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만 해도 PC 사용자 대부분은 CPU를 구입할 때 쿨러를 따로 사지 않았다. 공랭 방식 쿨러가 기본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고성능 CPU가 아니라면 기본 쿨러만으로도 충분했으니 오버클럭을 하거나 소음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사용자가 다른 쿨러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웬만큼 성능이 높은 CPU라면 예전의 기본 쿨러로는 발열을 잡기 힘들어져서 고급형 쿨러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로 인해 현재 CPU 제조사들은 아예 일정 라인업 이상 CPU는 기본 쿨러를 제외하고 판매 중이어서 사용자가 CPU용 쿨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말았다.

근래에 CPU용 쿨러는 일체형 수랭 쿨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라디에이터 크기 때문에 케이스 안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많고 장착하기도 번거로워서 부담스럽다. 그럴 때는 큼직한 방열판과 히트 파이프로 무장한 고급형 공랭 쿨러를 이용하면 좋다. 기존 CPU용 기본 쿨러보다는 확실히 크지만 일체형 수랭 쿨러와 비교하면 아담하고 설치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시장에 출시된 CPU용 공랭 쿨러가 워낙 많아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제품을 고르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 기왕이면 좋은 제품을 고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 의중을 꿰뚫고 있는 서린씨앤아이는 ‘서멀라이트 프로스트 커맨더 140’(Thermalright Frost Commander 140) 쿨러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강렬한 쿨링 성능

CPU 쿨러는 발열을 제대로 해소해야만 가치가 있다. 따라서 거두절미하고 우선 서멀라이트 프로스트 커맨더 140의 쿨링 성능부터 알아보겠다.

발열이 심한 12코어 CPU인 AMD 라이젠 9 5900X (TDP 105W)를 장착하여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하고, 라이젠 마스터(Ryzen Master) 유틸리티로 CPU 유휴 상태(IDLE)와 최대 부하 상태(Full Load)에서 온도를 측정해보았다. CPU 최대 부하 상태는 Prime95를 통해 CPU 이용률을 100%로 끌어올려서 만들었고, 그 상태를 30분 이상 유지한 다음 온도를 쟀다.

테스트 결과 CPU 유휴 상태 온도는 26°C 내외로 나왔고,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58°C 내외였다. 라이젠 9 5900X에 허용되는 온도는 최대 90°C이므로 프로스트 커맨더 140으로 충분한 쿨링 성능이 보장된 것이다.

하위 라인업 라이젠 CPU에 기본 제공되는 AMD 레이스 스텔스 쿨러로 같은 테스트를 하면 몇 분 버티지 못하고 금세 90°C에 도달하며 시스템 보호를 위해 CPU 클럭이 감소하게 된다.

한편 프로스트 커맨더 140은 공랭 쿨러이기 때문에 쿨링 성능이 높은 만큼 쿨링 팬 소음이 크지는 않을까 의심할 수 있다. 아무리 쿨링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소음이 너무 크면 사용자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될 뿐이므로 CPU 유휴 상태와 최대 부하 상태에서 소음측정기로 소음을 확인해보았다.

다른 소음이 겹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테스트 시스템의 케이스 쿨링 팬과 그래픽카드 쿨링 팬은 정지시켰고, 파워 서플라이 쿨링 팬만 서멀라이트 프로스트 커맨더 140과 함께 작동했다. 소음측정기와 쿨러 사이에는 거리를 5cm 정도 두었다.

측정 결과 CPU 유휴 상태에서는 약 37dBA(A-가중치 부여한 데시벨),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약 45dBA로 나왔다. 30-40dBA이면 도서관이나 주간 시간대 주택의 평균적인 소음 수준이고 40-50dBA이면 일반적인 사무실 수준이므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CPU 유휴 상태에서는 쿨러 쪽에 귀를 가까이 대야 소리가 들렸을 정도로 조용했다.

 

듀얼 타워 히트싱크와 AGHP 히트 파이프

프로스트 커맨더 140의 쿨링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그 이유를 살펴보겠다.

첫 번째는 대형 알루미늄 히트싱크(방열판)이다.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듀얼 타워 형태여서 열 발산이 원활하고, 두께 0.4mm인 방열 핀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공기 접촉 면적도 넓다.

그리고 듀얼 타워 히트싱크 바깥쪽과 안쪽에 쿨링 팬을 장착하는 구조여서 단순히 바깥쪽에만 쿨링 팬을 장착하는 통짜형 히트싱크보다 더 빠르게 열을 발산시킬 수 있다.

히트 파이프도 특별하다. 두께 8mm에 구리 재질이고 니켈 도금 처리되어서 내구성이 높다. 히트 파이프는 CPU와 맞닿은 구리 베이스와 히트싱크 사이에서 냉매로 열을 전달하는 통로이며, 이 제품의 히트 파이프에는 ‘AGHP’ 기술이 적용되어서 냉매 순환 속도도 빠르다.

AGHP는 ‘Axial Grooved Heat Pipe’(축에 홈이 있는 히트 파이프)를 줄인 말인데 히트 파이프 내부에 미세한 홈을 내서 냉매 순환을 촉진시킨다. 일반적인 히트 파이프는 CPU와 쿨러 위치가 수평이거나 CPU가 위쪽, 쿨러는 아래쪽에 있으면 중력에 영향을 받아서 냉매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여지가 있는데 AGHP는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든다.

우주선 발사 과정에 필요한 각 냉각 장치에도 AGHP 기술이 적용된 히트 파이프가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 효율성이 얼마나 우수한지 짐작할 수 있다.

 

서멀라이트의 두 가지 고성능 쿨링 팬

▲ 120mm 규격 쿨링 팬 ‘서멀라이트 TL-C12 Pro-G’
▲ 120mm 규격 쿨링 팬 ‘서멀라이트 TL-C12 Pro-G’
▲ 140mm 규격 쿨링 팬 ‘서멀라이트 TL-D14X’
▲ 140mm 규격 쿨링 팬 ‘서멀라이트 TL-D14X’

프로스트 커맨더 140에는 서멀라이트의 쿨링 팬 두 가지가 장착된다. 120mm 규격인 ‘TL-C12 Pro-G’와 140mm 규격인 ‘TL-D14X’이며 낮은 소음으로도 CPU 발열 해소 용도로 충분한 풍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 팬 블레이드 9개 무게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웨이트'
▲ 팬 블레이드 9개 무게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웨이트'

두 제품에는 팬 블레이드(날개)가 9개 장착되었는데 중앙부에 황금색 고형물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이는 서멀라이트가 고안한 ‘밸런스 웨이트’(Balance Weight)이며 팬 블레이드 9개가 풍량과 풍압을 균일하게 발생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쪽은 풍량 · 풍압이 세고 다른 쪽은 반대로 약하다면 쿨링 팬 작동 시 불필요한 진동이 생기고 결국 소음도 커지게 되므로 밸런스 웨이트를 중앙부에 부착해 각 팬 블레이드의 무게 균형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쿨링 팬 축 내부에는 소니(Sony)의 S-FDB 유체 베어링이 적용되었다. 밀폐 공간에서 윤활유가 베어링 역할을 수행해 일반적인 슬리브 · 볼 베어링보다 소음과 마찰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앞서 살펴본 소음 테스트에서 프로스트 커맨더 140이 저소음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그 외에 쿨링 팬 회전 속도와 최대 소음 및 풍량은 TL-C12 Pro-G가 1850RPM(분당 회전수), 약 29.6dBA, 82CFM(분당 큐빅피트)이고 TL-D14X는 1800RPM, 약 30.2dBA, 95.5CFM이다. 크기가 작은 TL-C12 Pro-G가 소음은 조금 더 적게 발생하고 TL-D14X는 풍량이 더 많아서 쿨러 열 배출용으로 효과적이다.

 

최신 AMD · 인텔 플랫폼 지원

각 CPU에 기본 제공되는 쿨러와 달리 고급형 쿨러는 AMD와 인텔 플랫폼 양쪽 모두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그래야 여러 사용자가 쿨러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멀라이트 프로스트 커맨더 140은 AMD의 AM4 소켓과 인텔의 LGA 1700 · 1200 · 115X · 2011(-3) · 2066 소켓 등 다양한 플랫폼에 호환된다.

구성품이 11종류나 되어서 복잡할 것 같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다. 메인보드에 조립하는 구성품 기준으로 AMD 소켓은 세 가지, 인텔 소켓은 네 가지만 필요할 뿐이다.

▲ LGA 1700 소켓용 마운팅 키트
▲ LGA 1700 소켓용 마운팅 키트

한편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엘더 레이크)용 소켓인 LGA 1700은 기존 인텔 소켓들과 규격에 다소 차이가 있다. 프로스트 커맨더 140은 본래 LGA 1700 소켓이 나오기 전에 설계된 제품이어서 기본 구성품으로는 LGA 1700 소켓에 장착하지 못하는데 다행히 해결책이 있다.

서멀라이트 국내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가 프로스트 커맨더 140 구매자들에게 LGA 1700 소켓용 마운팅 키트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이다. 혹시 제품을 너무 일찍 구입해서 마운팅 키트를 받지 못했다면 서린씨앤아이 고객센터에 요청해서 받으면 된다. 서린씨앤아이가 유통한 프로스트 커맨더 140 구매자라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 AMD AM4 소켓 지지대 조립한 모습
▲ AMD AM4 소켓 지지대 조립한 모습
▲ 인텔 LGA 1151 소켓 지지대 조립한 모습
▲ 인텔 LGA 1151 소켓 지지대 조립한 모습

설명서에 있는 각 구성품 알파벳과 형태를 기억하고 그림을 보면서 차근차근 조립하면 금세 프로스트 커맨더 140 본체 지지대가 완성된다. AMD AM4 소켓은 기본 쿨러용 고정부를 분리해야 하는데 나중에 다른 쿨러를 사용하는 경우 필요하니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지지대에 있는 나사 홈에 맞춰서 프로스트 커맨더 140 본체에 있는 나사 2개를 드라이버로 고정하면 메인보드와 쿨러가 단단하게 결합된다. 결합하기 전 구리 베이스에는 서멀 그리스를 미리 발라둬야 미세한 틈이 메워지고 CPU 발열이 제대로 전달된다.

쿨링 팬은 히트싱크에 금속 클립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위 사진처럼 쿨링 팬 나사 구멍에 클립을 끼운 후 가운데 고정부를 끌어당겨서 히트싱크에 끼우면 된다. 쿨링 팬 2개는 팬 블레이드가 한쪽 방향으로만 바람을 일으키도록 장착해야 공기 흐름이 원활해지므로 그 점은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는 각 쿨링 팬에 있는 4핀 PWM 케이블을 Y형 케이블에 연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CPU용 4핀 PWM 커넥터에 두 가지 쿨링 팬 케이블을 동시에 꽂을 수 있다.

히트싱크가 큼직한 CPU 쿨러는 종종 메모리와 간섭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프로스트 커맨더 140은 문제없다. 높이 65mm 미만인 메모리라면 히트싱크와 닿을 걱정이 없고, 쿨링 팬은 클립 위치를 조정하면 장착 높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CPU 발열도 문제없는 강력한 공랭 쿨러

지금까지 서멀라이트 프로스트 커맨더 140을 살펴보았다. 고급형 공랭 쿨러답게 쿨링 성능은 웬만한 수랭 쿨러 이상이고 쿨링 팬은 저소음으로 작동하면서도 충분한 풍량을 제공한다.

최신 CPU로 업그레이드해서 거기에 알맞은 쿨러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스트 커맨더 140을 선택하여 자신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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