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끈 이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지능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을 통해서 지능 검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능 검사는 웩슬러형 지능 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2세 유아부터 69세 성인까지 표본 집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금껏 개인의 지적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여전히 지능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웩슬러 지능 검사는 개인의 전반적인 지적 능력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지능지수를 산출하고자 제작된 표준화된 검사로, 현재로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바 있습니다.

웩슬러 지능검사는 유아용 검사 도구인 윕시(WPSSI), 아동용 검사 도구인 위스크(WISC), 성인용 검사 도구인 웨이즈(WAIS)로 구성됩니다. 이 글에서는 아동용 최신 버전인 WISC-V를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능 검사 실시 방법

지능 검사는 약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가량 소요되는 제법 복잡하고 긴 검사입니다. 필수적인 소검사만 실시하더라도 총 10개를 실시하며, 필요에 따라 보충 검사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지능 검사 실시 방법은 평가자가 지시를 하면 아이가 그에 대한 언어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검사 도구를 조작해 결과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때문에 지능 검사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시력, 청력, 운동 능력에 손상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일부 영역에 장애가 있다면 가능한 소검사만 실시하고, 전문가가 이를 감안해 검사 결과를 해석해 주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지능검사에서 측정하는 영역은 크게 [언어 능력], [시지각적 분석 능력], [시지각적 문제해결력], [주의집중 및 작업기억력], [정보처리 속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언어 능력은 언어를 사용해 추상적인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이나 경험적으로 누적된 어휘 양을 평가하며, 시지각적 분석 능력은 시각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평가합니다.

시지각적 문제 해결력은 이러한 분석 능력에 더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하며, 주의 집중 및 작업기억력은 청각 자료와 시각자료를 활용한 기초적인 학습 능력을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보처리 속도는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소검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과제를 통해 전반적이고 총제적인 지적 능력을 평가하며, 결과들을 취합해 전체지능지수를 산출합니다.

 

장애와 지능지수

발달상 문제로 지능이 낮은 아이들은 소검사 전반에서 저조한 수행을 보입니다. 중등도 이상의 지능 문제가 있는 경우 사실상 지시문을 이해하지 못해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도의 지능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문제는 어느 정도 처리하지만 난이도가 높아지는 문항부터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또 학습장애 아이들의 경우 지능은 대체로 평범한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니고 있는 지적 자원 자체에 뚜렷한 문제가 없음에도 정규 교육 과정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습장애 진단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ADHD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특정 장애 진단을 받는 아이들은 서로 상이한 지능 수준을 보입니다. 장애가 지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같은 장애를 진단받더라도 지니고 있는 지적 수준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다만 장애의 정도가 극심할수록 지적인 자원도 빈약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이기는 합니다.

이와 함께 우울, 불안과 같이 정서적인 문제가 극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인지적인 효율이 저하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언어적 능력이나 시지각적 문제 해결력은 또래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주의력, 작업 기억, 정보 처리 속도 등 정신적인 노력을 발휘하고 유지하는 능력의 일시적인 손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이 경우 지니고 있는 자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아이 스스로도 집중이 잘되지 않고 혼란스러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전체지능지수와 소검사 점수

산출된 지능 지수도 중요하지만 각 소검사에서 어느 정도의 수행을 보였고, 그것이 전체 지능 지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지능지수가 높게 산출되었어도 소검사간 수행 편차가 크다면 지적 자원을 통합적으로 발휘하는 데 제한점을 보이기 마련이고, 때로는 하나의 소검사에서만 좋은 수행을 보여서 전체 지능 지수를 끌어올리게 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능 지수가 낮더라도 일부 소검사의 영향으로 인해 전체적인 지적 수준이 저평가 되는 경우도 있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검사간 큰 편차는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검사 수행 양상을 통해 아이의 인지적인 강점이나 약점을 평가해 적절한 학습 및 치료적 개입을 계획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 소검사의 수행 양상은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지능 검사는 구조화되어 환경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되는 검사이기 때문에 1:1로 실시해야 합니다. 학교나 학원 등에서 집단으로 실시하는 검사 결과는 정확한 지능지수를 산출하기 어려워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고, 보다 정확한 지능 지수와 소검사 수행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상담 센터 등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