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아이가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한다며 내원하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찡긋거리고, 킁킁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또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고 팔을 접었다 폈다 하거나 물건을 가방에 넣었다 뺐다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해서 신경에 거슬리기도 하고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이같은 반복적인 행동들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여러가지 형태로 발견될 수 있습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측면에서 모두 비슷한 장애로 인식될 수 있지만 사실 양상에 따라 구분이 필요합니다. 문제 행동의 원인과 치료적 접근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인 반복 행동

틱 장애

반복 행동으로 내원하신 부모님들은 “틱이 있는 거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틱장애가 그만큼 대중화되기도 했고, 실제로 반복 행동을 주호소 문제로 병원에 찾은 경우 상당수가 틱장애 진단을 받습니다. 

틱은 빠르게 순간적으로 나타나며, 리듬이 없는 불규칙한 반복행동을 말합니다. 간헐적으로 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찡긋거리는 것, 또는 고개를 까딱거리거나 어깨를 으쓱 하는 등의 '운동 틱'이 있고, 킁킁 거리는 콧소리를 내거나 헛기침을 하고, 특정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맥락에 맞지 않게 툭 뱉어 버리는 '음성 틱'이 있습니다. 한가지의 틱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고, 여러 개를 동시에 보이는 아이들도 있는데, 운동 틱과 음성 틱, 이 두가지를 모두 보일 경우 '뚜렛 장애'라고 합니다. 

틱 장애는 다시 '잠정적인 틱 장애'와 '지속성 틱 장애'로 구분, 틱 장애가 1년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면 잠정적인 틱장애로 진단하고, 1년 이상 지속돼 왔다면 지속성 틱장애로 진단합니다. 
틱 장애는 제법 흔한 증상으로, 유아기 아이들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1~2주 사이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틱장애는 특별히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나가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틱장애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거나 여러가지 양상으로 번져간다면 전문가에게 의논하고 경과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는 틱 장애가 불안에 의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틱 장애의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생물학적인 이유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대뇌의 도파민계의 과다활동과 관련성이 깊다는 연구 결과들이 누적되면서 틱 장애는 어느 정도 유전적인 취약성에 의해 발현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에 유아기에 나타나 꾸준히 지속되는 틱장애는 단순한 심리치료나 심리적 안정으로 개선되기 힘드니 전문의와의 상담 하에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틱장애는 놀이치료와 같은 심리치료 또는 부모-자녀 관계 개선으로도 상당 부분 회복되는 편입니다. 이 때 유의할 점은 틱 행동의 양상이 바뀌면서 관찰되더라도 틱 행동이 보인 기간은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1주일 동안은 눈을 깜빡였고, 그 다음 1주일 동안은 킁킁거리는 소리를 냈다고 해서 틱 행동이 1주일만 지속된 것이 아니고 2주일 지속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규칙적이고 리드미컬한 반복행동

상동 행동

상동 행동은 틱 장애와 자주 혼동 될 수 있는 장애 중 하나인데 틱 장애와 비교했을 때 보다 규칙적이고 리듬있는 행동이 반복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팔을 몸에 딱 붙였다가 위로 높이 드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 혹은 팔을 빙빙 돌리고 접었다 피는 행동, 몸을 좌우로 흔드는 행동 등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반복적으로 찌르거나 바닥에 머리 박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 등 자해 행동으로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같은 상동 행동은 틱장애처럼 자신도 모르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보다는 본인이 의도를 갖고 어떠한 자극을 추구하기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틱 장애처럼 유아기 때 어느 날 갑자기 관찰되기보다는 영유아기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관찰되는 편입니다. 많은 경우 지적 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 중 하나로 발견되기 때문에 영유아기 아이들에게서 발달 장애를 시사하는 징후로 보기도 합니다. 

정상 발달 중에 있는 영아도 때때로 상동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형태가 다양하고 일시적이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상호작용을 저해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 발달 장애에서 보이는 상동 행동은 보다 빈도가 잦고 몰두하는 양상이어서 보호자나 환경과의 교류에 방해가 됩니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에게서 눈에 띄는 상동 행동이 발견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발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한 규칙이나 순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의식적인 반복 행동

강박 행동

강박 행동은 틱 장애나 상동 행동과 같이 단순한 행동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행동처럼 관찰됩니다. 선을 밟으면서 길을 걷는 행동을 반복하거나 의자에 앉을 때 벽에 머리를 세번 박으면서 앉는 것, 책을 책꽂이에 꽃을 때 가로로 눕혔다가 다시 세로로 꽂는 등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어떠한 규칙이 있습니다. 아이는 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주 불안해하고, 본인도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강박 행동의 원인도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역시 생물학적인 원인이 핵심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세로토닌 조절 장애가 강박 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 장애 역시 어느 정도 유전적인 취약성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강박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은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한 경향이 있어 사소한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강박행동은 일상생활 적응을 방해하는 장애 중 하나로, 단지 성격이 깔끔하여 정돈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개인적인 습관으로 선을 밟지 않는 등의 정도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강박 행동으로 인해 평소 해야 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그와 관련된 생각이나 불안한 기분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때 진단하게 됩니다. 어린 시기부터 발견되는 강박 행동을 무시하고 넘어갔다가는 자칫 아이의 심리적 건강을 크게 저해할 수 있으니 빠른 시일내에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글 = 선우현정(임상심리전문가/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주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소통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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