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현희(스포츠 교육학 박사)

 

여러분의 아이는 공놀이를 좋아하나요? 영유아기에 공놀이를 많이 하면 아이의 신체협응력이 좋아집니다.

동그랗게 움직이는 공을 갖고 놀다 보면 동적인 측면에서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통 기초 체력을 형성하는 신체협응력은 트레이닝을 통해 향상되는 편인데, 어릴 때부터 공놀이를 많이 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신체협응력 발달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신체협응력이 좋아진다?

신체협응력을 다른 말로 '신체조정력’(coordination)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내 몸의 신체를 조정해 협응시키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아이의 운동을 지도하다 보면 자신의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자신의 몸을 마음껏 잘 조정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정은 '자기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 있는 신체적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앞으로만 잘 달린다면 빠른 아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축구나 농구와 같은 구기 종목까지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내 아이가 친구들과 축구나 농구를 할 때 잘하는 편에 있기를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공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공을 갖고 놀면 앞으로도 잘 달리게 되고 공의 움직임에 따라 멈출 수도, 뒤로 달릴 수도, 방향을 바꿔 달릴 수도 있습니다. 방향을 바꾸며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죠.

특히 6, 7세부터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되는 축구와 같은 종목을 잘하기 위해서는 신체조정력이 좋아야 하는데, 영유아기 때부터 공을 갖고 논 아이들은 신체조정력 이해도가 다른 아이들보다 높아서 훨씬 월등한 실력을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공놀이를 하다 보면 움직이는 공을 쫓아다녀야 하기에 다양한 움직임을 경험해 신체조정력이 높아지므로 그에 따른 결과죠.

 

공놀이, 이왕이면 잘하는 게 좋다

늦어도 초등학생이 되면 축구, 피구와 같은 공놀이 중심 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이런 스포츠나 공놀이는 자라는 데 필수로 즐기는 문화이며, 친구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공놀이를 하는 것은 요즘 강조하는 생존 수영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가 공놀이를 좋아하고 즐기기를 원하지만 공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더욱이 공을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아이가 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공이 무서운 아이, 두려움 극복하는 방법

공을 무서워한다면 아이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성적이고 움직임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나 공에 맞았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대표적입니다. 내성적이고 움직임을 싫어하는 아이의 경우 부모님이 자주 공놀이를 함께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공에 맞았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아이라면 공에 맞은 무서움, 아픔, 두려움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에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유아시절 형들과 함께 공놀이를 하다가 얼굴에 맞았거나 코피라도 흘려본 기억이 있다면 공에 대한 무서움이 극대화됩니다.

 

1단계: 공과 친해지도록 도와주세요

공을 무서워하지 않게 하려면 먼저 공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일단은 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공과 친해지는 가장 친숙한 방법은 '풍선놀이'입니다. 아이와 공 대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풍선으로 놀이를 하면 공이 다가오는 묵직한 두려움을 가볍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풍선을 따라다니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의 협응력도 좋아지겠지요.

공과 친해지려면 당연히 공을 많이 갖고 놀아야 합니다. 공은 작은 골프공, 테니스공, 소프트볼, 축구공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다양한 종류만큼 공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촉감도 다릅니다.

 

2단계: 공을 왜 무서워하는지 파악해 주세요

공에 대한 촉감이 싫은 것인지, 굴러가는 것이 무서운 것인지, 공에 맞는 것이 무서운 것인지, 아이가 공을 무서워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3단계: 원인에 따른 극복 방법을 알려주세요

만약 공의 촉감을 무서워한다면 다양한 촉감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차근차근 다양한 촉감의 공을 만지게 하거나 얼굴에 대주는 방법으로 공과 친근해질 수 있습니다.

공의 크기가 커서 무서워한다면 탱탱볼, 골프공 등 작은 크기의 공을 보여줄 수 있겠지요. 동그랗고 작은 비눗방울로 시작해 점차 크기를 키워 큰 짐볼 등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공에 맞았던 경험이 있어서 무서워한다면 부드러운 스펀지 공이나 솜 공을 갖고 놀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특히 공에 맞았던 아이를 다시 축구에 참여시키고 싶다면 축구 교실에 데려가 다른 친구들이 노는 것을 보여주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 주세요. "축구공이 무서웠을 텐데 잘 봤어~"라고요. 다음번에는 공을 한 번 만져보게 해주고 또 칭찬해 줍니다. "축구공이 무서웠을 텐데 이젠 만져도 무서워하지 않는구나."라고 말이죠.

 

한 단계씩 차근차근 친해지도록

축구장에 데려가 무턱대고 공부터 차보라고 강요하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세부적으로 세워서 단계적으로 성취감을 줘야 합니다. 0으로 시작한 아이를 한 번에 100으로 올릴 수 없듯이 단계를 거치면서 공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다양한 공을 갖고 놀다 보면 자연스레 소근육과 대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합니다. 특히 신체조정력이 좋아지면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 운동을 잘 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친구 관계를 형성할 때 성취감과 즐거움이 따라옵니다.

공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 육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 강현희

스포츠 교육학 박사, 군포시 산본 퍼스트 스포츠 아카데미 대표. '스포츠 양육', '경쟁 스포츠 현상 연구', '유소년 스포츠'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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