되었고 CPU · GPU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400W 내외로 측정되었다. 비교 대상인 850W 80PLUS 브론즈 파워 서플라이는 소비전력이 유휴 상태에서 90W 내외, CPU · GPU 최대 부하 상태에서 410W 내외로 측정되었다.

동일한 하드웨어로 구성한 시스템인데도 파워 서플라이가 다른 것만으로 소비전력 차이가 제법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소비전력 차이는 CPU와 그래픽카드 등 주요 하드웨어가 변경된다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이온+ 2 플래티넘 내부 모습

이온+ 2 플래티넘은 내부 모습도 깔끔하다. 보통은 기판에 여러 가지 부품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전선도 여러 가닥 연결되어 있는데 이 제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기판에 주요 부품을 직접 장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미관상 보기 좋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실되는 전력을 줄이고 파워 서플라이 내부 공간을 여유롭게 만들어서 쿨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1차 커패시터(콘덴서)로는 루비콘(Rubycon)의 400V / 470uF가 2개 장착되었는데 최대 105°C까지 견딜 수 있으므로 고열로 인해 파손될 염려가 적다. 그리고 주요 커패시터와 정류 회로, 스위칭 트랜스 부근에는 방열판(히트 싱크)이 있어서 발열을 외부로 발산하는 것이 용이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OVP(과전압 보호회로), UVP(저전압 보호회로), OPP(과전력 보호회로), SCP(단락 보호회로), OCP(과전류 보호회로), OTP(과온도 보호회로) 등 6중 보호회로도 장착되었으니 든든하다.

 

‘제로 RPM’ 지원하는 쿨링 팬

이온+ 2 플래티넘에는 프렉탈디자인의 ‘다이나믹(Dynamic) X2 GP-14 140mm’ 쿨링 팬이 장착되었다. 내부에 유체(윤활유)를 넣고 순환시키는 유체 베어링(Fluid Dynamic Bearing)이 적용되어서 소음이 적고 내구성이 높다.

한편 이온+ 2 플래티넘은 ‘제로 RPM’(ZERO RPM) 기능을 지원한다. 케이블 커넥터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서 켜고 끌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 부하 상태가 40% 미만일 때는 쿨링 팬이 아예 작동하지 않게 하는 기술이며, 이를 통해 쿨링 팬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그렇다고 제로 RPM을 끈 상태에서 소음이 심한 것은 아니다. 파워 서플라이 내부 온도에 따라 쿨링 팬 회전 속도가 자동으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회전 속도가 느릴 때는 쿨링 팬에 귀를 가까이 대지 않는 이상 소음이 거슬리지 않는다.

▲ '제로 RPM' 스위치 작동 모습

제로 RPM 스위치를 눌러보면 쿨링 팬이 즉각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쿨링 팬에서 나는 소음을 들어보고 기능을 켤 지 말 지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PC 케이스 내부에 이온+ 2 플래티넘이 있으면 스위치를 누르기 힘들기 때문에 조립하기 전에 확인하는 것이 편하다.

 

고성능 PC의 뜨거운 심장, 이온+ 2 플래티넘

프렉탈디자인은 명품 PC 케이스로 이름난 기업이다. 그 이름값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이온+ 2 플래티넘 역시 명품이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파워 서플라이로 완성되었다.

또한 80PLUS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고급형 파워 서플라이답게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10년 동안 무상 보증 서비스가 지원되므로 오래오래 안심하며 사용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여러모로 매력적인 제품이므로 멋과 기술이 조화된 명품 파워 서플라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프렉탈디자인 이온+ 2 플래티넘에 시선을 집중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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