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하는 것들을 봤어. 오리온의 어깨에서 불타오르는 강습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곁의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C빔들도 봤어. 그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 종반부에 등장한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명대사다. 유전자 합성 인조인간이라 수명이 짧은 ‘레플리칸트’ 베티가 생존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살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을 해치려던 주인공을 구한 뒤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런 레플리칸트는 수명이 얼마나 짧을까? 블레이드 러너의 영화상 배경인 2019년 기준으로는 4년이다. 이는 ‘계획성 구식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설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가전제품의 수명이 의도적으로 제한되어야 지속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는 PC 하드웨어에서도 볼 수 있는 사례다. PC 하드웨어의 수명은 그렇게 짧진 않지만, 주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다. 메인보드만 봐도 CPU 세대가 바뀌면, 장착 소켓도 따라 바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후 구형 제품이 된 하드웨어는 시장에서 빠르게 은퇴하게 된다.

그러나 AMD 진영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AMD는 오랜 시간 동안 소켓 AM4를 유지해 오래된 메인보드도 업데이트에 따라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A320 칩셋이다. 후임 A520이 등장하기 전까지 정말로 오래 활약했다. “난 너희 A520이 상상도 못하는 것들을 봤어. 브리스톨 릿지, 서밋 릿지, 피나클 릿지, 레이븐 릿지, 마티스, 르누아르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겠지. 이제 은퇴할 시간이야” 그런데 그런 A320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라이젠 5 5600X입니다. A320 영감님 쌩쌩한데 한 번만 더 일합시다”

 

결국 버미어까지 지원하게 된 A320

AMD A320 칩셋 기반 메인보드는 기본적인 컴퓨팅 및 미디어 재생에 적합하다. 간단한 업무용 PC가 필요한 플러그 앤 플레이 사용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된다. 단순하고 안정적인 플랫폼 및 다양한 연결과 대역폭 옵션을 제공해 가정용 PC 사용자 및 미디어 애호가를 만족시킨다. 참고로 상위 제품군인 B350 칩셋은 고성능 및 유연성이 특징이며 오버클럭도 지원한다. 이게 AMD가 정의하는 A320 칩셋의 역할이다.

 

실제 하드웨어 시장에서 바라본 A320은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보급형 메인보드였다. 전원부 구성은 하이엔드 프로세서를 장착하기에는 조금 부족했고, 메인스트림 프로세서를 장착하기에 적합했다. 추가로 CPU 오버클럭은 지원하지 않지만, 메모리 오버클럭을 지원해 레이븐 릿지 등 내장 그래픽을 탑재한 프로세서와 잘 어울렸다. HDMI, D-SUB, DVI 등의 내장그래픽 포트를 지원하는 제품도 많았다.

그런 A320은 보급형 메인보드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 이는 A320의 후속 칩셋이 오랜 시간동안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A320의 호환성이 아주 뛰어났다. 공식 지원하는 프로세서의 범위가 넓었다. 라데온 그래픽을 탑재한 AMD 애슬론 프로세서, 라이젠 1000 시리즈 프로세서, 라데온 그래픽을 탑재한 AMD 라이젠 2000 시리즈 프로세서, AMD 라이젠 2000 프로세서, 라데온 그래픽을 탑재한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 등이다.

▲ 공식적으로는 라데온 그래픽을 탑재한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공식적으로는 라데온 그래픽을 탑재한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AMD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도 메인보드에 따라 지원하는 모델이 있다. 예를 들어 게이밍에 특화된 A320 메인보드가 있는데, 해당 메인보드는 전원부 구성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 라이젠 3000 시리즈를 사용하기 적합했다. 그렇기에 PC방 가성비 조합으로 라이젠 5 3600과 게이밍에 특화된 A320 메인보드 구성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 A320 메인보드가 특정 모델 한정으로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통해 라이젠 5000 시리즈까지 지원하게 됐다. 전원부 구성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라이젠 5 5600X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보는 편이 좋다. 단, A320 메인보드는 전원부 구성에 따라 올코어 부스트 등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전원부가 잘 갖춰진 메인보드라면 올코어 부스트를 높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 ASUS EX A320M-Gaming.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브리스톨 릿지 프로세서가 제거됐고, 새로운 프로세서를 지원하게 됐다.
▲ ASUS EX A320M-Gaming.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 브리스톨 릿지 프로세서가 제거됐고, 새로운 프로세서를 지원하게 됐다.

 

직접 확인해 보자

이번 A320 메인보드 테스트는 라이젠 5 5600X를 장착한 뒤 진행됐다. 쿨러는 번들 쿨러인 레이스 스텔스다. 테스트 방법은 CPU에 풀로드를 건 뒤 메인보드 전원부 온도 및 올코어 부스트 클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메인보드는 ASUS EX A320M-Gaming, GIGABYTE GA-A320M-S2H다. ASUS EX A320M-Gaming은 게이밍에 특화된 A320 메인보드로 6페이즈 전원부와 방열판을 갖췄다. GIGABYTE GA-A320M-S2H는 내구성 및 호환성이 뛰어난 메인보드다.

▲ ASUS EX A320M-Gaming. 방열판이 부착됐다.
▲ ASUS EX A320M-Gaming. 방열판이 부착됐다.
▲ GIGABYTE GA-A320M-S2H.
▲ GIGABYTE GA-A320M-S2H.
▲ ASUS EX A320M-Gaming의 전원부 온도. 45.9도로 확인된다. 물론 방열판 위의 온도를 측정했기에 실제 측정 온도는 조금 더 높을 수 있다.
▲ ASUS EX A320M-Gaming의 전원부 온도. 45.9도로 확인된다. 물론 방열판 위의 온도를 측정했기에 실제 측정 온도는 조금 더 높을 수 있다.
▲ GIGABYTE GA-A320M-S2H의 전원부 온도. 68.1도로 확인된다.
▲ GIGABYTE GA-A320M-S2H의 전원부 온도. 68.1도로 확인된다.
▲ ASUS EX A320M-Gaming의 올코어 터보부스트 클럭은 4.1GHz 내외로 확인된다.
▲ ASUS EX A320M-Gaming의 올코어 터보부스트 클럭은 4.1GHz 내외로 확인된다.
▲ GIGABYTE GA-A320M-S2H의 올코어 터보부스트 클럭은 4.1GHz 내외로 확인된다.
▲ GIGABYTE GA-A320M-S2H의 올코어 터보부스트 클럭은 4.1GHz 내외로 확인된다.

 

 

마치며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두 메인보드는 올코어 터보부스트 클럭을 4.1GHz로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또한, 방열판이 달린 ASUS EX A320M-Gaming은 전원부 온도를 낮게 유지했다. GIGABYTE GA-A320M-S2H의 전원부 온도도 68.1도로 크게 높은 건 아니다.

즉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A320 메인보드는 둘 다 라이젠 5 5600X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단 해당 결과는 모든 A320 메인보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메인보드 종류에 따라 올코어 터보부스트 클럭은 변할 수 있다. 그래도 A320 메인보드로 라이젠 5 5600X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고무적이다. 이 정도면 현역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A320의 은퇴는 또 미뤄졌다.

▲ 라이젠 5 5600X는 고성능 게이밍 프로세서다.
▲ 라이젠 5 5600X는 고성능 게이밍 프로세서다.

또한 라이젠 5 5600X는 6코어 12스레드지만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했을 때 제대로 된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가성비 게이밍 시스템을 구성할 때 라이젠 5 5600X에 A320을 결합하는 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