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CPU 쿨러들을 보면 대다수 제품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화려하게 빛나는 RGB LED 조명이다.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색상이 어우러져서 빛나기도 하고 라이브 클럽 조명처럼 화려한 조명 효과를 뽐내기도 한다.

참 멋지지만 RGB LED가 빛을 낸다고 해서 쿨러 성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성가시게 느껴지거나 쿨러 가격을 높이게 만드는 원흉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쿨러 전문 기업 중에는 RGB LED를 빼고 순수하게 쿨링 성능에만 집중한 CPU 쿨러를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PC 주변 기기 제조사 비콰이어트(be quiet!)는 그 중 대표적인데 확실한 쿨링 성능과 소음 따위 느껴지지 않는 정숙함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콰이어트의 CPU 쿨러 가운데 주력 제품인 ‘Dark Rock Pro 4’(이하 다크 락 프로 4)를 살펴보겠다.

 

조용하고 시원한 ‘다크 락 프로 4’

사용자들이 다크 락 프로 4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쿨링 성능일 것이다. 그래서 바로 쿨링 테스트를 실시해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겠다.

12코어 CPU인 AMD 라이젠 9 5900X로 테스트 시스템을 구성하여 미들타워 케이스(마이크로닉스 GX1-PUNCH 강화유리)에 장착한 다음, 라이젠 마스터(Ryzen Master) 유틸리티로 CPU 유휴 상태(IDLE)와 최대 부하 상태(Full Load)에서 온도를 측정했다.
CPU 최대 부하 상태는 Prime95를 실행해 CPU 이용률을 100%에 근접한 수준으로 만든 상태이고, 그 상태를 30분 이상 유지한 다음 온도를 쟀다.

비교 대상으로는 3세대 라이젠 12코어 CPU까지 기본 쿨러로 제공되었던 AMD의 ‘레이스 프리즘’(WRAITH PRISM)을 사용했다. 

테스트 결과 CPU 유휴 상태에서 온도는 다크 락 프로 4와 레이스 프리즘 모두 34°C 내외였다. 최대 부하 상태에서 온도는 다크 락 프로 4가 67°C 내외를 기록해 73°C 내외인 레이스 프리즘보다 6°C 정도 온도가 낮았다.

라이젠 9 5900X에 허용되는 온도는 최대 90°C이므로 양쪽 모두 작동에 문제는 없지만 같은 상황에서 온도가 더 낮을수록 CPU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므로 다크 락 프로 4의 이점은 충분하다.

CPU 발열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쿨러에서 굉음이 울려서는 곤란하다. 비콰이어트 쿨러는 소음이 극히 적은 것으로 유명한데 과연 다크 락 프로 4도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CPU 유휴 상태와 최대 부하 상태에서 소음을 측정해보았다.

소음은 위 사진처럼 케이스 측면 패널을 개방한 상태에서 쿨러와 약 10cm 떨어진 거리에서 소음 측정기를 사용해 dBA(A-가중치 부여한 데시벨) 단위로 측정했다.

 

소음을 측정한 결과 다크 락 프로 4는 CPU 유휴 상태에서 32dBA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34dBA 내외였다. 심야 시간대 도시 변두리나 조용한 도서관과 비슷한 수준이다. 쿨러 바로 옆에 귀를 대고 듣지 않는 이상 다크 락 프로 4의 쿨링 팬이 최대 속도로 작동하는지 알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다.

 

레이스 프리즘은 소음이 CPU 유휴 상태에서 34 dBA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43dBA 내외로 나왔다. 40dBA에서 50dBA 사이의 소음은 낮 시간대 일반 주택이나 작은 사무실에서 나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10dBA 차이는 소음이 10배 차이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크 락 프로 4는 CPU 최대 부하 상태에서 레이스 프리즘보다 10배 가까이 소음이 덜 발생하는 것이다.

 

총 다섯 가지 모델이 있는 다크 락 시리즈

▲ 비콰이어트 다크 락 시리즈 (사진: 비콰이어트)
▲ 비콰이어트 다크 락 시리즈 (사진: 비콰이어트)

비콰이어트의 다크 락 시리즈는 총 다섯 가지가 있다.

무난한 기본형 모델 ‘다크 락 4’(Dark Rock 4), 다크 락 4보다 더 큰 히트싱크(방열판)를 달고 쿨링 팬을 추가한 다크 락 프로 4, 다크 락 프로 4와 거의 같은 형태에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CPU용으로 특화시킨 ‘다크 락 프로 TR4’(Dark Rock Pro TR4), 다크 락 4에서 히트싱크 크기를 줄인 ‘다크 락 슬림’(Dark Rock Slim), 쿨링 팬과 히트 싱크 방향이 메인보드 쪽을 향하는 ‘다크 락 TF 2’(Dark Rock TF 2) 등이다.

▲ 라이젠 CPU용 쿨러로 권장되는 다크 락 시리즈는 세 가지 모델이다 (출처: AMD)
▲ 라이젠 CPU용 쿨러로 권장되는 다크 락 시리즈는 세 가지 모델이다 (출처: AMD)

한편 AMD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라이젠 CPU용으로 권장하는 쿨러들을 제조사 별로 소개하고 있다. 비콰이어트 제품은 다크 락 프로 4와 다크 락 4, 다크 락 슬림 등 세 가지 모델이 나오며 이를 통해 안정성 및 호환성이 보장된다.

다크 락 프로 4는 TDP(열 설계 전력)를 최대 250W까지 지원하므로 근래 출시된 AMD 및 인텔 데스크톱 CPU라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원활한 쿨링이 보장된다.

 

더블 타워 히트싱크와 구리 히트 파이프

지금부터는 다크 락 프로 4의 주요 구조를 살펴보겠다. 우선 이 제품은 히트싱크가 큼직하다. 위에 바라봤을 때 가로 · 세로 길이가 119.5 x 136mm, 높이는 162.8mm이다. CPU와 접촉하는 베이스를 기준으로 히트 싱크가 양쪽으로 나뉘는 더블 타워 구조이고, 그 사이에는 135mm 쿨링 팬을 클립으로 장착 가능하다.

히트싱크 재질은 알루미늄이고 특수한 블랙 세라믹 코팅 처리가 이뤄져서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산화를 방지한다. 공기 접촉 면적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얇은 핀 여러 개가 촘촘하게 배열된 구조이며, 각각의 핀에는 미세한 돌기가 있어서 쿨링 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원활히 흐르게 해준다. 그리고 핀 표면은 물결 모양이어서 공기 유입 시 저항을 줄일 수 있다.

히트싱크에 CPU의 열을 전달하는 히트파이프는 7개 있다. 두께 6mm이고 블랙 세라믹 코팅 처리되었고 분산 배치되어서 히트싱크 구석구석까지 열을 퍼뜨릴 수 있다.

CPU와 접촉하는 베이스도 똑같은 코팅 처리가 되었고 구리 재질이어서 열 전도율이 높다. 다크 락 프로 4를 메인보드에 조립하기 전 기본 제공되는 서멀 그리스를 베이스에 도포해야 CPU와 완전하게 밀착시킬 수 있다.

 

고요한 쿨링 팬 ‘사일런트 윙즈 3’

▲ 기본 장착된 120mm 규격 사일런트 윙즈 3
▲ 기본 장착된 120mm 규격 사일런트 윙즈 3
▲ 히트싱크 가운데에 장착하는 135mm 규격 사일런트 윙즈 3
▲ 히트싱크 가운데에 장착하는 135mm 규격 사일런트 윙즈 3

이 제품의 쿨링 팬은 비콰이어트의 저소음 기술이 집약된 ‘SILENT WINGS 3’(이하 사일런트 윙즈 3)이다. 120mm 규격 팬은 히트싱크에 처음부터 장착되어 있고 135mm 규격 팬은 사용자가 직접 장착해야 한다.

팬 날개는 120mm 규격이 7개, 135mm 규격은 9개이다. 날개 표면에 빗금 무늬가 있는 이유는 공기 마찰로 인한 소음을 줄이면서도 충분한 풍량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사일런트 윙즈 3의 최대 회전 속도는 120mm 규격 팬이 1500RPM(분당 회전수), 135mm 규격 팬은 1200RPM이다. 대다수 CPU 쿨러의 쿨링 팬이 최대 2000~3000RPM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회전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앞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살펴본 것처럼 온도와 소음 면에서 불리한 점은 없다.

공식 제원상 소음은 두 가지 쿨링 팬이 동시에 작동하는 상태 기준으로 RPM 50%에서 12.8dBA, RPM 75%에서 17.9dBA, RPM 100%에서 24.3dBA이다. 24.3dBA는 사람이 속삭이는 수준에 불과한 작은 소음이다.

케이블은 외부가 직조 방식이서 튼튼하면서 잘 엉키지 않고 재질은 나일론이다. 메인보드에 4핀 PWM 케이블로 연결하고 PC 작동 시 CPU 온도에 따라 회전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최신 AMD · 인텔 플랫폼 호환

다크 락 프로 4의 구성품은 총 20종류이다. AMD 및 인텔 플랫폼에 맞춰서 주요 구성품이 분류되어 있고, 십자 드라이버도 있어서 따로 공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다.

▲ AMD CPU용 소켓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 시 필요한 구성품
▲ AMD CPU용 소켓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 시 필요한 구성품
▲ AMD AM4 소켓에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한 모습
▲ AMD AM4 소켓에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한 모습

AMD CPU용 소켓은 AM2(+) · AM3(+) · AM4 · FM1 · FM2(+) 등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따라서 근래 출시된 AMD CPU 뿐만 아니라 오래된 모델도 다크 락 프로 4로 쿨링이 가능하다.

▲ 인텔 CPU용 소켓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 시 필요한 구성품
▲ 인텔 CPU용 소켓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 시 필요한 구성품
▲ 인텔 LGA 1200 소켓에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한 모습
▲ 인텔 LGA 1200 소켓에 다크 락 프로 4 지지대 조립한 모습

인텔 CPU용 소켓은 1150 · 1151 · 1155 · 1156 · 1200 · 1366 · 2011(v3) · 2066 등 총 여덟 가지를 지원한다. AMD CPU용 소켓보다 구성품이 몇 가지 더 많기 때문에 조립 과정이 몇 가지 추가되니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 비콰이어트 CPU 쿨러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LGA 1700 소켓용 마운팅 키트
▲ 비콰이어트 CPU 쿨러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LGA 1700 소켓용 마운팅 키트

한편 최신 CPU인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엘더 레이크)는 LGA 1700 소켓인데 기존 인텔 소켓들과 크기와 형태가 차이난다. 비콰이어트의 다크 락 시리즈는 LGA 1700 소켓이 나오기 전에 설계된 제품이기 때문에 기본 구성품만으로는 조립을 하지 못한다.

다행스럽게도 비콰이어트 국내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는 자사가 유통하는 비콰이어트 CPU 쿨러 제품 구매자들에게 LGA 1700 소켓용 마운팅 키트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제품을 너무 일찍 구입한 경우에는 서린씨앤아이 고객센터에 마운팅 키트를 요청하고 택배비를 지불하면 받을 수 있다.

AMD든 인텔이든 지지대를 메인보드에 조립한 다음에는 조립 과정이 동일하다. 우선 베이스 위쪽에 있는 홈에 맞춰서 쿨러 마운팅 브릿지를 끼운다.

그 다음에는 지지대의 나사 구멍에 맞춰서 쿨러 마운팅 브릿지를 올리고 나사로 고정해야 한다. 히트싱크 상단에 있는 작은 마개 2개를 손으로 돌려서 뺄 수 있는데 드러나는 구멍에 드라이버를 끼워서 나사를 조이면 된다.

쿨러 마운팅 브릿지 나사를 조인 다음에는 135mm 규격 쿨링 팬을 장착한다. 금속 클립을 쿨링 팬 가장자리에 끼운 후 히트싱크 핀들 사이에 맞춰서 끼우는 방식이다. 클립은 장력이 제법 강하므로 세게 잡아당겨서 부러지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이 제품처럼 히트싱크가 큼직한 CPU 쿨러를 사용할 때는 한 가지가 걱정될 수 있다. 바로 메모리 간섭이다. 히트싱크가 히트파이프가 메모리 장착부까지 넘어와서 메모리 슬롯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크 락 프로 4는 ‘메모리 컷 아웃’ 배치가 적용되어서 메모리 슬롯과 충분한 거리가 확보된다. 정확하게는 높이 40mm인 메모리까지 허용되는데 이 정도면 히트싱크가 부착된 고성능 메모리도 대부분 함께 장착할 수 있다.

 

고요하게, 시원하게 발열 잡는 CPU 쿨러

지금까지 다크 락 프로 4를 살펴보았다. 큼직한 크기에 걸맞게 훌륭한 쿨링 성능을 내면서도 소음은 귀를 기울여야 들릴 정도로 작아서 만족스럽다. 쿨링 팬을 1개 더 추가해서 쿨링 성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니 그 점도 유용하다.

또한 이 제품 외에도 다양한 다크 락 시리즈가 있으니 CPU를 새로 구입하면서 쿨러 업그레이드도 필요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제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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