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은교(노원청아한의원 원장)

아이가 아토피를 앓고 있는데요. 아토피에 좋은 음식으로 관리를 잘 해주고 싶어도 워낙 편식이 심해서 챙겨주는 음식은 잘 먹지를 않습니다. 그나마도 간식만 먹으려 하구요. 편식하면서 잘 안 먹다보니 빼빼 말라서는 항상 피곤해하고 기운도 없고.. 그래서 아토피가 더 안 낫는 건가 싶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린 아토피 환자를 둔 부모님들이 빠지지 않고 물어보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토피가 있는 아이의 식습관 문제와 관리법’입니다.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의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아토피에 좋다는 음식을 먹이고 아이의 면역력을 끌어올려 하루 빨리 나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있는 어린 아이들은 편식하는 식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뜻대로 되지 않으니 부모님의 속은 타들어만 갑니다.

 

아토피에 편식하는 습관이 영향을 미칠까

성인이 되어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성인아토피 환자분들의 흔한 발생원인 중 하나가 바로 식습관과 그로 인한 소화기 문제인데 아이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편식하는 모든 아이들에게서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되는 편식으로 소화기능이 저하되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신체 다른 기관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아토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화 기능은 아토피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소 잘 먹고 겉으로 보기에 건강해 보여도 실은 편식 문제가 있는 아이

보통 편식을 하고 잘 먹지 않아 또래보다 성장이 더디거나 몸이 마른 아이의 부모님들이 아토피 치료 시 편식을 해서 몸이 약한 것을 걱정하시는데요. 의외로 ‘음식도 잘 먹고 건강하다’ 싶은 덩치가 좋은 아이들에게서 편식으로 인한 아토피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편식을 하면 살이 잘 붙지 않고 마른 체형이 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정 반대의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죠. 식욕은 좋지만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도만 높아 균형 잡힌 식사가 되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과자나 음료수, 고기 위주로만 끼니를 해결하면 과체중이 되면서 보기에는 덩치도 좋고 튼튼해 보여도 편식으로 인해 아토피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식습관·소화기 문제로 아토피가 시작된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

아토피는 주로 팔다리의 접히는 부분, 얼굴이나 목 등 열이 잘 모이는 부위에서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개인별 발생 원인에 따라 아토피가 시작되는 부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아토피가 시작된 부위는 아토피를 치료하기에 앞서 먼저 확인해 봐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만약 아이에게 편식 등 식습관과 그로 인한 소화기 문제가 원인이 되어 아토피가 발생했다면 얼굴과 목에서 아토피가 시작됐을 수 있습니다.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몸통 부위나 팔다리보다도 얼굴, 얼굴 중에서도 특히 입 주변과 볼에서 오돌토돌한 발진과 피부가 잘 붉어지면서 아토피 증상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앞쪽 목 특히 식도 지나가는 부위에서 아토피가 시작돼 얼굴로 퍼지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의 편식하는 식습관 · 소화불량 등 소화 기능 저하가 아토피 발생의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편식만 고치면 아토피가 나을까?

이렇게 아이의 아토피와 식습관 사이에 연결고리가 확인된다면 아토피 치료를 위해 반드시 식습관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식습관 개선에 앞서 ‘우리 아이는 왜 편식을 하게 됐을까?’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위장이나 소화기관이 약해져 있으며, 소위 말하는 비위가 약해진 상태가 되면 아이는 음식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임신한 여성이 입덧을 할 경우 음식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히고 입맛이 사라지곤 하죠? 같은 맥락입니다. 
비위가 약해져 있으면 비위를 상하게 만들 만한 냄새의 음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음식을 가리게 되고 식욕도 저하돼 편식을 하게 됩니다. 

과도한 긴장의 문제로 편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긴장이나 걱정을 많이 하는 아이, 이로 인해 우는 일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긴장이 잘 풀리지 않고 정신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커져 입맛이 없어지거나 먹어도 속에서 얹히는 느낌을 받게 돼 편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 이유로 편식을 하게 된 아이는 무조건 식습관을 고쳐주려고 시도하기 전에 편식을 하게 된 신체 원인을 치료해주거나 정서적인 부분을 먼저 관리해줘야 합니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편식하는 아이의 식습관 교정 돕는 방법 

편식하는 식습관이 우리 아이의 아토피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라면 편식하는 습관을 교정해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아토피 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치료가 완료된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식습관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식습관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성인과 달리 아이들의 편식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부모님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강요에 의한 식사는 오히려 아이의 거부감을 키울 수 있으니 아이가 왜 식습관을 교정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아이 스스로 노력하고 변화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습관 교정 돕는 3가지 방법

식습관 교정을 시도할 때는 아이가 밥을 먹는 과정을 즐겁게 느끼고 스스로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01 음식놀이
“가장 작은 시금치를 찾아볼까?”

아이들은 미각적 편식뿐만 아니라 시각적 편식을 합니다. 싫어하는 재료가 눈에 보이면 그때부터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비슷한 색깔이나 모양의 재료에도 거부감을 갖습니다. 아이에게 다양한 식재료를 먹이기 위해 아이가 싫어하는 재료를 몰래 넣고 음식을 만든 후 아이를 속여서 먹이려는 부모님들 많으시죠? 이는 아이가 눈치를 채면 그 부작용으로 거부 반응이 더욱 거세질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식재료에 친숙해지도록 한 후 스스로 섭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시금치나 당근과 같은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재료를 아주 작게 썰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형태로 만들면 아이의 거부감이 다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 후 싫어하는 재료를 바로 먹이려 하기보다 “이 중에서 가장 작은 시금치를 찾아볼까?”, “가장 예쁜 색깔의 당근을 찾아볼까?”라는 식으로 놀이의 도구처럼 만들어 주세요. 아이가 즐거운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식재료에 적응하고 친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거부반응이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식사시간을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게 되는 불편한 시간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시간처럼 여기게 되면서 싫어하던 음식을 스스로 먹어 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02 단계적 식사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야”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합니다. 때문에 처음 보는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한 번만 먹어보라고 강요하거나 계속 먹이려고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가 새로운 음식에 익숙해질 수 있게 단계적으로 도와주세요. 두려움을 없앤 후 스스로 먹어볼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음식들을 스스럼없이 먹을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것이죠.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다면 먼저 아이의 식사시간 전에 음식의 재료들을 보여주면서 앞서 설명한 음식놀이처럼 재료를 갖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냄새도 맡아보게 해주고, 살짝 핥아도 보고 씹어도 보는 등 재료에 친숙해지고 재료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식사시간에는 이미 친숙해지고 맛도 본 재료로 만든 음식이 궁금하도록 유도해 스스로 맛을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적응 과정을 거치고 맛을 보면서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 점차 새로운 음식에 친숙해지는 별도의 과정 없이 맛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03 공복 유지
간식을 줄이면 밥을 잘 먹는다

아이들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식사량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식사 시간 전에 간식으로 배가 차면 당연히 식사를 거부하고, 밥을 먹어도 배가 부르니 맛이 덜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 간식으로 먹는 단맛이 강한 과자나 음료수는 혀를 자극하기 때문에 달거나 자극적인 간식을 먹고 밥을 먹게 되면 당연히 밥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이같은 상황이 몇 번만 반복돼도 ‘밥은 맛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게 돼 식사를 거부하고 밥 대신 과자나 음료수를 더 먹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매끼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고 온전한 맛을 느끼면서 맛있게 밥을 먹도록 하려면 식사시간까지 되도록 공복을 유지하게 도와주세요. 만약 식사 전에 간식을 먹는다면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배가 차지 않을 정도의 양만 주는 것이 좋습니다. 

 

글 = 임은교(노원청아한의원 원장)

10여 년간 이어진 아토피습진을 이겨내고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의사가 됐다. 아토피습진 및 만성피부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의원의 원장으로 유아아토피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의 다양한 피부질환 칼럼을 블로그에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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