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노나라에는 형벌을 받아 발뒤꿈치가 잘린 왕태라는 사람이 있었다. 왕태는 학덕이 높았고, 그의 제자들은 공자의 제자들만큼 많았다. 이에 공자의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많은 사람이 왕태를 따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에 공자가 말했다. “그건 그의 마음이 고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볼 수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봐야 한다” 즉 왕태의 마음이 고요하기에 많은 제자가 모였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장자 덕충부 편에 실린 공자의 ‘명경지수’ 이야기다. 즉 명경지수는 맑고 고요한 마음을 의미한다.

명경지수는 무협 만화 ‘기동무투전 G건담’에서는 분노에 몸을 맡기는 슈퍼 모드의 상위 경지로 소개된다. 슈퍼 모드는 분노 덕분에 전투력이 크게 상승한다. 반면 그 분노 때문에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은 마음의 번뇌망상이 멈추는 명경지수의 마음을 수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CPU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라이젠 7 5800X는 게임 성능이 아주 뛰어난 프로세서다. 기존 라이젠 5 5600X도 게임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는데, 거기서 2코어를 더 늘린 8코어기에 딱히 부족함이 없다. 게이밍 성능만 놓고 보면 사실상 상시 슈퍼 모드 상태라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기에 고성능에 비례하는 좋은 쿨러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그런 라이젠 7 5800X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았다. ‘에코 모드’다. 사실상 라이젠 7 5800X가 명경지수를 깨우쳤다고 볼 수 있다.

 

가성비가 더 좋아진 8코어 16스레드 게이밍 CPU, 라이젠 7 5800X

2020년 말 젠3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5000 시리즈가 등장했다. 기존 라이젠 프로세서가 가성비를 중시했다면, 라이젠 5000 시리즈는 성능마저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했다. 라이젠 5000 시리즈는 10세대,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보다 게임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된 뒤에는 가성비를 강화해 경쟁 중이다.

현 시점에서 라이젠 5000 시리즈의 게임 성능은 변함없이 뛰어난 편이다. 거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성능 게이밍 CPU를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라이젠 7 5800X는 TSMC 7nm FinFet 공정의 8코어 16스레드 프로세서다. 기본 클럭 3.8GHz, 최대 4.7GHz, 총 L2 캐시 4MB, 총 L3 캐시 32MB다. TDP는 105W다. 또한 쿨러는 포함되지 않아 따로 구매해서 설치해야 된다. 쿨러는 고성능 공랭 쿨러나 수랭 쿨러가 권장된다. 그래서 시스템 구성 시 쿨러 비용이 조금 높게 들어갈 수 있다.

 

사실 라이젠 7 5800X, B550 메인보드, DDR4 16GB 3200MHz(8GB x2) 정도로 시스템을 구성하면 비슷한 성능의 경쟁사 시스템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여기에 고성능 쿨러 비용을 더하면 시스템 구성 비용이 상승한다. 그렇다면 시스템 구성 비용을 낮추면서 라이젠 기반 8코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라이젠 7 5700X(TDP 65W)를 사용하거나, 혹은 라이젠 7 5800X에 에코 모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TDP를 낮출 수 있는 에코 모드

에코 모드는 라이젠 3000 시리즈 시절 처음 등장한 기술이다. 당시 AMD 라이젠 마스터 2.0을 통해 라이젠 3000(APU 제외) 시리즈에 적용할 수 있었다. 당시 에코 모드는 라이젠 3000 프로세서의 TDP를 한 단계씩 낮췄다. 105W 및 95W 프로세서는 65W로, 65W는 45W로 제한한다. 또한, 이에 맞춰 코어 클럭 및 전압을 자동으로 관리했다. PBO나 오버클럭 등의 기능은 비활성화된다.

이 에코 모드를 활용하면 프로세서 성능은 당연히 감소한다. 하지만 전력 소비량이 떨어지며, 이에 CPU 온도도 크게 감소한다. 당시 AMD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라이젠 9 3950X(TDP 105W)에 에코 모드를 적용해 TDP를 65W로 감소시킨 경우 전력 44% 감소, 온도 7도 냉각, 성능 23% 하락(시네벤치 기준)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라이젠 7 5800X에 에코 모드를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TDP 65W로 제한시킨다면? 이론상으로는 라이젠 7 5700X(TDP 65W)와 별반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러면 발열도 크게 줄일 수 있고, 쿨러도 가성비가 뛰어난 공랭 제품군을 사용해도 온도를 쾌적하게 관리할 수 있다. 바이오스로 진입해 에코 모드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

▲ 손쉽게 에코모드를 적용할 수 있다.
▲ 손쉽게 에코모드를 적용할 수 있다.

 

에코 모드 적용 후 성능은 어떨까

라이젠 7 5800X, ASUS TUF Gaming B550-PLUS, DDR4 16GB 3200MHz, 지포스 RTX 3080 Ti, PCCOOLER PALADIN 400 시스템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운영체제는 윈도우 11이다. 라이젠 7 5800X(에코 모드 적용 전), 라이젠 7 5800X(에코 모드 적용 후)의 결과를 모두 기재한다. 이외에 라이젠 7 5700X, 코어 i7-12700, 코어 i5-12600K의 결괏값도 함께 기재했다.

 

PRIME95

프라임95로 라이젠 7 5800X에 풀로드를 걸었다. 에코 모드 미적용 상태에서는 풀로드 시 90.5도로 확인된다. 반면 에코 모드 적용 상태에서는 풀로드 시에도 76.6도로 확인된다. 클럭은 에코 모드 미적용 시에는 4.76GHz, 에코 모드 적용 시에는 4.53GHz로 확인된다. 클럭 차이는 0.23GHz다.

▲ 에코 모드 미적용 시의 결과.
▲ 에코 모드 미적용 시의 결과.
▲ 에코 모드 적용 시의 결과.
▲ 에코 모드 적용 시의 결과.

 

게임

윈도우 11 기준이다. 로스트아크를 제외하고는 라이젠 7 5800X 시스템이 대부분 성능이 높게 확인됐다. 이는 라이젠 7 5800X에 에코 모드를 적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코어 i5-12600K나 코어 i7-12700보다 평균 프레임을 더 높게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의 희생으로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에코 모드를 적용한 라이젠 7 5800X은 게이밍 성능이 상당히 뛰어났다. 기본 상태의 라이젠 7 5800X와는 3~6프레임 정도가 차이나는 정도다. 그 정도로 성능은 소폭 감소했지만, 온도는 대폭 감소했다. 풀로드 상태 기준으로 에코 모드 미적용 시 최대 90.5도였지만, 에코 모드 적용 후 76.6도로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가성비가 뛰어난 팔라딘 400 공랭 쿨러를 사용한 결과다. 이 정도면 라이젠 7 5800X에 에코 모드 상태는 상당히 쓸 만하다. 심지어 게임에서는 에코 모드 적용 후에도 코어 i5-12600K나 코어 i7-12700보다 대부분 더 나았다. 에코 모드가 적용되더라도 변함없이 훌륭한 최상위권 게이밍 프로세서다. 가성비가 뛰어난 8코어 게이밍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라이젠 7 5800X에 에코 모드를 적용하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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