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밥 좀 먹자! #53]
글 = 신지현(아이 식습관 개선과 자기계발에 힘쓰는 두 아이의 엄마)

얼마 전에 딸과 유치원 친구들 몇 명을 함께 밥을 먹이게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친구들 틈에 앉아 밥을 먹는 딸의 모습을 지켜본 지 채 5분도 안 돼 아이가 반에서 제일 늦게 밥을 먹는 이유를 알게 됐다.

 

다른 의미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

원래 딸이 말이 좀 많은 편인 건 알고 있었다. 워낙 매사 발랄하고 밝은 아이이기도 하고, 또 처음에 약간 낯을 가려서 그렇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친구들과의 식사 모습을 지켜보는데 정말 ‘뉘 집 애가 저렇게 말이 많을까’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가 바로 우리 집 아이였던 것이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중간중간 말은 한다. 하지만 먹어가며, 씹어가며, 좀 쉬어가며 말하는 친구들과 달리 나의 아이는 유독 오디오가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입에 넣은 밥은 물고 있거나 아예 먹고 있지 않는 상태였다.

뭐가 그리 재밌는 이야기가 많은지, 웃고 떠드느라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는 딸의 맞은편 친구는 밥 먹느라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호기심이 많아서 혹은 밥 먹기 싫어서

전에 유치원 담임 선생님과 통화할 때 담임 선생님 역시 이 부분을 인지하고 계셨다. 아이가 밥 먹을 때 먹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살짝’ 힘든 것 같다고 하셨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살짝’이라는 단어의 선택은 내 염려를 덜기 위한 배려이셨던 듯싶다.

밥을 먹다가도 저쪽에 있는 아이가 젓가락을 떨어뜨리면 본인이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가서 주워주고, 다른 테이블에 작은 소동이 생기면 또 그게 궁금해 가보고 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가 워낙 호기심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냥 밥 먹기가 싫어서 일말의 핑곗거리가 생길 때마다 ‘옳다구나’ 하고 자꾸 그쪽으로 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찌 됐건 식사 중에 자꾸 자리를 이탈하는 것은 고쳐야 할 식사 예절이라고 생각되기에 유치원과 가정에서 동시에 노력을 해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끊기지 않는 밥상 토크(!)의 문제는 또 어떻게 어느 선까지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아직은 좀 정리가 덜 된 상태다.

 

식사 중엔 덜 해맑아도 괜찮아

딸아이의 외향적이고 발랄한 성격은 사실 내가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가뜩이나 키도 체구도 작은 아이가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다면 아마 더욱 마음이 쓰이고 걱정도 됐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도 딸은 지나치리만큼 밝고 활발하며 사교성도 발군이다. 아무래도 타고난 천성인 듯싶다.

그렇기에 그날 친구들과의 식사 모습을 보면서 속 터지는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한편으론 엄마 속도 모르고 식사 중에까지 해맑은 아이 모습에 결국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날 친구들과 헤어진 뒤, 난 딸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래도 식사 중엔 덜 해맑아도 괜찮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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