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지나가고 있다. 어느새 10월의 막바지를 넘어 11월이 곧 다가온다. 2021년도 단 2달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KBO를 오래 봐왔다면 아직까지도 어색할 것이다. 보통 10월 말이면 한국시리즈도 끝나 최종 우승팀이 가려져 스토브리그에 돌입했을 10월 말인데 말이다.

▲ 2021 KBO리그 엠블럼
▲ 2021 KBO리그 엠블럼

2021년 KBO 포스트시즌은 11월 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된다. KBO 시즌은 크게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으로 나뉠 수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가리기 위해 144경기라는 대장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규시즌만 돌이켜봐도 2021년의 한국야구 흐름을 중추적으로 파악하는데 무리는 없다.

유난히 2021년의 KBO 정규시즌은 좋은 일이 있었던 나쁜 일이 있었던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2021 KBO 정규시즌을 돌아보며 2021년의 한국야구는 어떻게 정리되고 결론 내려질 수 있는지 4월 3일부터 시작돼 10월 30일 끝이 나는 '2021 KBO 정규시즌'을 요점정리해보자.

 

 

계속된 코로나19

2020년 KBO가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모습에서는 미숙한 점이 많았으나 사상 초유의 재난 발생이었고 대응 선례 또한 전무했기에 일말의 동정 여론은 존재했었다. 하지만 2021년은 달랐다. 2020년 결국 시즌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고 코로나19 대응 2년 차가 됐다. 2020년과는 다른 대응법이 필요했다.

5월로 연기하여 무관중으로 치러야만 했던 2020 KBO 개막전과는 달리 2021 KBO 개막전은 4월 3일 공식적으로 개막전을 시작했고 수도권 구장 10% 이하, 비수도권 구장 30% 이하로 관중을 받으며 함께 할 수 있게 됐었다. 비록 개막전 당일은 전국적 우천으로 인하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 간의 경기만 치러졌지만.

종결되지 않은 코로나19는 직·간접적으로 한국야구에 큰 타격을 줬다. 4단계로 격상되고 8월 중순 이후에는 모든 구장이 무관중으로 전환돼 리그 흥행에 대한 적신호가 켜지고 말았다. 각 구단들은 티켓 수입이 다시 '제로'가 돼 재정적인 면에서도 타격을 입어 연쇄적으로 선수 일부 방출이라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었다. 또한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으로 초유의 리그 중단까지도 단행되기도 했었다.

코로나19 대응 2년 차라고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만원 관중은 꿈꿀 수도 없었으며, 코로나19 방역 위반 사건 등으로 리그 중단도 됐었던 2021년의 KBO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다. 부디 2022년의 KBO 정규시즌은 코로나19 걱정 없이 만원 관중과 함께 하는 대중 스포츠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2021년의 KBO 정규시즌을 돌아본다라. 가장 쉽고도 누구나 궁금해할 질문에 답을 내려봐야 한다. 과연 2021년의 KBO 정규시즌을 뒤흔들고 돌풍의 핵을 일으켰던 팀은 어디였을까? 두 말할 것 없이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다.

▲ 실질적으로 2021년 kt 위즈의 전력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강백호 (사진: kt 위즈 공식 홈페이지)
▲ 실질적으로 2021년 kt 위즈의 전력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강백호 (사진: kt 위즈 공식 홈페이지)

먼저 kt 위즈의 활약을 짚지 않을 수 없다. 2020년만 해도 kt 위즈는 팀 사상 첫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2021년의 kt 위즈는 작년보다 더 성장했다. 개막 후부터 월별 최종 성적 2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2021년 10월 29일 정오 기준, 삼성 라이온즈와 1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신생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하고 내내 꼴찌였던 kt 위즈가 이제는 정규리그 우승까지 바라보는 강팀이 된 것이다.

kt 위즈와 함께 2021년 강팀으로 재도약하는 데 성공한 팀이 삼성 라이온즈다. 2021년의 삼성 라이온즈 전력을 보면 크게 구멍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외야 담당 구자욱과 박해민, 장타 담당 오재일과 호세 피렐라, 선발 담당 뷰캐넌과 원태인, 마무리 담당 오승환까지 삼성 야구를 탄탄하게 뒷받침해 2016년부터 시작된 암흑기를 끊어내기 일보 직전에 있다. 2010년대 후반 삼성 라이온즈와 2021년의 삼성 라이온즈는 분명히 다르다.

▲ 40세이브 고지에 오르며 삼성 라이온즈의 승리를 지켜온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공식 인스타그램)
▲ 40세이브 고지에 오르며 삼성 라이온즈의 승리를 지켜온 오승환 (사진: 삼성 라이온즈 공식 인스타그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kt 위즈, 6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지은 삼성 라이온즈의 활약으로 2021년 KBO 포스트시즌은 지난 몇 년 간의 포스트시즌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인기구단' 롯·기·한의 추락

지난 2021년 3월 25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국내 프로야구 구단 선호도' 조사 결과는 1위부터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kt 위즈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결괏값, 구단의 응원 규모와 파급력 등을 고려했을 때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이하 롯·기·한) 이 세 팀을 KBO의 흥행을 주도하는 '인기구단'으로 분류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롯·기·한이 2021년 10월 29일 정오 기준, 롯데 자이언츠 8위, KIA 타이거즈 9위, 한화 이글스 10위가 확정됐다. 롯·기·한이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야구 발전에 있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 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구단 엠블럼 (사진: 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

다른 팀들이 더 성장하여 롯·기·한의 인기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르면 걱정할 것이 없지만, KBO 및 한국야구의 흥행을 앞서 이끌고 있는 롯·기·한이 호성적을 내지 못 하니 자연스레 KBO의 관심도 역시 감소하고 있다. 롯·기·한의 성적과 KBO의 흥행이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올해에도 간접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롯·기·한은 동시 각성해야 한다. 물론 구단이 성적을 최우선으로 하여 운영돼야 하지만, KBO의 흥행을 앞서 이끄는 구단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각성해야 한다. 인기구단이기에 지녀야 하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구단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이 각성하여 부디 내년에는 승부와는 별개로 인기구단 명성에 맞는 명승부를 보여 한국야구가 상생할 수 있는 흐름이 마련되길 바란다. 

 

투고타저

야구에서는 야구만의 사자성어(?)로 한 해를 정리하는 문화가 있다. 야구를 절반이라 할 수 있는 투수와 타자를 들어 해당 해에서 타자 능력이 투수 능력을 압도했다면 '타고투저', 투수 능력이 타자 능력을 압도했다면 '투고타저'. 이런 식으로 단 네 글자로 한 해의 야구를 요약한다. 올해는 비교적 '투고타저'로 보인다. 

'타고투저'로 분류되는 시즌에는 단 한 명도 나오기 힘들었던 2점대 평균 자책점 풀타임 선발투수가 올해는 비록 시즌이 종료되진 않았지만 2021년 10월 29일 정오 기준, 5명이나 된다. 이들은 모두 규정이닝을 넘기고 10승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준에 아주 살짝 못 미치는 투수들까지 포함해본다면 더 많아진다. 세이브 부문에서도 삼성 라이온즈의 오승환이 2013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 이후 8년 만에 4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두산 베어스의 아리엘 미란다는 225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37년 만에 1984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故최동원의 223개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갈아치우게 된 것이다. 이렇듯 투수 쪽에서는 눈이 가는 활약이 기록이 다수 보였다.

▲ 2021년 '투고타저'를 이끈 두산 베어스와 아리엘 미란다와 삼성 라이온즈의 데이비드 뷰캐넌 (사진: KBO)
▲ 2021년 '투고타저'를 이끈 두산 베어스와 아리엘 미란다와 삼성 라이온즈의 데이비드 뷰캐넌 (사진: KBO)

그렇다면 타자 쪽에서는 어땠을까? 정규시즌 개막 후 모든 시선을 독차지했던 선수는 kt 위즈의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8월까지 '꿈의 타율'이라 불리는 4할에 도전하면서 2020년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0년 KBO 타자 부문에서는 두산 베어스의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가 200안타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kt 위즈의 멜 로하스 주니어는 타격 5관왕으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강백호의 타율 하락 이후 ‘타고’를 입증할만한 기록과 활약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

2021 KBO 정규시즌까지 바라봤을 때 투수와 타자들 간의 대전쟁에서는 투수들이 승리한 것 같다. 과연 2021 KBO MVP까지 투수에서 선정돼 2021년은 명백한 '투고타저'의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

 

사건사고의 연속

코로나19가 여전했어도,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었어도, 인기구단들이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어도,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했다고 해도 2021 KBO 정규시즌의 이미지는 연속된 사건 사고가 결정해버렸다. 그 것도 아주 부정적으로.

7월 중순 두산 베어스 및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대표되는 사건들이 연신 터지면서 KBO 정규시즌은 초유의 중단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NC 다이노스 선수들의 드러난 행적과 코로나19 확진자를 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리그 중단 주장 등으로 야구팬들이 크게 실망해 한국야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중징계를 받았지만 2022년 계약이 완료돼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는 박석민(왼쪽)과 음주운전으로 방출된 송우현(오른쪽) (사진: NC 다이노스·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중징계를 받았지만 2022년 계약이 완료돼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는 박석민(왼쪽)과 음주운전으로 방출된 송우현(오른쪽) (사진: NC 다이노스·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키움 히어로즈의 송우현이 음주운전 사고로 방출됐다. KIA 타이거즈의 외인용병 애런 브룩스는 대마초 관련 법 위반으로 임의 탈퇴됐다. 도쿄 올림픽에서의 기대 이하의 성적과 실망스러운 경기 태도는 곧바로 KBO 정규시즌까지 영향을 입어 2021년의 프로야구 부정적 인식은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위에서 언급한 사건사고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벌어졌다면 야구팬들도 용인하고 한국야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시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이 태만, 이기심이라는 단어들과 귀결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뾰족한 묘수가 없다. 선수와 구단 모두가 각성하는 것 뿐이다.

 

 

최악의 시즌

2021년 KBO 정규시즌은 근래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시즌'이라 평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구단들은 적자를 면치 못 하고 있다. 연이은 선수들의 사고로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등을 돌리고 말았다. 야구 선진국이라 자칭하면서도 단 6개국만 참가한 도쿄 올림픽 야구 부문에서 '노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거시적인 시점에서 2021년의 한국야구는 긍정적인 면이 거의 없었다.

비록 2021년이 '최악의 시즌'이라고 하더라도 극복하지 못 하는 건 아니다. 만약 올해 보인 모습이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더 이상 한국야구는 우리나라의 제1의 대중 스포츠라는 칭호를 유지하지 못 할 것이며, 2008년 모든 것이 야구로 통했던 황금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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