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위에 떨며 옷깃을 여미는 한겨울에도 PC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할 때마다 CPU와 그래픽카드 등 주요 하드웨어 온도가 크게 치솟기 때문이다. 성능이 높은 PC일수록 하드웨어들이 내뿜는 열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그 대비책으로 보통 쿨러 업그레이드를 선택한다.

다만 CPU 말고 다른 하드웨어들은 대부분 사용자가 임의로 쿨러를 교체하는 경우 제조사나 유통사가 제품 손상으로 판단하여 보증 서비스가 중단되므로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쿨러 교체를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럴 때는 시선을 돌려서 PC 케이스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와 쿨링 팬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PC 케이스는 다른 하드웨어에 장착된 공랭 쿨러의 발열 해소 성능을 높일 수 있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제품을 고르면 좋을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웨덴의 PC 주변 기기 제조사인 프랙탈 디자인(Fractal Design)은 PC 케이스 신제품 'Torrent Compact Dark TG Black'(이하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을 선보였다.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은 지난 해 출시된 '토렌트 TG' 시리즈의 특징은 이어가면서 크기는 줄인 제품이다. 기존 토렌트 TG 시리즈는 분류상 미들타워 케이스지만 크기가 242 x 544 x 530mm(너비 x 깊이 x 높이)여서 빅타워 케이스에 가까운데,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은 222 x 467 x 450mm여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들타워 케이스 수준이다.

향후 프랙탈 디자인의 국내 유통사인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보다 더 아담한 미니타워 케이스 'Torrent Nano'(토렌트 나노)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므로 작은 PC를 선호하는 이들은 이쪽도 기억해두면 좋다.

전면 패널에는 토렌트 시리즈 케이스의 특징인  Y형 통풍구가 보인다. 토렌트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급류를 의미하는데 프랙탈 디자인은 급류를 형상화시킨 디자인을 고안해 토렌트 시리즈 케이스에 개성을 부여했다. 탄탄한 금속으로 표현한 거센 물살이 강인한 느낌을 주고 독특해서 개성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제품 후면에는 타공망 형태로 통풍구가 있다. 확장 슬롯 브래킷도 타공망으로 뚫려 있어서 내부 열기를 배출하기 용이하다. 기본 장착된 쿨링 팬은 없지만 120mm 쿨링 팬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양쪽 측면 패널은 강화유리 재질이지만 어둡게 틴팅(tinting) 처리가 되어서 내부가 잘 보이는 편은 아니다. 강화유리 패널 상단과 케이스 본체에 있는 결합부가 맞물려서 고정되는 방식이므로 맨손으로 분리 · 결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미들타워 케이스이므로 미니 ITX부터 E-ATX까지 다양한 규격의 메인보드를 장착 가능하고, 그래픽카드는 최대 길이 330mm인 제품까지 호환된다. 전면에 장착된 쿨링 팬을 분리하면 장착 가능한 그래픽카드 길이는 368mm로 늘어난다. CPU 쿨러는 높이 174mm인 제품까지 장착할 수 있다.

전면 패널 뒤쪽에는 먼지 필터가 부착되어 있으므로 케이스 내부로 먼지가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기적으로 먼지 필터를 분리해서 진공청소기나 먼지떨이로 청소하면 된다.

케이스 하단에도 통풍구와 먼지 필터가 있다. 먼지 필터는 전면 패널을 분리한 다음 빼낼 수 있다.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은 전면에 180mm 쿨링 팬 'Dynamic X2 GP-18 PWM'(이하 다이나믹 X2 GP-18) 2개가 장착되었다. 보통 미들타워 케이스는 120mm 또는 140mm 쿨링 팬 여러 개가 전면, 후면, 상단에 배치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쿨링 팬 회전 속도는 최대 1200RPM(분당 회전수)이어서 일반적인 120 · 140mm 쿨링 팬(최대 2000RPM 내외)보다 느리지만 날개가 훨씬 크기 때문에 풍량은 더 많다. 최소 44.9CFM(분당 큐빅피트), 최대 153.7CFM으로 풍량을 제공하는데 이는 일부 고급형 모델을 제외한 대다수 120 · 140mm 쿨링 팬보다 2배 정도 되는 수준이다.

다이나믹 X2 GP-18은 분리해서 케이스 하단에 장착할 수도 있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서 케이스 받침대를 분리하고 먼지 필터를 빼내면 쿨링 팬을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기본 제공되는 나사를 이용해서 쿨링 팬을 고정하면 된다.

물론 전면 쿨링 팬 2개를 그대로 둔 채 사용자가 다른 쿨링 팬을 하단에 추가해도 된다. 120 · 140mm 쿨링 팬도 호환되므로 다양한 쿨링 팬을 선택할 수 있다. 규격과 상관 없이 하단에는 쿨링 팬을 2개까지 장착 가능하다.

쿨링 팬 대신 일체형 CPU 수랭 쿨러용 라디에이터를 장착해도 되는데 최대 280mm 규격까지 호환된다. 전면에는 최대 360mm 규격까지 장착할 수 있고 후면에는 120mm 규격 라디에이터만 장착할 수 있다.

다만 케이스 하단에 쿨링 팬이나 라디에이터를 장착하는 경우 메인보드와 장착 공간이 일부 겹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은 유념해야 한다. m-ATX와 미니 ITX 메인보드만 간섭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120 · 140mm 쿨링 팬을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 전면에 장착하고 싶은 경우에는 기본 제공되는 ‘토렌트 팬 브래킷’(Torrent Fan Brackets)을 사용하면 된다.

다이나믹 X2 GP-18을 분리하고 나면 전면 패널에 보이는 홈에 맞춰서 토렌트 팬 브래킷을 끼운 후 나사로 고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쿨링 팬을 조립하면 된다.

참고로 120mm 쿨링 팬과 140mm 쿨링 팬 장착 시 고정하는 위치가 다른데 전면 패널 홈에 작게 120과 140이라고 숫자가 적혀 있어서 간단하게 분간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파워 서플라이 장착부가 케이스 상단에 있다. 파워 서플라이가 상단에 있으면 다른 하드웨어들이 내뿜는 열기가 그쪽으로 유입되어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근래에는 대다수 PC 케이스의 파워 서플라이 장착부가 하단에 있어서 이례적이다.

물론 프랙탈 디자인도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전면에 장착된 180mm 쿨링 팬의 넉넉한 풍량이다. 그 풍량으로 케이스 내부 열기를 빠르게 밖으로 배출시키고 파워 서플라이에 차가운 외부 공기를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파워 서플라이는 ATX 규격 제품이 호환된다. 기본 상태에서는 최대 길이 174mm인 제품까지 장착할 수 있는데 3.5인치 드라이브 브래킷을 앞쪽으로 옮기거나 분리하면 장착 가능한 길이는 224mm로 늘어난다.

파워 서플라이를 장착해도 여유 공간이 있는데 이쪽으로 사용하지 않는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이나 다른 케이블을 모아두고 벨크로 스트랩으로 묶으면 케이스 내부 정리가 간편해진다.

벨크로 스트랩은 파워 서플라이 장착부 아래쪽에도 있다.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과 SATA 케이블, 상단 I/O 패널 케이블 등 여러 가지 케이블을 한 곳에 뭉치지 않게 정리할 수 있다.

벨크로 스트랩 하단에는 2.5인치 드라이브 브래킷이 3개 있는데 2.5인치 SSD나 HDD를 장착 가능하다. 파워 서플라이 장착부에 있는 3.5인치 드라이브 브래킷에도 2.5인치 SSD · HDD를 장착할 수 있다.

케이스 전면과 가까운 위치에는 ‘넥서스 9P 슬림 팬 허브’(Nexus 9P Slim Fan Hub)도 있다. 4핀 PWM 커넥터가 9개나 있어서 메인보드에 커넥터가 부족해서 쿨링 팬을 연결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한다.

FAN3와 FAN4 사이에 있는 'GND/12V' 커넥터는 넥서스 9P 슬림 팬 허브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있다. 연결된 케이블 끝 부분이 SATA 전원 커넥터인데 거기에 파워 서플라이의 SATA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바로 아래에 보이는 'PWM/RPM' 커넥터는 메인보드의 4핀 PWM 커넥터와 연결해 다른 커넥터들을 활성화시킨다.

길이 250mm 이상, 무게 1kg 이상인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그래픽카드 지지대를 이용하면 좋다. 금속 재질 지지대와 고무 재질 패드 1개, 핸드 스크류 3개로 구성되는데 위 사진처럼 메인보드 두 곳에 장착할 수 있다.

수직으로 124mm 범위 내에서 이동할 수 있고, 수평으로는 40mm 범위 내에서 이동할 수 있어서 그래픽카드 크기나 장착 위치에 따라 지지대를 알맞게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

케이스 상단에는 전원 버튼과 외부 기기 연결용 인터페이스가 있다. 전원 버튼 좌우에 USB 3.0 타입A 포트가 하나씩 있고 그 오른쪽에는 USB 3.1 Gen2 타입C 포트가 있다. USB 3.1 Gen2 타입C 포트는 USB 3.0 포트보다 대역폭이 2배(10Gbps)이므로 외장 SSD를 연결하면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은 재시작(reset) 버튼이고 가장 왼쪽에는 3.5mm 헤드폰 포트와 마이크 포트가 있다.

PC 조립을 마치고 나면 케이스 후면에 있는 메인보드 입출력 포트에 여러 가지 케이블을 연결할 텐데 벨크로 스트랩을 이용하면 케이블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편의 기능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이 급류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쿨링 성능 면에서도 우수한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 시스템을 케이스에 조립한 후 온도를 측정해보았다.

테스트 시스템 제원은 아래와 같다.

PC 온도는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측정했다. 케이스 외부에서 가장 온도가 뜨겁게 감지되는 그래픽카드 슬롯 통풍구 온도를 시스템 유휴 상태와 최대 부하 상태에서 쟀다.

유휴 상태에서는 윈도우 화면으로 진입한 후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았고,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3DMark(타임 스파이 울트라)와 Prime95를 동시에 실행해 그래픽카드와 CPU 사용률을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30분 이상 유지했다.

측정 결과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에 장착된 그래픽카드 슬롯 부분 온도는 유휴 상태에서 25℃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53℃ 내외로 나왔다.

비교 대상으로는 120mm 쿨링 팬이 총 6개(전면 2개, 후면 1개, 상단 3개) 장착된 미들타워 케이스를 사용했다. 파워 서플라이는 하단에 장착하는 구조이다.

비교용 미들타워 케이스에서는 그래픽카드 슬롯 부분 온도가 유휴 상태에서 28℃ 내외, 최대 부하 상태에서 59℃ 내외로 측정되었다. 즉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에 시스템을 조립한 경우 그래픽카드 온도가 최대 5℃ 정도 낮은 것이다.

PC 케이스 외부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온도를 잴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GPU-Z 유틸리티로 GPU(그래픽카드) 온도, AMD 라이젠 마스터(Ryzen Master)로 CPU 온도를 측정해보았다.

우선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에 조립한 시스템은 유휴 상태에서 GPU 온도 30℃ 내외, CPU 온도 30℃ 내외를 기록했다. 그리고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GPU 온도 70℃ 내외, CPU 온도 64℃ 내외로 나왔다.

비교용 미들타워 케이스에 조립한 시스템은 유휴 상태에서 GPU 온도 30℃ 내외, CPU 온도 30℃ 내외였고 최대 부하 상태에서는 GPU 온도 72℃ 내외, CPU 온도 75℃ 내외로 나왔다.

결과를 종합하면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 케이스에 조립한 경우 GPU 온도는 2℃ 가량 낮았고, CPU 온도는 10℃ 가까이 감소했다. 케이스 전면에 있는 180mm 쿨링 팬 2개가 CPU와 그래픽카드 쿨러 방열판에 많은 풍량을 제공하여 발열 해소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PC 케이스는 PC가 최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근간이다. 기본적으로 PC 하드웨어는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온도에 도달하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하게 되는데 케이스의 쿨링 기능을 이용해 그 약점을 보호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살펴본 토렌트 콤팩트 다크 TG 블랙은 프랙탈 디자인의 최신 기술로 쿨링 기능을 극대화시키므로 PC의 약점 보완에 딱 어울린다. 또한 쿨링 팬을 추가해서 쿨링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고, 조립 편의성도 우수하므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