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민혜(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선생님, 저희 아이가 벌써 7살인데 아직도 유치원 다녀와서 제 할 일을 제대로 못 해요.”

“아이가 집에서 생활규칙들을 잘 지키지 못하나요 어머님?”

“네, 7살이면 이제는 하원하고 알아서 제때 잘 씻고, 옷도 옷걸이에 걸어서 옷장에 정리해두고 할 법도 한데.. 아직도 못 해요.”

“음, 그건 30대인 제 남편도 아직 잘 못 하는 건데요 어머님.”

많은 학부모님들을 상담하며 실제 오갔던 대화 내용을 조금은 유쾌하게 각색해봤습니다. 현장에서 정말 다양한 이유들로 부모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중에 자주 의뢰받는 사례 중 하나가 '부모의 완벽주의적 성향'에 대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완벽주의는 크게 '건강한 완벽주의'와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건강한 완벽주의자'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며 완벽하거나 훌륭한 성취를 해낼 수 있음에 기뻐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보통 매사에 무얼 하든 굉장히 꼼꼼히 그리고 아주 열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인이 기대한 것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에도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그 결과에 대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자'는 애초에 비현실적이며 달성 불가능할 정도의 목표를 세웁니다. 기준이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강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요. 그래서 모순적이게도 '잘 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에 압도되어 본래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의 성과를 내게 되는 일이 흔하다고 합니다.

또한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기준 역시 비현실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부모가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졌을 경우 자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적 성향이 높을수록 자녀의 우울, 불안 등 심리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자녀가 실수나 실패에 대한 지나친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아동의 신경질적인 태도로 인해 또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주의력 및 학업에도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모의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적인 태도는 자녀에게 여러 영향을 미치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자녀의 실패를 마치 본인의 실패인 것처럼 여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디를 가든 인정받는 내 아이'로 만들기 위해 학업, 외모는 물론 생활 규칙 전반에까지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대수준을 아이에게 적용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가 우리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멈추기 위해 부모인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오늘도 '완벽한 아이로 양육해내야 한다는 충동'으로 괴로운 부모님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시간에 씻고 양치를 한다, 학습지를 밀리지 않고 매일 2장 이상씩 푼다 등 목록을 세웁니다. 그리고 각자 작성한 목록을 서로 교환한 후 각 행동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점수를 0~10점으로 매겨봅니다. 실현 가능성이 5점 미만인 것은 목록에서 지우고 아이에게도 더 이상 그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부부가 각자 오랜 기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고치지 못한 나쁜 습관들을 작성해 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있는 안 좋은 습관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작성해 봅니다.

부모의 안 좋은 습관 목록과 아이의 안 좋은 습관 목록을 비교하며 수십 년간 노력했음에도 고치기 어려운 습관이 있듯이 자기조절력이 아직 부족한 아이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수 있음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것이 너무 중요하게 느껴진다면 가정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들의 목록을 자녀와 협의하며 만듭니다.

각 행동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일수록 좋으며, 행동 목록은 세 가지에서 다섯 가지 정도가 적절합니다. 이 목록들을 잘 지켰을 때는 확실한 보상을 주되 지키지 못했을 때는 즉각적인 처벌이 아닌 1차적으로 '무시'를 합니다.

또다시 예전처럼 아이의 사소한 실수에 대해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화를 냈을 때를 대비해 부부간 수신호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엄지손가락을 꾹 누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즉각적으로 자신의 강박적인 완벽주의를 자각할 수 있도록 배우자와 미리 상의를 하는 것이지요.

건강하지 않은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형성되지 않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조금씩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변화시키는 것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강박이 자녀에게는 대물림되지 않도록 위의 사항을 참고하며 노력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글=강민혜

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의과대학 아동심리치료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한양마음소리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심리평가 등을 전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