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은애

 

아이마다 같은 성격이 없듯이 나의 경우 두 아이 중 첫째 아이가 유독 불안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수줍음이 많을까?”, “적응하는 데 왜 이토록 오래 걸릴까?”와 같은 고민을 했고 아이를 채근하기도 했다. 그 후 기질 및 성격 검사, 즉 TCI를 한 후 아이의 본래 기질에 대해 알고 나니 아이 자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검사 결과를 살펴보니 아이는 예상처럼 기질적으로 위험 회피도가 높았다. 이는 행동 억제 기질이 높은 편인데 이 경우 불안장애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한다. 다른 기질 척도보다 유독 위험 회피가 높다면 아이가 행동할 때 기질의 영향을 받아 불안도가 높아 보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나와 같이 불안함이 많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내가 배운 몇 가지 방법을 공유하려고 한다.

 

불안함이 높은 아이 혹시 행동 억제 기질?

기질 중, 행동 억제 기질(behavioral inhibition)의 아이는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환경을 접할 때 회피하고 공포를 느끼고 위축되기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 기질이 높은 경우에는 사회적 행동에 제약을 받기도 하고 자기 표현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정서 표현 갈등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 7~12세 사이 초등학생 때는 유대감을 느끼고 사회적 관계를 넓혀 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사회 불안이 높으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나서서 무언가를 할 때 주저하고 미리 걱정을 하거나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후천적인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어

다만 기질이 그렇다 하더라도 후천적인 영향이나 본인의 삶에 적응하는 방식에 따라 기질 영향력은 달라질 수 있다. 행동 억제 기질이 높은 아이라고 해도 모두 불안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듯 ‘환경적인 요인’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와 교사 등 주변 인물로부터 지지를 받고 불안이나 좌절을 극복하는 경험을 하다 보면 회피하거나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정도도 줄어들 것이다.

아이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과보호하거나 지나치게 허용하는 것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험 회피 기질을 가진 아이가 지지와 격려가 부족한 환경에서 양육되면 위협 자극-반응과 관련된 부정적인 기억만 축적되어 자동적으로 회피 반응이 나타나면서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또한 행동 억제 기질이 낮은 집단과 행동 억제 기질이 높은 집단을 두고 살펴본 결과 행동 억제 기질이 낮은 집단은 양육자의 과잉 간섭 정도가 사회 불안 수준에 큰 영향을 보이지 않는 반면 행동 억제 기질이 높은, 즉 위험 회피도가 높은 집단은 양육자의 과잉 간섭이 높을수록 사회불안 수준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부모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지와 격려를 해줌으로써 사회 불안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에서는 간단하게 ‘놀이’를 통해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을 털어내고 표현하도록 도울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과 불안을 안전한 상징 놀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아이가 놀이를 통해 전하는 감정을 바라보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글 = 김은애

두 아이를 키우며 심리치료대학원에서 놀이 치료를 공부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육아 관련 네이버 포스트를 운영하며 육아 정보나 육아 관련 글들을 공유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