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세상을 호령했던 '명도'(名刀, 칼날이 한 쪽에만 있어 베는 용도)·'명검'(名劍, 양쪽에 칼날이 있어 찌르는 용도)들이 몇몇 있다. 스페인 역사상 최고의 충신 엘 시드의 애검 '티조나', 유럽의 아버지 사를마뉴의 '주와이외즈' 등. 그리고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의 지도자로써 맹활약한 살라딘의 '다마스커스 검'이 있다. 특히 이 '다마스커스 검'은 높은 강도와 특유의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어 미학적으로도 유명한 '명검'이다.

▲ 현대적으로 재현한 고대 '다마스커스 검'
▲ 현대적으로 재현한 고대 '다마스커스 검'

즉, 우수한 성능을 가지면서 '다마스커스 강(鋼)' 특유의 물결무늬를 가진 칼이 세상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아주 익숙한 인물의, 익숙한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서. 인물은 백종원이고 브랜드는 더본이다.

2021년 현재 백종원이란 인물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지상파 채널 SBS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방송을 5개나 론칭했으니 우리나라 문화계, 요식업계 등에서 끼치는 그의 존재감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 더본마켓에서는 중식도 메뉴를 별도로 구분하여 판매 중이다 (사진: 더본마켓 홈페이지 캡처)
▲ 더본마켓에서는 중식도 메뉴를 별도로 구분하여 판매 중이다 (사진: 더본마켓 홈페이지 캡처)

그런 그가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 식당 브랜드를 시작한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음식 제품을 개발한 것이 아닌 조리도구를 내놓은 것이다.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공식 네이버 스토어 ‘더본마켓’에 접속해봐도 중식도를 따로 메뉴로 설정해놓았다. 그만큼 '백종원의 다마스커스 중식도'(이하 '백종원 중식도')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래서 맨즈랩이 '백종원 중식도'가 백종원이란 인물에 신뢰도를 더해줄 조리도구가 맞는지, 아니면 가격이 비싸기만 한 '허세용' 조리도구일지 '대신' 특징과 성능을 검증해보아 구매 가치에 대하여 따져보겠다.

 

 

중식도란?

'백종원 중식도'에서 먼저 시선을 둬야 할 단어는 앞의 '백종원'이 아닌 뒤의 '중식도'다. 요리를 할 때, 식재료를 손질할 때 가장 핵심적인 조리도구에 속하는 것이 칼이기에 상황에 맞는 칼 혹은 여러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칼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식도는 몇몇의 주의사항을 잘 지켜 사용한다면 다용도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무리는 없다. 중식도는 다른 종류의 칼들보다 다소 무거운 축에 속하는 칼이기에 강도가 있는 식재료를 손질하는데 유리하다. 그리고 식재료를 잘게 다지거나 썰 때, 대부분의 중식도는 직사각형 모양을 띄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식재료를 옮기기 용이하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막칼'이라 불리는 식칼도 중식도의 용도와 모양이 흡사해 적응하는데도 비교적 쉽다.

그럼에도 사용 시 주의사항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중식도는 다른 칼들 보다 무겁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라도 신경을 놓으면 손을 베는 등의 큰 상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시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다용도 목적으로 중식도가 사용되는데 무리가 없다 해도 회를 써는 등의 세밀하고 예리한 손질이 필요할 때는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이유는 중식도는 식재료를 써는 지점과 손잡이 부분이 비교적 먼 축에 속하는 칼이기 때문에 세밀하고 예리한 손질이 어렵다. 그러니 가급적 회를 썰 때는 전용 칼을 사용하길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중식도를 현란하게 사용하는 요리사들이 마늘을 쉽게 다지기 위해 도마에 깐 마늘을 두고 중식도 면으로 내려쳐 으깨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반드시 지양하자. 이 행위를 자주 하면 중식도는 결국 휘어져 사용 가능 수명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마늘은 제발 미리미리 다져두고 사용하자.

위와 같은 사항을 충분히 염두하고 중식도 구매를 결정한다면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칼은 위험한 조리도구기에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제 '중식도'를 다음 '백종원'이라는 단어에 주목해보자. 

 

'백종원 중식도'의 네 가지 특징에 대하여

다마스커스

앞서 말했듯이, '백종원 중식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자 가장 앞선 정체성은 '다마스커스'다. 강도와 절삭력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성능은 아래에서 식재료들을 직접 썰어 확인해보겠다. 그리고 '다마스커스 강'에서만 볼 수 있는 물결무늬. 일단 다마스커스 특수 합금 성분으로 만들어진 '백종원 중식도'기에 고유의 물결무늬는 미학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인 중식도라고 하면 표면이 광택만 날 뿐 패턴이란 것은 쉽게 상상하지 못 했다. 그럼에도 '백종원 중식도'에서 보이는 물결무늬는 나름의 디자인적인 면에서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맞다.

 

손잡이

식칼에서 식재료를 써는 칼날만큼 중요한 부분이 손잡이 부분이다. 본질적으로 칼은 인간의 손으로 사용되는 조리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기분 좋고 안정적인 그립감은 '백종원 중식도' 뿐만이 아닌 모든 식칼 제조업체가 심혈을 기울여야만 하는 요소다. 이러한 면에서 봤을 때 '백종원 중식도'는 고민을 한 흔적과 결과물이 드러난다. 굴곡이 진 부분에 엄지 제외 네 개의 손가락이 편하게 감긴다. 그리고 손바닥 피부가 닿을 '백종원 중식도' 손잡이 표면도 골프공처럼 빼곡하게 홈이 파여있어 마찰로 인해 쉽게 손에서 빠지지 않는다. '백종원 중식도'는 손잡이에도 세심한 고려를 분명히 했던 것이다.

 

무게

▲ 무거운 것 자체가 중식도의 특징이지만 그럼에도 '백종원 중식도'는 300g도 안 되는 무게다
▲ 무거운 것 자체가 중식도의 특징이지만 그럼에도 '백종원 중식도'는 300g도 안 되는 무게다

상술했듯, 중식도는 다른 종류의 식칼들보다 무겁다. 주로 동물의 뼈나 단단한 껍질을 가진 채소 등을 손질을 위해 중식도가 쓰였으니 다른 칼들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중식도가 가져야 하는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가능한 가벼워진다면 이는 나쁠 것이 없다. '백종원 중식도'의 세 번째 특징이 여기에 있다. '백종원 중식도'의 무게는 274g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A 중식도의 무게는 약 353g, B 중식도는 385g이다. 두 중식도에 비해 '백종원 중식도'는 약 80g에서 100g이나 가볍다. '그래도 중식도는 무거워야지, 무게가 없으면 제대로 썰리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래 서술될 '백종원 중식도'의 성능을 확인해보자.

 

포장

요리는 운동, 음악 정도의 큰 개념으로 분류되는 취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요리를 취미로 혹은 요리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은 상당히 많을 것이며 그런 지인들에게 멋들어진 조리도구를 선물로 준다면 받는 사람은 분명히 기분 좋아할 것이다. 

▲ 선물용으로 이정도라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 좋지 않을까?
▲ 선물용으로 이정도라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 좋지 않을까?

멋들어진, 이 개념에도 '백종원 중식도'는 나름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백종원 중식도'은 선물용으로 적합해 보인다. 각진 하드 케이스는 제품 보호에도 적합해보인다. 하드 케이스 안을 열어보면 '백종원 중식도'와 함께 '백종원 중식도'의 사용 및 보관법과 다마스커스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는 작은 설명서도 동봉돼있다. '백종원 중식도'가 보다 안전하게 사용되기 위해 칼날에 보호캡이 쓰여있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성능이야 써보면 알겠지만 결국 선물은 기분 아니던가. 이 정도라면 선물용으로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기분 상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칼은 '잘 써는 것'이 우선이지

'백종원 중식도'의 성능 확인을 위하여 '일본 일천도 중식도'와 성능을 비교해 보았다. 단, '백종원 중식도'는 더본마켓 기준 12만 원, '일본 일천도 중식도'는 시중 평균 3만 원에 가깝게 판매되고 있는 보급형 중식도라는 점을 먼저 일러둔다.

▲ 무, 양파, 삼겹살 총 3번의 대전으로 '일본 일천도 중식도'(왼쪽)와 '백종원 중식도(오른쪽)의 성능을 확인해보려 한다
▲ 무, 양파, 삼겹살 총 3번의 대전으로 '일본 일천도 중식도'(왼쪽)와 '백종원 중식도(오른쪽)의 성능을 확인해보려 한다

 

백종원에 도전한다, '일본 일천도 중식도'

백종원이란 인물, '백종원 중식도'에 과감히 맞선 도전도(?)는 '일본 일천도 중식도'다. 이름대로 일본에서 만들어져 직접 물 건너 와 '백종원 중식도'와의 대결에 나섰다. 신장은 전체길이 약 325mm, 칼날길이 약 200mm이며 무게는 약 353g정도 나간다. 매끈한 칼 표면 광택이 눈길을 끌며, 그 위에 새겨진 한자 문구, 나무 무늬의 손잡이가 특징이다.

과연 '일본 일천도 중식도'는 중식도 세계에선 값비싼 프리미엄급 중식도보다 가격 부담이 덜한 보급형 중식도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아래 3번의 대전에서 증명할 수 있을까?

 

 

김장철 영원한 숙적, 무

10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 11월이 곧 다가온다. 11월은 많은 국민들이 하나의 행사를 준비한다. 바로 김장이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김장이란 문화로 만들어내는데 물론 배추가 필히 필요하지만 배추만큼 또 필히 사용되는 것이 무다. 단단한 무는 김장에 있어 녹록지 않은 첫 관문과도 같다. 이 관문을 과연 '일본 일천도 중식도'와 비교했을 때 '백종원 중식도'는 손쉽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무에 처음 칼날을 댔을 때 두 중식도 모두 마치 빨려 들어가듯 영점을 잘 잡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달랐다. '일본 일천도 중식도'는 더 깊게 파고드는데 힘겨워했으며 사용자의 힘이 더해져야만이 무를 썰어낼 수 있었다. '백종원 중식도'는 달랐다. 굳이 큰 힘 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무를 썰어내고 바닥까지 도달하는 느낌이었다. 분명한 결과였다. '백종원 중식도'는 '일본 일천도 중식도'보다 무를 더 잘 썰어냈다.

 

칼질의 걸음마, 양파

요리를 하다 보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 식재료가 몇몇 있다. 대파라던지 마늘이라던지 몇몇의 식재료는 그야말로 '기본 식재료'다. 또한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양파다. 찌개에도 볶음에도 심지어 고기 굽는 불판에도 양파는 우리와 인사한다. 그렇기에 요리를 잘 하고 싶다면 양파를 잘 써는 것은 '걸음마'와 같이 필수적이다. 과연 '백종원 중식도'는 이번에도 '일본 일천도 중식도'보다 양파를 잘 썰어냈을까?

먼저 '일본 일천도 중식도'는 당구공 크기의 생양파를 처음 썰 때, 단번에 썰어내지 못 했다. 중간에 한 번 쉬었다가 그 다음 바닥까지 도달하여 양파를 반으로 갈라냈다. 그 다음 양파를 채 썰 때도 양파 표면의 미끄러움을 잘 적응하지 못 해 사용하는데 약간의 불안함이 들곤 했다. 반면, '백종원 중식도'는 달랐다. '일본 일천도 중식도'와 달리 단번에 생양파를 단번에 둘로 갈라냈으며 채 썰 때도 큰 불안감 없이 썰어냈다. 칼을 쓸 때 아무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 부주의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만큼 불안감도 덜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 아니겠는가? 

 

미끄러운 지방 때문에 쉽지 않을 걸? 삼겹살

사람이 채소만 먹기 위해 채소만 칼로 썰어댈 수는 없는 법.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사람다운 삶, 풍족한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한국갤럽 조사 기준,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에 7위에 선정된 삼겹살을 최종 성능확인용 식재료로 선정해보았다. 삼겹살은 다른 부위보다도 지방이 많아 썰기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 종목에서도 '백종원 중식도'은 '일본 일천도 중식도'를 압도했을까?

결과적으로 두 중식도가 삼겹살을 써는 성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일본 일천도 중식도'와 '백종원 중식도' 모두 조직과 지방이 섞여있는 삼겹살을 썰어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중식도가 가지는 기본적 기능으로 삼겹살을 썰어낸 것이다.

▲ 쌍중식도는 가히 남자의 로망이지 않는가
▲ 쌍중식도는 가히 남자의 로망이지 않는가

 

 

비싼 '명도'(名刀)

과거에야 명도나 명검의 지위에 오르려면 전쟁에서 뺴어난 활약을 보이거나 어느 한 인물의 상징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많은 사람에게 보급되며 성능면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 '백종원 중식도'의 높은 가격은 한 번 쯤 구매에 주저하게 된다
▲ '백종원 중식도'의 높은 가격은 한 번 쯤 구매에 주저하게 된다 (사진: 더본마켓 공식 홈페이지)

단 한 가지 고민이 구매를 결정하는데 주저하게 할 수도 있다. '백종원 중식도'은 비싸다. 위에서 비교한 보급형 중식도에 속하는 '일본 일천도 중식도'는 약 3만 원 대로 시중에 나와있다. '백종원 중식도'와 성능을 비교해서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지 단독으로 사용해 가격을 가늠해본다면 사용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다.

반면, '백종원 중식도'는 빼어난 성능이 입증됨에도 12만 원의 높은 가격대다. 충분히 주저할만한 가격이다. 닳지 않고 두고두고 쓰는 조리기구기에 투자한다는 결정으로 구매할 것인지, 그래도 가성비를 우선시 하여 보급형으로 구매를 결정할 것인지는 각자 선택의 몫이다. 

높은 가격이라는 상품으로서 결정적 장애물이 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면들을 두루 종합해봤을 때 '백종원 중식도'는 현대적 관점에서의 '명도'(名刀)가 되기에 충분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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