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해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전에는 잘 놀아주던 동생을 갑자기 밀친다거나 안 하던 소변 실수를 한다거나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예의 없이 구는 것 같이 말입니다.

잘못된 행동인 걸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굴고, 슬쩍 눈치를 보면서도 그렇게 하고야 마는 모습을 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불쑥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감정이 가라앉으면 ‘아이가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갑자기 왜 그럴까’,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많은 경우 이 정도의 돌발 행동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일시적으로나마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으니 한동안 유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의 돌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돌발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우선 아이의 행동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상하게 여기는 그 행동이 아이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이상하게 느껴질까요? 

어른들은 긴 시간 동안 사회 속에서 살아오면서 관습적인 행동에 아주 익숙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와 다른 행동은 이상 행동으로 여기고, 이상 행동에 큰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 사회 속에 살아온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 어른들로부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잘못된 행동을 막연하게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이상하게 느껴질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질지라도 아이의 시각에서는 그저 사소한 일탈과 같은 행동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작은 실수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됐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사소한 일탈 행동에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고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발달적 위치를 이해하기

유아기 아이들은 발달 과정 중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유아기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는 시기로 아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변화는 항상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동반하게 되는데 발달 과정에서 겪게 되는 변화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들은 개방적이어서 주변의 좋은 자원을 잘 흡수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협적인 자극에 대한 취약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가 보기에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일지라도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큰 위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즉 동생이 태어나거나 엄마와 아빠가 크게 다투거나 유치원을 옮기거나 이사를 하는 등 일상적이지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요인들은 주변에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든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불안 상태에 놓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취약한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환경의 영향으로 일시적인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 수 있으며, 이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취약성과 동시에 회복에 대한 훌륭한 탄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이상 행동의 개념 이해하기

이상 행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됩니다. 우리가 정해 놓은 사회적인 규준을 벗어나는 행동을 이상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고, 통계적인 규준을 벗어나는 행동도 이상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또는 주관적인 고통감이 뚜렷하거나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도 이상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막 사회적인 규범을 배우는 시기이기에 이를 벗어나는 행동을 자주 보일 수 있으며, 스스로 주관적인 불편함을 표현하는 데도 서툰 면이 있습니다. 이에 아이에게서 표면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두고 이상 행동에 대해 평가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아이의 일상 생활 적응 수준을 기준으로 이상 행동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합니다. 아이들이 제 연령에 해야 하는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면 이상 행동의 징후로 보는 것이죠.

즉 먹고, 자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유치원에 다녀오는 등 일상적인 일들을 평소처럼 잘 하고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이러한 일상 생활에서 기능이 무너지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다면 정신과적인 문제로 의심하기보다는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 행동으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 알아차리기

 

그렇다고 아이의 돌발 행동을 모두 가벼이 여기고 넘어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때는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주 돌발 행동을 보이며, 이러한 행동은 주변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이때 보호자는 과민반응하지 않되 아이에게 어떤 요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피고 환경적인 변화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만약 같은 행동이 긴 시간 동안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해진다고 판단하는 경우, 또는 일상 생활 기능을 방해하기 시작한다면 더 이상 돌발 행동이 아닌 정신과적인 문제 행동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에게 사회적인 규범에 대해 안내하기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는 데만 초점을 두지 말고,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아이는 그 행동이 그렇게까지 주목받아야 하는 행동인지 모르거나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이 주변 사람에게는 어떤 피해를 주고,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규칙인지 알려줘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수정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 ·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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