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아이들은 성인처럼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언어 발달 중에 있는 유아기 아이들은 물론이고 초등학생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언어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이와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놀이의 힘’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놀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곤 합니다. 

놀이치료의 원리
"나는 너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어~"

심리치료에 대해 대중이 자주 오해하는 것은 ‘심리치료가 마법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심리치료는 치료사와 내담자가 서로 협력해 문제를 탐색하고, 보다 현실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의 시간입니다. 

놀이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놀이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아이의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치료사, 그리고 보호자가 함께 협력해 노력하는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놀이치료는 아이가 놀이실이라는 허용적이지만 규칙이 있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이하는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치료사는 아이에게 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내가 너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따뜻하고 지지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덕분에 아이는 ‘온전히 수용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놀이실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료사를 위협하거나 일부러 놀잇감을 부수는 등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행위를 했을 때는 단호한 제한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온전히 사랑받으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즉, 놀이치료는 무조건적인 수용과 단호한 제한 설정을 기본으로 하는 일관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생각해 보면 사실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일관성을 경험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적 요인에 의해 부모의 심리상태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거나 사소한 일에 화를 내기도 합니다. 때문에 아이들에겐 일상과 분리돼 놀이실에서 치료적인 경험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아이들은 치료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효능감을 느끼며, 좌절감을 감내하는 등의 건강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ㅇ해 아이들은 나아가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놀이치료의 진행 방식
주 1회, 6개월에서 1년…부모 상담 포함

놀이치료는 보통 주 1회 진행됩니다. 1회기는 40분 정도이며, 놀이치료가 끝난 후 10분 정도 부모 상담이 있습니다. 일관성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부모 상담은 아이의 치료 과정을 파악하고 부모의 양육행동을 수정해 주는 중요한 시간이므로 반드시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놀이치료의 원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놀이치료는 단 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습니다. 치료가 진행되는 기간은 아이들마다 다른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천천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놀이치료가 효과적인 아이들
모든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수용' 경험 기회

놀이치료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효과적입니다. 아이들마다 세부적인 목표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치료적 원리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했어야 하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지 못했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앞서 언급했던 무조건적인 수용과 한계 설정이죠. 따라서 어떤 아이들이 놀이치료를 받더라도 해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별다른 부적응이 없는 건강한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감을 상승시켜주는 경험이 됩니다. 
다만, 놀이치료의 특성상 불안하고 우울한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들 혹은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언어 지연이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 장애 등 발달적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 치료는 아닙니다. 물론 발달이 느린 아이들에게도 풍부한 언어적, 사회적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언어치료나 행동 수정, 학습치료와 같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작하고 필요에 따라 부차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놀이치료 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들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봐 주세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놀이치료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운 치료적 접근입니다. 따라서 한두 달 만에 효과가 없다고 중단하거나 다른 치료사로 변경하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특히 치료사는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게 되는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에 자주 변경되면 아이에게 심리적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6개월 이상의 꾸준한 치료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보호자 자신도 이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처음 놀이치료를 시작할 때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간단히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치료사가 아이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하지만 불안이 높은 아이라면 보호자가 먼저 아이에게 간략히 설명을 해 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예로 “우리가 이제 수요일마다 놀이실에 갈 건데 거기에서 신나게 놀이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야. 우리 모두 평소 지내다 보면 속상한 마음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런 마음을 놀이하면서 풀 수 있어.”와 같이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놀이실은 아이에게 매우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따라서 놀이가 끝난 후 어떤 놀이를 했는지, 선생님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일일이 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해서 놀이 내용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아이가 놀이실 내에서도 보호자의 통제를 받는다고 오해하게 할 수 있고, 그 결과 아이는 충분히 편안하게 놀이하지 못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놀이 시간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를 기회 삼아 아이의 행동을 조정하려고 하는 시도도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꾸 이렇게 말 안 들으면 놀이실 못 가게 한다!”와 같은 협박성 표현들은 아이에게 큰 좌절감을 줄 수 있습니다. 놀이실은 아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공간이므로 일상과 분리해 주시길 바랍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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