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기준, 2021년 11월 21일 'UFC Fight Night 198'이 개최됐다. 이 날의 메인 경기는 케틀린 비에이라와 미샤 테이트 간의 여성부 밴텀급(약 60kg 이하) 경기였다. 하지만 국내 격투기 팬들은 이 경기보다 다른 경기에 관심을 쏟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격투기 밴텀급의 대표 선수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가 출전했기 때문이다. 강경호의 상대는 주짓수 강자 하니 야히야였다.

▲ 강경호(블루)를 그래플링으로 압도하여 승리한 하니 야히야(레드) (사진: Sherdog.com)
▲ 강경호(블루)를 그래플링으로 압도하여 승리한 하니 야히야(레드) (사진: Sherdog.com)

경기 양상은 강경호의 압도로 시작됐다. 강경호 특유의 정확도 높고 둔탁한 펀치는 하니 야히야의 가드 위로 꽂혀도 위력적이었고 1라운드 중간에는 그 파괴력으로 하니 야히야를 다운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1라운드를 강경호가 가져가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하니 야히야는 자신의 관록을 앞세워 강경호를 그라운드로 끌고 들어갔고 결국 백포지션까지 잡아 2라운드 내내 강경호를 요리했다. 3라운드도 비슷했다. 강경호의 스탠딩 타격이 다시 터지는가 싶더니 다시 하니 야히야가 강경호를 그라운드로 유도하는 데 성공하여 3라운드를 지배했다. 

강경호가 별 다른 대처를 할 수 없는 끈적한 그래플링이었다. 브라질리안 특유의 까다로운 '그래플링 지옥'을 하니 야히야가 강경호에게 경험시켜 준 것이다. 

'그래플링 지옥' 게이트가 열리며 역사를 새로 쓴 경기, 16년 전에 벌어진 바 있다.

▲ 반더레이 실바(레드)는 위 장면을 마지막으로 스탠딩은 꿈도 꿔보지 못 한 채 히카르도 아로나(블루)에게 내내 깔려 일어나지 못 하고 패했다 (사진:
▲ 반더레이 실바(레드)는 위 장면을 마지막으로 스탠딩은 꿈도 꿔보지 못 한 채 히카르도 아로나(블루)에게 내내 깔려 일어나지 못 하고 패했다 (사진: Getty Image-Tomakazu Tazawa)

2005년 격투기 시장은 모두 일본으로 시선이 향해있었다. Pride FC는 예밀리야넨코 표도르와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의 대립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 최고의 격투기 단체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대립에만 Pride FC는 의존하지 않았다. 2005년 미들급(약 90kg 이하) 그랑프리는 개최하며 격투기 시장의 흥행을 독식하고 있었다. 

Pride FC 미들급에는 반더레이 실바라는 1인자가 존재했다. 반더레이 실바 역시 Pride FC 미들급 그랑프리에 참가하여 요시다 히데히코, 나카무라 카즈히로를 연달아 꺾고 4강에 안착했다. 일본인과의 잦은 대결로 비판받던 반더레이 실바에게 Pride FC는 반더레이 실바 소속팀 슈트복스 아카데미의 라이벌 브라질리안 탑 팀의 미들급 대표주자 히카르도 아로나를 붙였다. 

결과는 히카르도 아로나의 승리였다. 반더레이 실바가 로우킥을 시도하고 하체 밸런스가 느슨해진 틈을 타 되레 로우킥으로 히카르도 아로나가 반격했고, 반더레이 실바는 그대로 넘어져 그라운드로 흘러갔다. 그리고 반더레이 실바는 자력으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못 한 채 강경호가 하니 야히야에게 당했던 것보다 더 깊은 그래플링의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경기 내내 히카르도 아로나에게 압도당했다. 

그것이 반더레이 실바의 Pride FC 미들급 최초의 패배였다. 다행히 2005년 12월 31일 개최된 '남제 2005'에서 반더레이 실바는 자신의 Pride FC 미들급 타이틀을 걸고 히카르도 아로나와 다시 붙어 복수에 성공했다. 

2005년 8월 28일은 세계 격투사에 아주 중요한 날인 것이다. 예밀리야넨코 표도르가 미르코 '크로캅' 필리포비치를 꺾고 세계 최강을 다시 입증한 날, 마우시리오 '쇼군' 후아가 미들급 그랑프리를 우승하며 새로운 최강자로 등장한 날 그리고 반더레이 실바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그래플링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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