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은교(노원청아한의원 원장

100명 중 2명의 어린이에게서 우울증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 증상은 성인들과는 조금 달라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이 평상시 아이의 행동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몰랐다는 이유로 방치된 어린이 우울증이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면 피부 증상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긁는 등 아이의 행동 변화가 눈에 드러나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이상을 눈치채는 것이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아토피가 시작되기까지 아이가 보였던 우울증 증상들은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아토피는 근본적인 발생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운 피부질환입니다. 그래서 아토피 치료와 함께 아이에게 나타난 어린이 우울증을 함께 관리해 줘야 합니다.

기존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아토피가 있던 아이들에게도 우울증이 아토피 피부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 우울증이 나타나면 빠르게 정서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울증 증상을 빨리 알아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이 평소 아이의 행동 패턴과 변화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들도 마냥 아이만 보고 계실 수는 없기 때문에 우울증이 아토피에 영향을 주는 경우와 동반되는 증상, 아이에게 어린이 우울증이 나타났을 때 눈치챌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에 대해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소아청소년 우울증이

아토피에 영향을 준다?

우울증이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업·교우관계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피부 건강, 특히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인 아토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토피는 면역계의 과민반응으로 인한 일종의 면역계 질환으로, 체내 면역계를 과민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면역반응을 일으켜 아토피를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스트레스’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아토피는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신경피부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영유아·소아의 경우는 대부분 아직 면역체계를 포함해 신체 전반적인 기능이 미성숙해 아토피가 시작되기 쉽습니다. 보통은 스트레스 때문에 아토피가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는 학업이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늘고 생활이 불규칙해지는 청소년기나 성인기입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다양한 학원을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공부하는 시간은 많지만 코로나19로 외출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최근에는 소아에게서도 우울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이 우울증을 겪는 아이는 우울감, 짜증, 화와 같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아토피가 생기거나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관찰됩니다.  

 

어린이 우울증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이유 1

– 소화 기능 저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르면 3~4세에서도 어린이 우울증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등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낯을 많이 가리거나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들의 경우 신체·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기 쉽고 우울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소아에서도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되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돼 면역력이 떨어집니다. 가장 먼저 소화 기능에 영향을 미쳐 잦은 소화불량이나 설사, 배탈, 폭식, 식욕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화가 잘되지 않거나 소화시킬 수 있는 양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는 일이 계속되면 점차 소화기 내부에서도 염증 물질이 발생, 이것이 혈류로 유입되면서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우울증으로 식욕이 떨어지거나 이로 인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만 먹다 보면 편식으로 인해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면역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장시간 편식하는 식습관은 결국 소화기를 민감하고 약하게 만들어 조금만 자극적이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도 다른 사람만큼 소화시키지 못해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린이 우울증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이유 2

– 피로 증가

우울증으로 무기력해지면 아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면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계속 잠을 자려 하거나 침대에 누워있으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불규칙하게 수면을 취하다 보면 수면의 질이 떨어고 수면 패턴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몸에 열이 많아지고 면역 반응이 불필요하게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우울증이 성인 우울증과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무기력하고 무엇이든 재미가 없다가도 자극적인 재미 요소를 만나면 흥미를 느끼면서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무엇도 하기 싫다는 아이도 스마트폰 게임은 하루 종일 하고 싶어 하고 몰입해서 즐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활발한 신체 움직임은 점점 줄어들고 게임이나 스마트폰, TV에 과도하게 집중/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눈에 피로가 쌓이고 얼굴 쪽으로 열이 잘 오르게 됩니다. 눈의 피로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동반하기 쉽고, 이는 또다시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활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을 방해해 몸에서 열이 해소되지 않게 합니다. 특히 눈 주변부나 얼굴로 피로감과 열감이 심해져 이 부위부터 아토피가 심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소아 우울증으로

아토피가 심해지기 전의 신호

어린이들은 우울감과 그로 인한 무기력증 등이 나타났을 때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부모에게 이런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고 설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지요. 그뿐만 아니라 성인처럼 “우울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보단 무엇을 해도 “재미없어”와 같은 표현을 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우울증 증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아이가 단순히 투정을 자주 부린다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아이가 무엇을 시켜도 집중하지 못하고,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피곤해하고 짜증이 많아지는 등 눈에 띄는 부분들이 드러나도 그것이 아토피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부모는 우리 아이의 신체·언어적 변화들을 눈여겨봐야 우울증으로 인해 아토피가 심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우울증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린이 우울증의 여러 증상들

1. 짜증이 부쩍 늘고 소리를 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등 충동적인 성향을 보인다.
2.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 보인다. “재미없다”, "하기 싫다"라는 표현을 잘 사용한다.
3. 친구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스마트폰·컴퓨터 게임 등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4. 전보다 부쩍 잠이 늘고 계속 무언가를 먹으려 한다.
5.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자주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통증을 호소한다.
6. 학교나 학원 선생님에게서 아이가 평상시 집중을 잘 하지 못해 지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과거의 아이들보다도 더욱 다양한 위험 요인들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증상에 대해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급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의 영향으로 어린이 우울증이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렇게 급증하는 어린이 우울증과 그로 인한 아토피 피부염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화될 경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동안 면역력, 정신건강, 피부 상태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성인이 된 후 자신감 있게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편안한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데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우울증과 아토피 치료는 부모가 아이에게 나타난 작은 변화를 빨리 눈치채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서적 공감이 필요한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면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글 = 임은교(노원청아한의원 원장)

10여 년간 이어진 아토피습진을 이겨내고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의사가 됐다. 아토피습진 및 만성피부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의원의 원장으로 유아 아토피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의 다양한 피부질환 칼럼을 블로그에 올리며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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