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미미, 김효선(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 센터)

 

Q. 아이가 소꿉놀이, 공구놀이 등 역할 놀이를 즐겨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같이 놀아줘야 하는데, 매일 반복되다 보니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도, 얼마나 놀아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역할놀이는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놀이입니다. 이 놀이를 부모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요. 부모와 아이가 모두 즐거운 역할놀이를 하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아이에게 역할놀이는 왜 중요할까요?

아이는 역할놀이를 통해 세상을 간접 경험합니다. 또한 사회적 기술 능력을 향상시키며, 상호작용 발달을 촉진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반하거나 소화되지 않았던 상황들을 놀이를 통해 풀어내면서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역할 놀이를 할 때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놀이에 발맞춰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의사가 되면 부모는 환자나 간호사가 됩니다. 가게놀이를 하면 아이는 사장, 부모는 손님 역할을 하지요.

 

역할 놀이할 때 기억해야 할 사항

그런데 역할놀이를 하고 있자면 부모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역할에 몰입해야 하는 건지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건지, 또 언제까지 해줘야 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아이와 역할 놀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좀 더 재미있고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요? 다음 네 가지를 기억해 주세요.

 

역할 놀이의 책임은 아이에게 있습니다

어떤 놀이든 부모와 아이가 놀이할 때 놀이의 책임자는 아이입니다. 역할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역할놀이를 할 때 많은 부모님이 아이의 놀이를 부모의 놀이처럼 주도하려고 합니다.

역할 놀이가 아이보다 세상을 오래 경험한 부모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놀이의 교육자가 되려고 하지요. 부모가 살고 있는 세상을 아이에게 모델링 해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부모의 욕구가 앞서는 것입니다.

역할 놀이를 할 때 아이는 아이가 경험한 세상을 놀이 안에서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부모는 그것을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이고요. 아이는 본인의 경험을 놀이 안에서 반복하고 자신의 세상을 주도적으로 표현하면서 자기 주도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럼 부모가 알고 있는 세상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때는 아이에게 힌트를 주시면 됩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지혜롭고 판단력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힌트를 잘 따라갑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이와 가게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아이(점원): 어서 오세요.

부모(손님): 안녕하세요.

아이: 손님. 주문하세요~.

부모: (힌트 주기) 메뉴판이 있을까요? 뭐가 맛있어요?

아이: 햄버거가 있습니다.

 

위의 예를 보면, 아이가 단순하게 주문을 하는 놀이로 시작했지만 부모가 '메뉴판'이라는 힌트를 주면 아이는 놀이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고 아이의 행동과 감정에 주목하세요

상담실에서 부모와 아이의 역할놀이를 관찰하다 보면 간혹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연극을 보는 것처럼 실감 나게 놀이를 하는 부모님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의 지나친 몰입이 아이의 자리와 놀이 기회를 빼앗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부모가 너무 앞서거나 과도하게 몰입하면 상대역인 아이는 부모의 놀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놀이의 주인공은 아이가 아닌 부모가 되는 것이죠.

부모의 역할보다는 아이의 역할을 보면서 해설을 넣어주세요.

 

"우와~ 신데렐라가 슬프겠다~"

"여왕이 무섭네?"

"손에 힘을 줘서 과일을 잘 자르네~" 

 

위와 같은 해설을 넣으면서 부모가 하는 역할의 대사를 간단하게 해 주면 나머지 몫은 아이가 해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말은 아이를 재미없게 합니다

역할 놀이를 하다 보면 주고받는 말이 많아지지요. 부모의 대화가 간결하고 명료할수록 아이는 많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부모 사이의 침묵을 아이가 책임지게 해 주세요.

부모가 너무 많은 대사를 가져가 버리면 아이는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역할놀이를 통해 그 동안의 감정을 해소하려 하는데 부모의 긴 대사를 듣고 있자니 힘이 빠지는 것이죠.

예를 들어 레스토랑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모가 점원이라면 "어서 오세요. 메뉴판 드릴까요? 물을 드릴까요? 의자에 앉으세요~"라고 길게 말하는 것보다 "환영합니다"라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야 아이가 그 다음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와 역할놀이하는 것이 힘들다면 시간을 정해주세요

아이들은 역할놀이를 24시간 해도 부족합니다. 좋아하는 역할 놀이를 부모님과 함께 한다면 48시간도 부족할 것입니다. 부모님이 아이와 역할 놀이 시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해?"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 부모가 흥미를 잃고 아이에게 건성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모를 리 없습니다. 이는 긍정적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와 역할놀이하는 것이 힘들다면 미리 시간을 정해 놓으세요. 놀이를 하기 전에 아이에게 "엄마는 10분을 집중할 수 있어. 우리 10분만 재밌게 놀이하자. 그리고 내일 다시 또 놀이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집중하지 않는 한 시간보다 강한 집중력으로 즐겁게 노는 10분의 상호작용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됩니다.

 

글 = 김미미, 김효선

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 센터장.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육아에 대해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아동 대상의 놀이치료, 인형 진단평가, RT 발달 중재는 물론 청소년, 성인, 부부 상담까지 전 세대에 대한 상담 및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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