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 그 옛날 ‘후뢰시맨’부터 현재의 ‘젠카이저’까지 거대한 악과 맞설 때 용사들이 각자의 기체를 거대한 로봇으로 일체화시켜서 힘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겉모습이 화려하고 웅장할 뿐만 아니라 작은 힘도 하나로 모으면 강력한 악당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합체는 사나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그렇게 열정을 일으키는 합체는 단순히 상상 속에만 있는 개념은 아니다. 물건 여러 개를 하나로 합쳐서 성능을 높인다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일리가 있으므로 여러 분야에서 종종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처럼 다양한 하드웨어를 하나로 모아서 작동시키는 기기는 그 자체로 합체의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그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든 제품을 상대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PC 주변 기기 제조사 리안리(Lian Li)가 선보인 쿨링 팬 ‘UNI FAN AL120’(이하 유니 팬 AL120)도 그런 제품 가운데 하나이다. 공구 없이 맨손으로 각 쿨링 팬을 간단하게 결합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PC 케이스나 쿨러에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쿨링 팬을 조립할 수 있다.

유니 팬 AL120은 데스크톱 PC에서 범용적인 120mm 규격이다. 특이하게도 쿨링 팬 본체와 케이블이 따로따로 제공되는데 모듈식으로 설계되어서 쿨링 팬에 케이블을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유니 팬 AL120의 측면 네 곳을 촬영한 것이다. 상단은 움푹 파인 부분과 바늘처럼 툭 튀어나온 황금색 커넥터가 보이고 하단은 반대로 볼록 나온 부분과 평평해 보이는 황금색 접촉판이 보인다.

쿨링 팬 2개를 놓고 움푹 파인 부분과 볼록 나온 부분을 대보면 서로 결합시킬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홈에 맞춰 맞댄 상태에서 같은 위치로 밀어 넣으면 고정된다.

직접 끼워보면 참 간단하면서도 쿨링 팬이 단단하게 고정되는데 그야말로 합체의 귀감이다. PC 케이스나 수랭 쿨러의 라디에이터에 쿨링 팬을 2개 이상 일렬로 장착할 때 한쪽 위치가 맞지 않아서 나사를 풀고 다시 장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유니 팬 AL120은 처음부터 정확한 위치에 댈 수 있으니 그런 실수를 방지한다.

구조상 유니 팬 AL120은 10개든 456개든 개수 제한 없이 합체할 수 있지만 최대 권장 개수는 4개이다. 기본 구성품인 전용 컨트롤러와 리안리의 쿨링 팬 유틸리티가 유니 팬 AL120을 최소 1개에서 최대 4개 단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빅타워 케이스라도 장착 가능한 쿨링 팬 개수는 최대 10개 내외이므로 물리적 한계도 따른다.

케이블은 쿨링 팬 본체에 연결하는 황금색 접촉판이 있는 부분과 4핀 PWM 커넥터, 3핀 RGB 커넥터로 구분된다. 4핀 PWM 커넥터는 PC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해도 되지만 3핀 RGB 커넥터는 유니 팬 AL120 전용 컨트롤러나 5V ARGB 케이블을 이용해야 한다.

유니 팬 AL120끼리 결합할 때와 마찬가지로 케이블의 황금색 접촉판을 쿨링 팬 본체의 움푹 파인 부분에 맞춰 밀어서 끼우면 단단하게 고정된다.

이 제품은 데이지 체인(Daisy chain, 연속적으로 연결되는 하드웨어 구성) 방식으로 각 쿨링 팬을 연결한다. 따라서 여러 개가 합체된 상태에서 케이블을 하나만 연결해도 모두 작동하므로 메인보드에 4핀 PWM 커넥터가 한 개만 있어도 문제없다.

리안리의 CPU 수랭 쿨러인 ‘GALAHAD AIO 360 ARGB WHITE’(이하 갤러해드 AIO 360 ARGB)의 기본 쿨링 팬과 유니 팬 AL120 장착 시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갤러해드 AIO 360 ARGB는 쿨링 팬 케이블이 총 여섯 가닥이나 되지만 유니 팬 AL120은 두 가닥 뿐이어서 훨씬 간결하게 느껴진다.

유니 팬 AL120은 3팩 모델 기준으로 전용 컨트롤러 1개, 5V ARGB 케이블 2개, SATA 전원 케이블 1개, 제품 설명서, L-Connect 2 안내서, 전용 컨트롤러 부착 패드 2개, 나사 12개가 구성품으로 제공된다.

전용 컨트롤러에는 4핀 PWM 커넥터와 3핀 ARGB 커넥터가 4개씩 있다. 각 커넥터는 2개 단위로 묶여서 1번부터 4번까지 번호가 할당되어 그룹을 이룬다. 번호에 맞춰서 케이블을 연결해야 리안리 쿨링 팬 유틸리티인 ‘L-Connect 2’(이하 L-커넥트 2)에서 유니 팬 AL120을 제대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유니 팬 AL120은 4개까지 결합할 수 있고 케이블 그룹은 4번까지 있으므로 전용 컨트롤러로 관리 가능한 쿨링 팬 개수는 최대 16개이다.

부착 패드는 자석식이어서 전용 컨트롤러를 PC 케이스 내부에 간단하게 붙일 수 있다. 자력이 엄청나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전자 기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메인보드나 SSD 같은 하드웨어에 직접 합체시키지는 않기를 적극 권장한다.

전용 컨트롤러가 온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5V ARGB 케이블과 SATA 전원 케이블, USB 케이블을 연결해 메인보드에서 대응하는 커넥터에 꽂아야 한다.

그 중 5V ARGB 커넥터는 바로 옆에 있는 12V RGB 커넥터와 핀 개수만 1개 차이날 뿐이어서 헷갈리니 연결할 때 주의하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꽂으면 커넥터의 핀이 파손되고 전압 차이 때문에 유니 팬 AL120과 메인보드가 심각하게 손상될 위험이 따른다.

모든 연결을 마치고 PC 전원을 켜면 유니 팬 AL120의 ARGB LED가 화사하게 빛을 뿌린다. LED 조명은 날개 부분인 ‘블레이드 LED’와 가장자리 패드 네 부분인 ‘프레임 LED’로 구분되는데 L-커넥트 2를 이용해 색상과 밝기, 작동 방식을 바꾸거나 끌 수 있다.

참고로 유니 팬 AL120 전용 컨트롤러에는 리안리 갤러해드 AIO 시리즈 쿨러의 쿨링 팬 케이블도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므로 디자인과 색상이 잘 어울리는 편이다.

다만 L-커넥트 2와 완전히 호환되지 않으므로 유니 팬 AL120과 동시에 ARGB LED를 활용하려면 별도로 메인보드에 연결해서 갤러해드 AIO 전용 ARGB 컨트롤러나 유틸리티를 사용해야 한다.

L-커넥트 2는 리안리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 설치하면 현재 전용 컨트롤러에 연결된 유니 팬 AL120을 인식하고 그룹 별로 나눠서 관리할 수 있다. 리안리의 유니 팬 SL 시리즈도 지원하며 전용 컨트롤러가 3개 더 있으면 쿨링 팬을 최대 64개까지 연결해 제어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팬 모드’(FAN MODE)에서는 쿨링 팬 작동 속도를 조절 가능하다. 기본 상태인 PWM이면 시스템 온도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되며, 수동으로 속도를 정하는 경우 800~1900RPM(분당 회전수) 사이에서 정하면 된다. 일부 쿨링 팬만 속도를 바꾸는 것도 문제없다.

‘LED 모드’(LED MODE)에서는 LED 조명 색상과 밝기, 작동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 프레임 LED와 블레이드 LED는 동시에 바꾸거나 각각 다른 모드로 빛나도록 설정 가능하다. 그리고 쿨링 팬 여러 개 중 일부만 ARGB LED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유니 팬 AL120을 3단 합체시킨 상태에서 L-커넥트 2로 LED 모드와 팬 모드를 제어해보았다. LED 조명을 다양한 방식으로 빛나게 할 수 있고 쿨링 팬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여 편리하다.

지금까지 유니 팬 AL120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최대 4단 합체까지 가능하고 전용 컨트롤러와 L-커넥트 2를 이용하면 쿨링 팬을 무려 16개까지 동시에 제어할 수 있어서 PC 케이스 통풍을 극대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딱 어울린다.

물론 합체하지 않고 1개씩 장착해도 효과적이므로 현재 사용 중인 PC에 맞춰서 유니 팬 AL120을 추가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