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풍이 다가올 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태풍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회전하면서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바람을 사방으로 내뿜어서 모든 존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풍을 여기저기로 발산하는 태풍은 지나간 지역의 열기를 사그라지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설령 찜통 같은 무더위라도 말이다.

비록 태풍처럼 강력하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바람은 열기를 식힐 때 효과적이다. 그래서 사람이 만든 각종 물건에는 바람을 이용하여 열을 식히는 기기가 적용되고 있는데 PC 역시 그 중 하나이다. PC 케이스와 CPU · 그래픽카드 쿨러에 장착되는 쿨링 팬이 대표적이다.

쿨링 팬은 일으키는 바람이 강할수록 PC의 열기를 더 빠르게 식힐 수 있지만 쿨링 팬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소음도 커지기 때문에 대다수 제품은 풍량과 풍압을 늘리는 데 한계가 따른다.

만약 일반 쿨링 팬보다 회전 속도가 높으면서도 소음은 심하지 않은 쿨링 팬이 있다면 PC 발열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린씨앤아이는 ‘Thermalright TL-B12 EXTREM’(이하 서멀라이트 TL-B12 익스트림)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강한 풍량 · 풍압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

 

서멀라이트 TL-B12 익스트림은 날개가 9개 달린 120mm 규격 쿨링 팬이다. 중심축(허브) 내부에는 링의 위아래에 미세한 금속 공을 배치해서 축과 직접 닿지 않도록 하여 마찰을 줄이는 듀얼 볼(Dual Ball) 베어링이 적용되었다.

회전 속도는 최대 3150RPM(분당 회전수, 오차 범위 ±10%), 풍량은 최대 112CFM(분당 큐빅피트), 풍압은 최대 5.0mm H2O(수주 밀리미터)이다.

대다수 PC용 쿨링 팬들은 1500~2000RPM, 50~70CFM, 2.5mm H2O 내외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원부터 남다른 수준이다.

9개나 되는 날개가 중심축과 접합되는 면적이 좁아서 내구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각 날개는 접합부가 볼록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런 형태이면 일반적인 날개보다 접합되는 면적이 2배 증가해서 고속 회전 시에도 안정적이다.

▲ 날개 9개의 균형을 맞추고 베어링을 보호하는 밸런스 웨이트
▲ 날개 9개의 균형을 맞추고 베어링을 보호하는 밸런스 웨이트

한편 TL-B12 익스트림의 중심축 한 곳에는 붉은색 고형물이 붙어있다. 처음 본 사람은 웬 지저분한 이물질이 묻은 것으로 오인하고 손으로 떼어내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서멀라이트 쿨링 팬의 특징 중 하나인 ‘밸런스 웨이트’(Balance Weight)이기 때문이다.

밸런스 웨이트는 날개 9개 무게를 정확히 분배하고 이를 통해 무게가 한 곳으로 편중되어 쿨링 팬 중심축과 베어링의 특정 부위가 빠르게 마모되는 것을 막아준다. 밸런스 웨이트도 이 제품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임의로 제거하는 경우 제품 보증 서비스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품 구성물로는 Y자 4핀 PWM 케이블과 붉은색 러버(고무) 마운트 8개, 흰색 러버 마운트 8개, 쿨링 팬 고정용 볼트와 너트들이 제공된다.

러버 마운트는 붉은색과 흰색으로 갈아 끼우면 TL-B12 익스트림이 다른 색상 모델로 바뀐다. PC 케이스 색상에 맞춰 러버 마운트를 변경하면 쿨링 팬 하나만 색상이 튀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케이블은 나일론을 직조 방식으로 만든 것이어서 탄탄하고 잘 엉키지 않는다. 커넥터는 4핀 PWM이며 메인보드에 있는 커넥터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PC 온도에 따라 쿨링 팬 회전 속도가 조절된다. 구성물 중 하나인 Y자 4핀 PWM 케이블로 연결하면 다른 쿨링 팬도 동시에 연결 가능하므로 유용하다.

 

 

서멀라이트 TL-B12 익스트림의 성능

아무리 외형과 제원이 인상적이라도 결국 진짜로 중요한 것은 실제 성능이다. 미들타워 케이스(마이크로닉스 GX1-PUNCH 강화유리)에서 기본 장착된 쿨링 팬을 모두 분리하고 TL-B12 익스트림 1개만 후면에 장착하여 PC 온도를 측정해보았다.

‘라이젠 마스터’(Ryzen Master) 유틸리티로 CPU 온도를 측정했고, ‘GPU-Z’ 유틸리티로 GPU(그래픽카드) 온도를 측정했다. CPU와 GPU는 윈도우 진입 후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은 유휴 상태와 ‘Prime95’ 및 ‘3DMark’(타임 스파이 익스트림)를 30분 이상 실행한 최대 부하 상태에서 온도를 쟀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CPU: AMD 라이젠 9 5900X
RAM: GeIL DDR4-2666 CL19 PRISTINE 8GB x2
메인보드: ASUS TUF Gaming B550M-PLUS (Wi-Fi)
그래픽카드: NVIDIA 지포스 RTX 3070 파운더스 에디션
SSD: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10 M.2 NVMe 1TB
PSU: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80PLUS GOLD 230V EU 풀모듈러 화이트

 

TL-B12 익스트림 장착 시 온도는 유휴 상태에서 CPU가 38.5℃ 내외, GPU는 34.5℃ 내외로 나왔다.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CPU가 78℃ 내외, GPU는 71.5℃ 내외였다.

TL-B12 익스트림 장착 시 온도만 측정하면 얼마나 좋은지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쿨링 팬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서 동일한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일체형 CPU 수랭 쿨러인 ‘리안리 갈라하드(LIAN LI GALAHAD) AIO 360 ARGB’에 장착되는 120mm 규격 쿨링 팬이며, 회전 속도 최대 1900RPM, 풍량 최대 65.53CFM, 풍압 최대 2.54mm H2O를 지원한다.

테스트 결과 비교 대상인 쿨링 팬 장착 시 온도는 유휴 상태에서 CPU가 39℃ 내외, GPU는 34℃ 내외로 나왔다.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CPU가 84℃ 내외, GPU는 73.5℃ 내외였다.

유휴 상태에서는 TL-B12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비교 대상 쿨링 팬의 온도가 CPU 약 5℃, GPU는 약 2℃ 더 높게 나와서 격차가 벌어졌다.

 

한편 TL-B12 익스트림은 풍압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어느 정도 되는지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세단기로 잘게 쪼개진 종이 부스러기 뭉치를 놓고 쿨링 팬 바람으로 얼마나 휘날리게 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각 쿨링 팬은 바이오스를 통해 RPM을 최대치로 설정하였다.

확인 결과 120mm 규격 쿨링 팬은 10cm 미만의 거리까지 근접해도 종이 부스러기 뭉치가 다소 흩날릴 뿐이었지만 TL-B12 익스트림은 달랐다. 1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종이 부스러기를 주변으로 멀리 날려버려서 확연하게 다른 풍압을 보여주었다.

 

쿨링 팬 소음 측정

아무리 풍량과 풍압이 뛰어난 쿨링 팬이라도 소음이 지나치게 크다면 실제로 사용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TL-B12의 최대 소음은 약 40.5dBA(A-가중치 부여한 데시벨)인데 소음 측정기를 사용해서 실제 소음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았다.

쿨링 팬 속도는 메인보드 바이오스에서 RPM 모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했고 소음 측정기는 쿨링 팬에서 약 10cm 떨어진 거리에 두었다. 그리고 다른 소음이 겹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CPU 쿨러는 느린 RPM으로 작동하도록 설정했고 그래픽카드 쿨링 팬은 정지된 상태로 만들었다.

다만 맨즈랩 사무실은 차도와 인접한 곳에 있고 주변 소음도 심한 편이므로 소음 측정 결과는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측정 결과 TL-B12 익스트림은 느린 RPM에서 38dBA 내외, 최대 RPM에서 50dBA 내외를 기록했다. 비교 대상 쿨링 팬은 느린 RPM에서 37dBA 내외, 최대 RPM에서는 40dBA 내외로 측정되었다.

30~40dBA이면 조용한 도서관이나 일반 주택 정도의 소음이고 50dBA 정도면 일반 사무실 수준이니 TL-B12의 소음은 무난한 편이다.

직접 귀로 들어보면 양쪽의 차이가 제법 크게 느껴지지만 TL-B12 익스트림도 항상 최대 RPM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고 보통 상태에서는 조용하다. 게다가 비교 대상 쿨링 팬은 저소음에 중점을 둔 제품이니 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강한 바람으로 PC 발열을 잡는다

서멀라이트 TL-B12 익스트림은 고유한 설계 방식을 통해 일반 쿨링 팬을 압도하는 풍량과 풍압을 제공하면서 소음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만 장착해도 전반적인 PC 발열 해소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니 현재 뜨거운 PC 때문에 고민에 빠진 사용자에게 TL-B12 익스트림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고급형 제품답게 공식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하여 6년 동안 제한 보증 서비스도 지원되므로 장기간 안심하며 쿨링 팬을 쓰고 싶은 사용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