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밥 좀 먹자! #68]
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방학이 되면서 딸은 다시 예전처럼 밥 먹는 데 한 시간씩 걸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방학을 한 동생과 끊임없이 장난치고 떠들며 밥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딸에, 나는 다시 ‘빨리빨리’를 외치며 채근하는 엄마가 되고 있었다.

똑같이 장난치고 까불어도 씹어가며, 먹어가면서 하는 둘째와 달리 첫째 딸은 정말 떠들고 장난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밥도 반찬도 전혀 줄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엄마로서 개입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된다. 잔소리 듣는 아이도 싫겠지만 자꾸 싫은 소리 해가며 밥 먹어라, 빨리 먹어라 채근해야 하는 나 역시 이 상황이 편치 않다. 

 

아이도 8살이 넘으면서 조금씩 아는 것 같다.

친구들과 비교해 동생처럼 보이는 몸집의 자신을, 옷을 사러 가면 나이를 물어보는 질문에 엄마가 늘 ‘8살인데 많이 작아요’라며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이유를,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6, 7살 동생들이 웬만하면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큰 상황들을 아이도 조금씩 인지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아이 스스로 식사 태도에 변화를 끌어낼 만큼의 동기부여는 되지 못하는 듯하다. 8살이고 초등학생이라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리니까.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막상 세월아 네월아 몸을 배배 꼬면서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본인도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 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하는 야속한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30분은 고사하고, 1시간 넘게까지 식사 시간이 늘어지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정말 다양한 회유와 딜, 그리고 각종 협박성(?) 발언이 식탁을 오간다. 

나도 안다.

각종 육아서를 남들 못지않게 섭렵했기에 이런 류의 말, 행동들이 육아에서 ‘지양’돼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나도 아이가 밥을 깨작대면 ‘네가 지금은 별로 먹고 싶지 않나 보구나’라며 따뜻하게 공감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엄마이고 싶다.

하지만 8살임에도 6, 7살처럼 보이는 작고 마른 아이가 밥을 깨작대는 모습 앞에선 ‘그런 건 모르겠고, 일단 어떻게든 먹이자’는 생각만이 앞서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태도일진 모르겠다. 나 역시 매우 자주 이런 내가 싫지만 그래도 또 포기가 되지 않아 마음이 괴로울 때가 많다.

학기 중에 딸이 가족을 소개하는 글을 써온 걸 봤는데 엄마에 대한 소개 중에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칸을 채우기 위해 쓴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읽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자신에게 이것저것 해먹이려고 노력한다는 걸 이 아이도 아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엄마가 자꾸 빨리 먹어라, 한 번만 더 먹어라 채근하는 게 비록 듣기는 싫더라도 자신의 이빨이 썩을까 봐 혹은 먹고 빨리 더 자라라는 엄마의 진심에서 비롯됐다는 것까지도 아이는 다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나도 식사 시간에 자꾸 채근하는 엄마이고 싶지 않다. 그러지 말아야지, 늘 되뇌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또 생각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니 너도, 아주 조금씩만 노력을 해주겠니? 식사 시간이 1시간이 넘어가지 않도록, 동생과 떠드느라 입안에 음식 씹는 걸 잊지 않도록. 자꾸자꾸 실패해도 다음에도 또 기억하고 노력해 준다면 언젠가 우리 둘의 노력이 맞닿는 날이 올 거라고 엄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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