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Q&A]
글 = 강민혜(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더 어렸을 때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렸던 것 같은데, 5세가 되고 6세가 되면서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혼자만 노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늘 구석에서 혼자 블록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으면 옆에서 그저 소극적으로 쳐다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 문제 있는 걸까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연령까지는 또래관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느껴졌는데 5세가 되고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또래관계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누구와 놀았냐고 물어보면 늘 혼자 놀았다고만 대답하는 아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01
발달 수준(놀이 수준)에 차이가 있으면 또래와의 놀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5세 중후반~6세 무렵부터는 단독놀이가 아닌 친구들과 서로 역할을 분담하며 놀이하는 등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는 ‘연합놀이’를 하게 됩니다. 저희가 어릴 때 ‘엄마놀이’라는 이름으로 즐겼던 소꿉놀이와 같은 역할놀이 역시 연합놀이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연합놀이를 잘 하려면 또래 친구들과 발달 수준이 비슷한 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역할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의 발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사용하는 어휘 역시 매우 다양해집니다. 또한 여러 놀잇감들을 조립하고 구성하는 등 정교한 소근육 기술도 필요하지요. 그런데 만약 우리 아이가 언어, 인지, 신체 등 여러 영역이나 특정 영역에서 수개월 이상의 발달지연이 있다면 또래와의 놀이에 참여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발달지연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에게 발달검사를 의뢰해 필요한 재활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02
사회적 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경우에도 또래와의 놀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의 과거 칼럼들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듯, 영어를 배워야 잘할 수 있는 것처럼 사회성도 배워야만 길러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타고나기를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관계 형성 능력이 뛰어나 별다른 도움 없이도 관계를 잘 유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또래와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법,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외동아이일 경우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에는 능숙하지만 또래와의 놀이 경험이 부족해 적절한 사회적 기술 습득에 대한 도움이 더욱 절실히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와 핑퐁식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상대에게 적절한 반응을 하는 방법과 같은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녀의 연령에 적합한 다양한 교구나 역할놀이 등을 활용하시면 더욱 효과적인 사회적 기술 훈련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03
기질적으로 타인에게 무관심한 아이도 또래와의 놀이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질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아이 스스로 혼자 놀이하는 것을 ‘선택’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질을 지닌 아이에게 또래와의 놀이 경험은 ‘즐거움’이 아니라 ‘자신의 놀이를 방해받는 경험’으로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전문기관에서의 기질검사 등과 같은 검사 등을 통해 아이가 실제로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으며 혼자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의 기질을 부인하기보다는 적절히 수용해 줘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친구 1~2명 정도와는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성향상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하더라도 최소한의 또래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또래관계 경험이 부족하면 학령기 이후에 더욱 소외된 아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후의 학교 적응, 사회생활, 직장 생활 등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최소한의 관계는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04
부정적인 행동들로 인해 친구들에게 거부당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소극적인 성격 등으로 인해 존재감이 미약해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것과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거부’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언어표현,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행동, 공격적인 행동 등은 또래 친구들에게 쉽게 거부를 당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이가 이런 행동들을 반복적으로 보일 경우에는 같은 반 친구들이 그 아이가 오면 티가 나게 피하기도 하고 놀이에서 배제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부정적인 행동들로 인해 담임교사에게 반복적으로 지적을 당한 경우에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선입견이 형성돼 거부당하는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유아기 때부터 또래에게 거부당하는 경험이 축적될 경우 아이의 부정적인 행동들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친구들에게 더욱 심하게 거부를 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래에게 반복적인 거부를 당할 경우 자존감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공격적 행동 역시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이런 행동적 특성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거부 당하는 문제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면 전문기관에서 놀이치료 등과 같은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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