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
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Q. 
32개월 남아가 머리 감는 것, 머리 자르는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100일쯤 배냇머리를 민 적이 있는데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걸까요? 아이가 왜 머리 감는 것과 자르는 것을 싫어하는지, 부모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A.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기계 소리, 이상한 빗과 빗의 감촉 등은 때로 어린아이들에게 벅찰 수 있습니다. 가위나 빗의 가벼운 접촉과 소음이 큰 폭풍과도 같이 느껴질 수 있죠. 특히 그런 부분에 유독 예민한 아이가 있는데, 외부의 영향(트라우마)으로 인해 후천성으로 변했을 수도 있고, 태어날 때부터 그 부분이 예민한 기질로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앞의 상황에서는 아이가 거부하는 감각 중 머리 자를 때 느껴지는 촉각을 비롯해 가위나 클리퍼(이발기) 소리, 눈에 보이는 시각적 두려움 혹은 그 상황에서의 불안정한 자세나 중력의 변화 등 여러 감각에 예민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아이에게 이발(혹은 머리 감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주는 걸까요? 또 어떻게 하면 그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까요? 

 

01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가 힘들어하는 행동들을 나열해보며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머리를 누워서 감는 것과 그네 같은 것을 무서워한다면 '전정계 중력 감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머리 감거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 모자를 쓰는 것을 힘들어하고, 특정 옷을 피하거나 모래 놀이 등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촉각 감각이 과도하게 예민'하여 머리 자르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20명 중 1 명꼴로 감각 처리에 어려움을 갖고 있으며, 어린아이에게서 증상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감각 조절을 억제하거나 촉진해 감각의 균형을 이루는데, 감각 반응이 예민한 아이는 자신의 예민한 감각이 불편한 상황이 됐을 때나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느꼈던 부정적인 기억이 떠오를 때 이를 통제하려고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합니다. 아이가 해당 감각에 예민한 아이가 지속적으로 환경에서 받아들이는 감각 입력을 조절하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감각 조절이 원만한 아이는 어떤 감각의 위험을 느꼈을 때 그것을 탐색하고 문제를 인지·해결한 후 만족하는 식의 행동 양상을 보입니다. 

→ 솔루션
촉각이 예민해서 머리 감는 것이나 이발이 힘든 아이에게는 집에서 자주 머리를 통해 촉각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나중에 유사한 감촉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죠. 

아이의 머리를 빗겨줄 때는 빗기 전에 손가락으로 두피를 마사지해주세요. 그 후 되도록이면 큰 브러시를 사용해 아이의 머리카락을 빗어주세요. 이때 지그시 눌러서 빗겨 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머리 부분의 촉각을 경험하면서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민한 아이의 머리 손질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육체적 활동을 한 이후, 즉 오후입니다. 육체적 신체 활동을 통해 감각을 정상화 한 후에 해당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죠. 아침에는 감각이 더 예민할 수 있으니 피해 주세요. 예를 들어 10번 정도 제자리 뛰게 하거나 수건으로 간단히 줄다리기하는 식으로 육체적 활동을 한 후에 머리를 손질해 주면 아이도 더욱 편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머리를 감을 때 아이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02
이발 시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가 특정 상황에 심한 거부감이 있다면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나는 변화에 더욱 몸을 움츠리고 환경에서 받는 감각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상황의 변화를 원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을 예측 가능하도록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과 같은 시각 자료, 소셜 스토리 혹은 머리를 자르는 비디오 시청을 통해 아이가 사전에 미리 그 상황을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솔루션
아이가 이발 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집에서 거울을 갖고 인형 혹은 아이와 상황극을 만들어서 순서를 설명해 주세요.

거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는 보습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시각을 통해 아이 자신의 감각을 통제·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가위로 미리 아이와 함께 보이지 않는 머리를 자르는 상황극으로 촉각을 예측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주세요. 상황극을 할 때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적 느낌을 부모가 설명해 주면 아이에게 더욱 도움이 됩니다. 

머리 감는 것도 인형의 머리를 감겨주는 등의 방법으로 익숙하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많은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균형 있는 감각적 처리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미국 캔자스 대학 유아 특수교육 석사 졸업했고 캔자스 주 유아특수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캔자스 주 정부와 캔자스 대학 병원의 연구 합작 프로젝트 센터(프로젝트 이글 Project Eagle) 캔자스 주립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 DEC와 ISJ 학회에서 ‘아이의 실행 기능 높이는 교육법’과 ‘트라우마 아이들을 위한 효과적 자기조절법’등 다수 학회 발표를 했으며, 저서로 <트라우마 있는 우리 아이, 어떻게 훈육할까?>를 지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맨즈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