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나 콘솔(게임기)로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람이라면 게이밍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 모니터보다 수준이 높은 응답 속도와 화면주사율을 무기로 삼아 한결 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게이밍 모니터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화면 크기다. 모니터라는 특성상 일부를 제외하면 대형 제품도 화면 크기는 32인치 이하여서 넓은 화면을 보며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은 채우기 힘들다.

그런 소비자들을 겨냥한 기업들이 게이밍 모니터와 사양이 유사한 대형 TV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100인치 이상부터는 초고가의 제품들 뿐이어서 거대한 화면을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벤큐(BenQ)는 근래에 ‘게이밍 프로젝터’를 출시하고 있다. 기존 프로젝터들과 달리 게임 화면을 최적의 화질로 보여주는 데 특화시켰고, 영사막만 갖추고 있으면 웬만한 TV보다 깨끗한 화질로 100인치 이상 화면을 체감할 수 있으니 유용하다.

이번 기사에서 살펴볼 ‘벤큐 X3000i’는 게이머를 매료시킬 만한 기술이 다수 적용된 최신 게이밍 프로젝터이다.

벤큐 X3000i는 디지털 방식으로 광원을 처리하는 DLP(Digital Light Processing) 프로젝터이다. 스포츠처럼 인물과 사물이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에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어서 게임 화면을 투사하는 용도로도 적합하다.

그리고 색 영역은 미국 영화 업계에서 디지털 영사기용으로 사용하는 DCI-P3 기준으로 100%를 지원하므로 sRGB 색 영역까지만 지원하는 프로젝터보다 더 많은 색상을 화면에 표현 가능하다.

밝기는 3000안시 루멘(ANSI lumens)을 지원하므로 실내에서 조명을 켠 상태에서도 프로젝터 화면을 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명암비는 500,000:1을 지원해 밝은 곳이든 어두운 곳이든 색상이 정확하게 구현된다.

투사할 수 있는 화면 크기는 60인치부터 200인치까지이다. 그보다 작거나 크게 투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선명한 화질이 보장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00인치 화면을 투사하려면 벤큐 X3000i와 영사막 사이의 거리가 약 2.5m 떨어져 있어야 한다.

최근 게임이나 영화를 고화질로 즐길 때 필요한 HDR(High-Dynamic Range) 기술은 ‘HDR10’과 ‘HLG’(Hybrid Log Gamma, 하이브리드 로그 감마) 방식 두 가지로 활용 가능하다. 그리고 밝은 풍경과 어두운 풍경 사이에서 미세한 변화를 세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벤큐 HDR-PRO’ 기술도 지원한다.

해상도는 VGA(640x480)부터 4K(3840x2160) 사이에서 설정할 수 있다. FHD(1920x1080) 해상도에서는 화면주사율을 240Hz(헤르츠)까지 조정 가능하고 그 상태에서 응답 속도는 4.16ms(밀리세컨드, 천 분의 일 초)가 되어서 웬만한 게이밍 모니터 못지 않은 성능을 제공한다.

참고로 응답 속도는 FHD 해상도에서 화면주사율 120Hz인 경우 8ms, 4K 해상도에서 화면주사율 60Hz인 경우 16ms이다. 즉 화면주사율이 높을수록 응답 속도가 빨라진다.

제품 측면에는 전원 버튼과 외부 입력 선택 버튼, 프로젝터 메뉴 관련 버튼들과 렌즈 줌 다이얼, 렌즈 초점 다이얼이 있다. 줌 다이얼을 이용하면 프로젝터 화면 크기를 최대 1.3배까지 늘릴 수 있으니 영사막과 거리를 더 벌리기 곤란한 상황에서 화면 크기를 키우고 싶을 때 도움이 된다.

리모컨도 기본 제공된다. 일일이 프로젝터 본체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은 번거롭고, 누를 때 프로젝터가 밀려나면서 화면 위치가 틀어질 수 있으니 리모컨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한편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TV 기능도 제공하는데 리모컨 중간에 마이크 그림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구글 음성 명령도 이용 가능하다. 아래에서 따로 설명하겠다.

버튼과 다이얼이 있는 측면 반대편에는 통풍구만 있는데 여기로 프로젝터 내부 열기가 배출된다. 열기가 매우 뜨거우므로 이쪽 통풍구 부근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고 일정한 공간을 비워두는 것이 안전하다.

후면에는 HDMI(버전 2.0b) 포트 2개, 12V 트리거(TRIGGER) 포트, USB 2.0(타입A) 포트, S/PDIF 오디오 출력 포트, RS-232 포트, 3.5mm 오디오 출력 포트가 있다.

후면 중앙에 보이는 작은 구멍 여러 개는 단순한 통풍구가 아니라 내부에 장착된 스피커의 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균형 있게 지원하는 5W 출력 스피커 2개로 스테레오 사운드, 그리고 3D 서라운드(Surround)를 제공해 대부분의 상황에 무난한 음질이 보장된다.

프로젝터 화면 위치를 영사막에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각도 조절도 필요한데 그럴 때는 제품 하단에 있는 받침대 높이를 조절하면 된다.

벤큐 X3000i를 일반적인 책상 높이가 아니라 천장에 가까운 높이에 두고 쓰는 경우에는 기본 장착된 받침대 대신 추가 받침대를 이용해야 화면 위치를 맞출 수 있다. 추가 받침대는 기본 제공되며 제품 후면 하단에 나사로 고정해서 쓸 수 있다.

프로젝터 높이 조절로 어느 정도 화면 위치를 맞췄다면 그 다음에는 ‘2D 키스톤’ 기능을 이용해서 미세한 뒤틀림을 맞추면 된다. 프로젝터 디스플레이 메뉴에서 테스트 패턴을 띄워놓고 보면 더 쉽게 맞출 수 있다.

벤큐 X3000i의 화면이 게임용으로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기 위해 게임 ‘엘든 링’을 실행한 상태에서 27인치 모니터와 비교해보았다. 90인치 영사막에 프로젝터 화면을 투사했는데 모니터 못지 않게 선명한 화질을 보여주었고, 거대한 화면 속에서 캐릭터들이 큼직하게 보여서 더 높은 몰입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어서 게임 세 가지를 실행하여 벤큐 X3000i의 화질을 확인해 보았다. 해상도는 4K이고 프로젝터 설정을 따로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실행했다.

레이싱 게임인 ‘포르자 호라이즌 5’와 액션 RPG인 엘든 링, FPS 게임인 ‘헤일로 인피니트’ 모두 큼직한 90인치 화면에서 모니터와 큰 차이가 없는 화질로 속도감, 박진감을 느끼며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했다.

화면주사율 240Hz를 적용하는 경우 이점이 있는지도 확인하기 위해 화면주사율을 60Hz까지 지원하는 모니터와 게임 화면을 비교해 보았다. 게임은 FPS 게임 ‘오버워치’를 이용했다.

참고로 화면주사율 240Hz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게임 프레임도 240FPS(초당 프레임) 이상을 유지해야 하므로 고성능 CPU와 그래픽카드는 필수이다. 맨즈랩 테스트 시스템에는 ‘AMD 라이젠 9 5900X’와 ‘NVIDIA 지포스 RTX 3070 FE(파운더스 에디션)’가 사용되었다.

테스트는 디스플레이 복제 모드로 벤큐 X3000i와 60Hz 모니터에 동일한 화면을 표시하도록 설정한 다음 아이폰 SE 2세대로 게임 리플레이 화면을 슬로모션(240FPS, 720p) 촬영하여 그 동영상을 실시간 비교하는 식으로 했다. 오버워치 그래픽 옵션에서는 FPS 최대치를 240FPS로 고정시켰다.

동영상 재생 속도를 25%로 줄인 상태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벤큐 X3000i 화면에서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더 부드럽고 화면 끊김 현상은 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벤큐 X3000i는 화면주사율이 높은 만큼 테스트 시스템에서 입력되는 게임 영상을 제때 처리할 수 있지만 60Hz 모니터는 25%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프레임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면주사율 때문에 게이밍 모니터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벤큐 X3000i의 높은 화면주사율은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갈 수 있다.

벤큐 X3000i는 더 선명한 화질을 제공하기 위한 여섯 가지 ‘이미지 모드’를 지원한다. 리모컨으로 벤큐 X3000i 메뉴 화면을 불러오면 첫 번째 항목 ‘이미지’에서 찾을 수 있다.

‘Bright’(브라이트) 모드는 프로젝터 밝기를 극대화시켜서 밝은 곳에서 화면을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주며, ‘Living Room’(리빙 룸) 모드는 조명이 다소 어두운 곳에 맞춰서 채도 · 색상 · 선명도 · 밝기를 조정해준다.

‘Game’(게임) 모드는 화질을 게임 환경에 최적화시켜주고 ‘Sports’(스포츠) 모드는 밝은 실내에서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적합하게 해준다. ‘Cinema’(시네마) 모드는 어두운 곳에서 색상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대비를 깊게 하여 영화 감상 시 몰입감을 높여준다. ‘User’(유저) 모드는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한 수치를 기반으로 화질을 맞춘다.

참고로 Game 모드로 설정한 경우에는 ‘게임 설정’ 항목에서 또 다른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게임 시 어두운 곳에 숨은 캐릭터를 식별하기 쉽고 입체감 있는 서라운드 사운드를 제공하는 ‘FPS’(1인칭 슈팅) 모드, 웅장한 사운드 효과로 게임 시 영화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RPG’(롤플레잉 게임) 모드, 생방송과 비슷한 색상과 음향을 제공하는 ‘SPG’(스포츠 게임) 모드 등이다.

게임 엘든 링을 실행한 상태에서 여섯 가지 이미지 모드를 순서대로 적용해 보았다. Game 모드와 Sports 모드에서 화질이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어두운 환경이기 때문에 Bright 모드에서는 전반적인 화질이 어색하게 보였다. 환경이나 콘텐츠를 변경한다면 다른 이미지 모드도 충분히 좋은 화질을 보여줄 수 있다.

한편 프로젝터와 연결된 기기에서 HDR이 적용된 상태라면 이미지 모드는 앞서 소개한 여섯 가지 대신 ‘HDR10’과 ‘HDR Game’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 HDR10모드는 영화나 동영상 재생 시 좋은 화질을 보여주고, HDR Game 모드는 게임 화면에 더 최적화된 화질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벤큐 X3000i는 내부에 안드로이드 TV 동글(dongle)인 ‘벤큐 QS01’을 장착할 수 있다.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되며 이를 통해 벤큐 X3000i는 다른 기기 없이 단독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벤큐 QS01은 안드로이드 10.0 운영체제가 설치되었고 블루투스 4.2와 IEEE 802.11a/b/g/n/ac 표준으로 듀얼 밴드(2.4GHz · 5GHz)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한다.

프로젝터 전원을 켜면 안드로이드 TV 기본 화면이 나오는데 리모컨으로 원하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 제품을 켰을 때는 설치된 앱이 별로 없으므로 우선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설정으로 들어가 와이파이 연결을 한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안드로이드 TV용 앱을 설치하면 된다. 유튜브와 왓챠, 웨이브, 티빙, 디즈니+ 등 대다수 사람들이 선호하는 앱이 다수 있다.

한편 리모컨은 터치 입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앱에서 무언가 검색할 때 문자 입력이 불편한데 그럴 때는 구글 음성 명령을 이용하면 된다. 리모컨에 있는 마이크 그림이 있는 버튼을 누르고 한국어로 단어를 말하면 된다.

직접 음성 명령을 사용해 유튜브 앱 내에서 키워드 검색을 해본 다음 웨이브 앱 실행 및 콘텐츠 검색을 해보았는데 별다른 문제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벤큐 X3000i를 살펴보았다. 최대 200인치까지 프로젝터 화면 투사가 가능하고 4K 60Hz 또는 FHD 240Hz를 지원해 게임에 따라 최적의 상태로 맞춰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내장 스피커는 다양한 음역대로 소리를 출력할 수 있어서 별도로 스피커를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게임 몰입감을 높여준다.

물론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나 유튜브 동영상을 감상하는 용도로도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안드로이드 TV 기능을 지원해 프로젝터 단독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니 나만의 영화관을 집에 꾸리고 싶은 경우에도 딱 어울린다.

현재 게이밍 모니터나 TV만으로 만족스러운 게임 환경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벤큐 X3000i로 새로운 기쁨을 체감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