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언제까지 이쪽으로 오지 않고 거기에 있을 거냐!" 라멘을 소재로 한 만화 ‘라면요리왕’의 라멘 가게 컨설턴트 세리자와 타츠야가 아직 마니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주인공 후지모토 코헤이에게 프로의 자세를 강조하는 말이다. 해당 만화에서 주인공은 마니아로는 굉장히 우수하지만, 프로로는 상당한 약점을 보인다.
마니아는 분석력이 뛰어나다. 즐기는 대상의 본질을 파고들며 보는 눈을 키운다. 마치 장기를 둘 때 안전한 위치에서 훈수를 두는 것처럼. 그러나 프로는 다르다. 프로는 장기를 직접 두는 것과 같다.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며, 결과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기에 이상보다는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라멘을 예를 들면, 점주 입장에서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지만 재료 수급이 불균형하고 손이 많이 가는 라멘보다는, 안정적으로 재료가 공급되며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맛있는 라멘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래픽 작업에 있어 마니아와 프로의 차이는 어떨까? 예를 들어 작업 속도만 놓고 게이밍 그래픽카드와 작업용 그래픽카드를 비교하면, 동가격대에서는 보통 전자가 더 좋다. 단, 안정성에서 차이가 난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납기가 다가오는데,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떨어진다면? 즉 프로 작업 환경에는 소프트웨어 인증을 받았고, 연중무휴 24/7(24시간 7일 내내) 환경에도 조용하고 시원한 작업용 그래픽카드가 적합하다. 추가로 프로용 그래픽카드는 각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인증 및 협업을 거쳐 워크로드에서 고성능을 구현한다. AMD는 이에 맞춰 새로운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를 선보였다.
프로를 위한 그래픽카드
AMD 라데온 PRO W6600 D6 8GB(AMD 라데온 프로 W6600, 이하 라데온 프로 W6600)는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다. RDNA2 기반으로 TSMC 7nm FinFET 공정으로 제작됐다. GDDR6 8GB 128bit 메모리에 단정밀도부동소수점연산(FP32) 성능은 10.4TFLOPs다. 스트림 프로세서는 1792개며 컴퓨트 유닛은 28개다.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한다.
그런 라데온 프로 W6600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비선형 비디오 편집, VR 등이다. CAD 디자인 및 모델링에도 활약할 수 있다. 상위 모델인 라데온 프로 W6800과의 성능 차이는 워크로드 및 8K 동영상 편집 여부다. 라데온 프로 W6800은 높음~극한 워크로드에 적합하며 라데온 프로 W6800은 중간~높음 워크로드에 적합하다. 이어 라데온 프로 W6800은 8K 동영상 편집, 라데온 프로 W6600은 CAD 디자인 및 모델링 쪽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하드웨어로도 장점이 아주 많다. 우선 단일 슬롯만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성능은 2슬롯을 사용하던 전작 라데온 프로 W5700보다 대체로 우위에 있다. 또한, 단일 슬롯을 사용할 정도로 카드가 얇기에 전력 소모도 적다. TBP(Total Board Power)의 피크치가 130W 정도다. 권장 파워 서플라이는 350W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별 부담 없이 어디에나 장착할 수 있고, 발열도 적다.
발열은 블로워 팬이 해결한다. 블로워 팬이라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 의외로 풀로드 시에도 소음은 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다. 조용하게 돌아가는 팬은 그래픽카드 후면으로 열기를 배출시킨다. 역시 24/7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다.
출력 단자는 4x DisplayPort 1.4 with DSC 구성이다. HDR을 지원한다. 4개를 모두 연결할 경우 최대해상도는 5120x2880px (5K)이다. 1개를 연결할 경우 7680x4320(8K)를 지원한다. 버스 타입은 PCIe 4.0 x8이다.
특징으로는 AV1 디코딩, AMD 라데온 VR READY, DirectX12 Ultimate API, Vulkan API 등을 지원한다. 오토데스크 레빗(빌딩 정보 모델링), 오토데스크 오토캐드(라데온 프로 W5700 대비 20% 향상), 솔리드웍스 비주얼라이즈, 토파즈 비디오 인핸스 AI(동영상 업스케일링, 라데온 프로 W5700 대비 26% 향상), DxO 포토랩(사진 편집기, 라데온 프로 W5700 대비 28% 향상), ACCA Edificius(라데온 프로 W5700 대비 9% 향상), 오토데스크 인벤터(3D CAD, 라데온 프로 W5500 대비 38% 향상) 등에서 좋은 성능을 보인다.
추가로 라데온 프로렌더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사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돕는 전용 플러그인이다. 오토데스크 인벤터 전용 라데온 프로렌더 플러그인, 블렌더 전용 라데온 프로렌더 USD 하이드라 플러그인, 라데온 프로렌더 플러그인 업데이트(마야, 블렌더, USD 최신 버전 및 RPR 툰 셰이더 노드 지원) 등이 특징이다.
성능은 어떨까?
라데온 프로 W6600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프로 그래픽카드의 대조군이 없는 관계로 일반 그래픽카드와 간단하게 특정 항목을 비교하며 확인했다.
테스트 사양
CPU – AMD 라이젠 9 5900X
메인보드 - ASUS TUF Gaming B550M-PLUS
RAM - GeIL DDR4-3200 CL22 PRISTINE
SSD – 마이크론 Crucial P5 M.2 NVMe 대원CTS 500GB
VGA – 바이오스타 게이밍 라데온 RX 6600 XT,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70 FE, AMD 라데온 베가 64(레퍼런스)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80PLUS Bronze 230V EU HDB
쿨러 – 리안리 GALAHAD AIO 360 ARGB
GPU-Z & 발열 테스트
3DMARK
PugetBench for DaVinci Resolve 0.92.3, DaVinci Resolve(Free) 17.3
다빈치 리졸브에서의 성능을 PugetBench를 통해 확인했다.
SPECviewperf 2020
3dsmax-07, 카티아-06, 크레오-04, 에너지-04, 마야-06, 메디컬-03, Snx-04 솔리드웍스-06 등의 프로그램으로 그래픽카드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치며
라데온 프로 W6600은 저전력에 1슬롯이라는 조건으로 뛰어난 성능을 뽐냈다. 쿨링 성능도 뛰어나 발열이 문제가 될 일이 없다. 아무 신경도 쓸 필요도 없이 오랫동안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 캐드 프로그램인 카디아 등에서는 RX 6600 XT보다 더 나은 성능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작업 시 신뢰성과 빠른 작업 속도가 동시에 필요하다면 라데온 프로 W6600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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